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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산업 컴퓨터의 최첨단분야, 인공지능은 가능한가. '누가 그것을 만드느냐'는 '미래 세계의 주도권을 누가잡느냐'하는것과 같은 얘기이다.
 

생각하는 컴퓨터, 가능한가?


컴퓨터가 찾아낸 몰리브덴 광맥

지질학자들은 미국 원싱톤주의 '톨만'산밑에 커다란 몰리브덴 광맥이 있으리라고 오래전부터 믿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60년동안 이 광맥을 찾기 위해서 시추를 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광맥의 정확한 위치를 찾아 낼 수가 없었다. 드디어 수년전에 정확한 그 위치를 찾을 수 있었는데 이는 그곳에서 수백 마을 떨어진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프로스펙토(PROSPECTOR)라는 컴퓨터 시스템이 지적해 준 덕분이었다.

스탠포드 대학에서 개발된 마이신(MYCIN)이라는 진료프로그램은 박테리아가 일으키는 화농성 질환의 진단 및 처방에 그 어느 인간보다 우수함을 경진대회를 통해서 입증하였다.

보스톤의 한 백화점에서는 상품 정보와 회사의 재정과 고용원에 관한 자료를 자연언어(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사용하여 컴퓨터로 부터 얻어 내고 있다. 또, 머신인텔리젠스사의 영상인식시스템은 로보트로 하여금 책상위에 흩어진 연장을 집어 올릴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하고 있다.

위에서 본 놀라울만한 소식들은 거세게 밀려오는 지혜로운 컴퓨터 물결의 전초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전유물이라고 믿었던 지능, 즉 생각하고, 물체를 인식하고, 자연어를 구사하며, 스스로 배울 수있는 능력이 이제 기계에 주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공지능 시스템이 가정, 공장, 그리고 사무실에 빠른 속도로 침투하여 인간만이 수행할 수 있던 일들을 대신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발전함으로써 인간이 살아가고 일하는 방법의 변화는 물론 우리 자신에 대한 생각을 바꾸도록 강요하고 있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란 전산학의 최첨단 분야로서 기계를 사람과 같이 지능을 필요로 하는 일을 수행 할 수 있도록 개발하는 학문이다. 인공지능은 그 성격상 심리학, 언어학, 철학, 수학, 공학및 전산학의 여러분야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에서 강조하는 연구분야는 지식표현, 논리및 추론, 탐색, 학습 등의 기초연구와 전문가시스템, 자연어 처리, 비전(vision), 로보틱스(Robotics) 등의 응용에 관한 연구가 있다.

문제해결의 열쇠, 경험적 지식

인공지능 시스템의 성공비결은 새로운 스타일의 프로그램 작성 기법에 있다. 기존의 프로그램 방식은 컴퓨터로 하여금 '알고리즘'이라고 불리는 미리 정해진 수행 단계를 거쳐서 문제를 풀어가게 한다. 그러나 현실 세계의 많은 문제들은 너무나 복잡하기 때문에 알고리즘으로 표현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즉 단계적 과정을 알아 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설사 알았다고 하더라도 요구되는 계산량이 너무 많아 초고속의 컴퓨터를 동원한다 하더라도 그 해답을 얻을 수 없다. 그 한 예로 판매원이 몇개의 도시를 모두 방문하고 출발지로 돌아오는 여행일정 중에서 가장 짧은 일정을 구하는 문제는 알고리즘으로는 쉽게 표현 될 수 있으나 방문해야할 도시가 10여개가 되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20여개가 되면 현존하는 가장 빠른 컴퓨터가 하나의 일정을 분석하는데 1백만분의 1초가 소요된다고 가정하더라도 1백년 이상을 계속 수행하여야만 그 답을 구할 수 있다.

따라서 인공지능 시스템은 휴리스틱 프로그래밍(Heuristic Programming)이라고 알려진 새로운 기법을 사용한다. 즉 문제해결의 지름길을 제공할 수 있는 경험적지식(Heuristic Knowledge)을 필요로 한다. 경험적 지식의 한 예를 보자. "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이듬해에 풍년이 든다"는 것은 오랜 세월을 농사해온 전문가의 경험에서 여과된 지식이다. 이러한 지식을 이용함으로써 복잡한 분석과정을 거치지 않고 다음해의 농사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물론 위와 같은 경험적 지식은 개인적인 것이고 오류를 범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정확한 자료나 알고리즘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 대부분 옳은 예측을 도출할 수 있는 경험적 지식을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는가?

휴리스틱 프로그래밍에서는 지식이 문제해결의 관건이므로 오랫동안 지식 표현 방법이 연구되어 왔다. 많이 사용되는 지식표현 방법은 규칙처리방식, 논리적 표현방식, 의미망(Semantic Network)방식, 그리고 최근에 개발된 틀 표현방식(Frame Representation)등이 있다.

규칙처리방식이란 조건과 반응의 규칙으로 지식을 표현한다. 조건부분은 이 규칙을 적용하기 위한 조건을 나열하고 반응부분은 조건이 만족되었을 때 수행하여야 할 행위를 나타낸다. 이러한 표현방식은 "열이 오르고 콧물이 나오면, 감기라고 단정을 지어라" 등의 판단형의 지식(Judgemental Knowledge)을 표현하기에 적합하다. 논리적 표현방식은 삼단논법 등의 논리적 추론을 수행하기에 적절한 방법으로써 자연스럽게 병렬추론(parallel inference)을 수행 할 수가 있는 까닭에 최근에 많은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관계되는 여러 개념들을 피라밋식으로 연결한 의미망방식은 분류학적 지식을 표현하기에 적합하다. 이 방법으로는 "고양이과의 모든 동물은 육식을 하고 그 중 호랑이만 줄무늬를 갖고 있다"는 등의 추론을 쉽게 할 수 있다. 틀 표현방식은 하나의 개념을 상징하는 틀을 만들고 그 틀안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속성값(attribute-value)의 조합으로 표현한다. 이 방법으로는 어떠한 속성값이 확실하게 주어지지 않았을 때 사용할 디폴트(default)값 및 기대치 등을 쉽게 표현할 수 있고 주어진 개념들을 조합하여 새로운 개념을 구성하는데 편리하다.이상의 지식표현 기법이 단독으로 쓰이는 예는 매우 드물고. 하나 이상의 표현방법들이 혼합된 형태로 자주 나타난다.

인공지능 시스템의 성능은 보관되어 있는 지식의 양과 질에 의하여 대부분 결정된다. 따라서 성공적인 인공지능 시스템은 많은 양의 지식을 저장하려 한다. 구매 요구에 따라서 컴퓨터 장비를 조립 발송하는 XCON이라는 전문가 시스템은 1천5백개 이상의 규칙을 저장하고 있다.

인공지능 시스템은 미리 짜여진 명령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로 하여금 스스로 해결책을 찾도록 요구하고 있다. 기존의 프로그램의 개발과정을 볼것 같으면 프로그램의 작성자가 문제를 해결한 후에(보통 머리 속에서) 단순한 계산만을 기계에 부탁하는데 반하여 인공지능 시스템에서는 문제를 표현해 주고 그 해결 방법을 찾는 것까지도 컴퓨터에 의뢰하고 있다. 인공지능 시스템은 문제 해결을 위하여 우리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여러가지 방법으로 시도를 해 본다. 즉 어려운 문제는 여러 개의 쉬운 문제로 나누어서 해결한다든지,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의 진위를 분석하는 등의 일반적인 방법으로 문제 해결의 방향을 정하고 난 후에 좀 더 명확하게 처리단계를 결정 짓는다. 예를 들자면 병을 진단하는 시스템이 환자의 상태에 관한 개략적인 정보를 의사에게 요구하고 그 제공된 정보에 가장 적절한 규칙(rule)을 선별한다. 이 규칙에 의하여 즉각적인 진단을 내릴 수도 있겠으나 보통은 더욱 자세한 정보를 요구한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적으로 수행함으로써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 과정 중에 컴퓨터가 왜 특정 정보를 요구하느냐 등의 질문을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이 과정속에서 사용자가 이 시스템의 사고과정을 관찰하고 불합리한 점이 있으면 수정을 요구하거나 이 시스템의 진단을 거부할 수가 있다.

또 하나의 인공지능 시스템을 특정지을 수 있는 특성은 부호적 계산 방법(Symbolic computation)이다. 기존의 시스템들이 주로 산술적 방법(Numerical computation)에 의해 의사결정을 하는데 반하여 인공지능 시스템은 주로 부호적인 계산 방법에 의하여 결론을 도출한다. 부호적 계산 방법이란 사람이 일상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세상의 사물이나 관념을 상징적인 부호로 표시하고 그 부호들의 관계를 비교 분석함으로써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법이다. 따라서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부호적 계산을 편리하게 하는 Lisp이라는 프로그램 언어를 오래전에 개발하였고 이 언어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컴퓨터를 발전시켜 왔다.

좌절과 희망이 뒤섞인 30년

학자들은 컴퓨터가 발명된 직후부터 생각하는 기계를 꿈꾸어 왔다. 70년 중반까지로 구분할 수 있는 초기의 연구 방향은 '보편적이고 강력한 문제 해결 방법의 탐구'라고 할 수 있겠다. 카네기 멜론 대학의 GPS(General Problem Solver)프로젝트로 대표할 수 있었던 이 시대에는 보편적인 방법론을 개발하여 많은 분야의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시도하였으나 실험실에서의 몇가지 단순한 성공사례를 제외하고는 실생활의 복잡한 문제는 해결 할 수가 없었다. "마음(spirit: 정신 이외에 독한 술이라는 뜻도 있음)은 간절하나 육체(flesh: 육체외에도 짐승의 고기라는 뜻도 있음)가 허약하다" 는 것을 소련말로 "보드카(소련의 독한 술이름)는 좋으나 고기는 썩었다"로 번역해버린 컴퓨터에 의한 자동번역의 실패와 쉽게 사람을 이길 수 있으리라던 서양장기 프로그램의 부진 등 많은 관심이 집중되었던 연구과제는 실패하였다. 공상적으로 부풀었던 인공지능에 대한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특히 기업에서는 실용성이 결여된 학문으로 인식되어 그들의 관심 밖에 놓이게 되었다.

그러나 70년대 초반에 새로운 프로그램의 방향, 즉 경험적 지식에 중점을 둔 지식처리방식(Knowledge Based Approach)을 도입함으로써 실생활의 문제에 접근할 수가 있었다. 더구나 반도체 혁명에 힘입어 한 때는 커다란 방을 모두 차지하던 인공지능용 컴퓨터가 서류상자 크기로 축소되었으며 그 가격도 몇백만달러에서 4~5만달러선으로 급격히 떨어졌다. 그 결과 많은 기업체에서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드디어는 앞을 다투어 투자하기 시작하였다.

미국에서의 인공지능 연구가 실용적인 성공의 가능성을 보이자 일본, 유럽에서도 인공지능에 막대한 투자를 하기 시작하였다. 일본은 90년대 중반을 목표로한 5세대 컴퓨터 개발 계획에 4억5천만달러의 돈과 인력을 투자하고 있다. 5세대 컴퓨터란 인공지능을 기초로한 지능처리형 컴퓨터로서 많은 양의 지식을 보관할 수 있는 지식창고와 빠른 속도로 추론 할 수 있는 병렬 추론 기관으로 구성된다. 일본의 계획에 의하면 2만개 이상의 규칙과 대영백과 사전의 모든 지식을 수록할 수 있는 지식창고와 IBM3033 기종의 4만배 추론속도를 갖는 시스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이 컴퓨터를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하기위하여 자연어처리, 음성 및 영상인식의 능력을 부여하는 등 컴퓨터 입출력 장치의 다변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계획이 모두 다 성공할 수는 없으리라고 예측하지만 상당히 많은 부분의 발전이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만약 이러한 컴퓨터가 성공적으로 개발되어 상품화 된다면 정보화사회로 알려지는 2천년대의 국제적 세력분포에 커다란 변화가 오리라고 믿어진다.

일본의 이 위협적인 개발 계획에 대처하기 위하여 인공지능의 본 고장인 미국에서도 유사한 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미국방성 주도아래 수행되는 전략적 전산기술개발계획(strategic computing Program)은 인공지능의 기술수준을 향상 시켜 각 군의 무기체계에 적용시켜 국가안보를 튼튼하게 함을 목적으로 인공지능 연구소를 컴퓨터망으로 연결하는 지원체계의 구성으로 시작하여 초대규모 집적회로(VLSI)의 기술개발과 새로운 형의 컴퓨터 시스템 구성 등 인공지능에 필요한 기본적인 기술의 개발에 힘쓰고 있다. 동시에 전문가 시스템의 구성, 자연어처리, 영상및 음성인식 등 인공지능의 핵심기술 연구에 투자하여 기술수준을 향상시키고 있다. 또한 그 기술을 이용하여 무인 자동차를 개발하고, 비행기 조종간을 자동화하고 대규모의 전투정보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다. 미국방성의 연구비 투자 능력은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인공지능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리라고 예측한다.

유럽에서의 연구활동도 매우 활발하다. 영국의 ALVEY프로그램은 정보산업 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82년에 시작된 5개년 계획이다. 산학협동및 정부의 후원으로 5억불의 예산을 사용하고 있다. 또 유럽공동체에서 추진하는 ESPRIT라는 연구프로그램도 특기할 만하다.
 

지식처리 시스템의 구조


인간과 기계의 공생 가능성?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어 연구소, 학교를 중심으로 인공지능의 연구및 개발이 시작되었다. 인공지능의 연구원이나 훈련된 지식공학자가 부족한 형편이나 최근 많은 대학에서 인공지능의 강의가 시작되었고 인공지능 연구회가 발족하는 등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러한 차제에 과학기술처의 주관아래 과학기술원을 중심으로 몇개의 대학및 연구소가 참가한 '차세대 컴퓨터 개발에 관한 연구'는 비록 그 규모는 작더라도 우리나라에서도 인공지능의 필요성을 확인한 점에서 참으로 뜻깊은 연구과제라고 생각한다. 2천년대 정보화시대의 핵심기술인 인공지능의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가 주도하여 장기적인 계획의 수립과 연구및 요원양성에 과감한 투자가 요청된다. 또 기업에서는 즉시 활용 할 수 있는 기술을 도입하고 자체요원을 양성하여 기업의 실제업무에 활용함으로써 기업능률의 극대화에 노력하여야 되겠다.

우리사회는 지금 무척 빠른 속도로 자동화된 사회로 다가가고 있다. 단순노동을 기계로 대체하여 생산성을 높이던 시대를 넘어서 고도의 사고기능까지 자동화됨으로써 기계의 개념이 바뀌어 가고 있다. 심지어는 초자동화된 사회에서 인간과 기계의 공생 가능성이 논란되고 있다. 인간과 기계가 공생하는 사회에서 과연 우리 인간의 위치는 어떠할까? 우리가 더욱 행복을 느낄 것인가? 혹시 우리 인간이 기계화되는 것은 아닌지? 만약 기계가 사람을 만들겠다고 나선다면? 마지막까지 인간은 인간으로 남아야 되지 않을까? 다가올 새로운 질서 속에서 인간을 인간답게 하기 위해서 오늘날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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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김진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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