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블랙홀?!”
해롱 선장을 포함한 모두가 놀라 자빠질 뻔했습니다. 그때 발밑에서 강한 진동이 느껴졌습니다.
“드디어 시작이로군. 초무한증폭엔진이 작동을 시작했어. 가장 가까운 블랙홀까지는 한 시간도 안 걸린다.”
라일락이 중얼거리자 딱지가 서둘렀습니다.
“빨리 가요!”
“잠깐, 준비를 해야 해!”
루띠가 장비를 꺼내 일행의 마스크 필터를 새로 갈아주었습니다. 라일락에게도 새 마스크를 건넸습니다.
그때, 닫혀 있던 문이 벌컥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습니다.
“라일락! 여기 있나?”
그건 바로 페가수스 선장이었습니다. 그 뒤에는 대원 두 명이 무기를 겨누고 있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딱지도 잘 아는 루이스 선배였습니다.
“페가수스? 넌 여기서 뭘 하는 거야?”
“해롱? 자네도 포로로 잡혀 있었나? 난 라일락의 구조 요청을 받고 왔네.”
“무슨 소리야? 난 본부의 위기를 눈치채고 재빨리 잠입해서 라일락을 구출”
“고맙단 인사는 됐네. 한시가 급하니 빨리 테러범이나 잡도록 하세.”
페가수스 선장은 대답도 하지 않고 돌아섰습니다.
“으~, 저 자식 또 멋대로 생각을”
해롱 선장이 이를 갈았습니다. 그때 페가수스 대원 한 명이 외쳤습니다.
“로봇들이 오고 있습니다!”
“빨리 여기서 나가세!”
모두 재빨리 복도로 나가자, 경비로봇 여러 대가 몰려왔습니다.
“끈끈이 슬라임 나와라, 뚝딱!”
딱지가 순식간에 콧구멍에서 슬라임을 빼내 로봇들의 얼굴을 뒤덮어 마비시켰습니다. 그 모습을 본 페가수스 선장이 말했습니다.
“비록 해킹을 당했다고는 하나 동료인 로봇을 해치지 않으면서 무력화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네. 하지만 영 우아하지는 않군”
얼굴이 빨개진 딱지는 이번 일만 끝나면 기필코 도깨비방망이를 분리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밖으로 나온 라일락은 엔진을 멈추기 위해 조종실로 향했습니다. 페가수스와 해롱 호 대원들은 둘로 나뉘어 숨 쉴 수 있는 공기가 있는 두 곳을 각각 공격하기로 했습니다. 한 곳은 생명유지장치가 있는 제어실이었고, 다른 한 곳은 본부의 메인컴퓨터가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두 곳 모두 넓은마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얼마 뒤 다시 만난 페가수스와 해롱 선장이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테러범이 교묘한 수작을 부리고 있는 것 같군.”
“그러게. 이 넓은 데서 어떻게 찾지? 눈에 띄기만 하면 내가 밭다리걸기로 자빠뜨려 줄 텐데.”
“자빠뜨리다니? 품위 있는 말투를 좀 쓰게나.”
그 순간 딱지는 뭔가에 생각이 미쳤습니다. 딱지가 손을 들고 말했습니다.
“저, 선장님들. 숨 쉴 공기가 있으면서 지도에 나타나지 않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착륙장에 있는 우주선입니다!”
“호오, 고딱지 대원, 훌륭하군. 마침 나도 같은 생각을 했네.”
딱지는 우쭐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엔 수많은 우주선이 있어. 짧은 시간 안에 어떻게 찾느냐가 문제지.”
딱지가 다시 고민에 빠지는 순간 바닥이 크게 진동했습니다. 아까보다 훨씬 심해서 다들 비틀거렸습니다.
“초무한증폭엔진이 속도를 높였나 봐!”
루띠가 외쳤습니다. 그때 통신기에서 라일락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본부가 블랙홀에 가까워지고 있어. 방금 진동은 블랙홀의 중력 때문에 본부가 부서지고 있기 때문에 생긴 거야. 시간이 없어! 넓은마음이 해킹에 사용한 제어 스틱을 찾아야 해! 그게 있으면 컴퓨터를 복구하고 엔진을 제어할 수 있어. 지금은 그 방법밖에 없어!”
페가수스 선장이 라일락 본부장에게 조금 전 추리에 관해 알려주었습니다.
“일리 있는 생각이야. 최근에 들어온 수상한 우주선을 한번 찾아볼게.”
한 시간 같은 1분이 지난 뒤 라일락이 다시 말했습니다.
“과연 있어! FH-15 착륙장으로 가 봐!”
“좋았어! 얼른 가도록 하세!”
페가수스 선장이 말하더니 대원들을 이끌고 먼저 떠났습니다.
“저 녀석, 서두르는 것 좀 봐. 공을 독차지하려고 말이야.”
해롱 선장이 시샘하는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설마요. 위급한 상황이니 최대한 서둘러야죠. 우리도 빨리 가요.”
딱지도 페가수스 선장의 뒤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페가수스 선장은 과연 대단했습니다. 순식간에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최단거리를 계산해서 모두를 이끌었습니다. 그들을 막으려 나타난 경비로봇은 페가수스 호 대원들이 순식간에 제압했습니다. 해롱 호 대원들은 기가 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기다!”
페가수스 선장이 외쳤습니다. 루이스 선배가 재빨리 착륙장 문의 제어판을 조작하자 문이 활짝 열렸습니다. 그리고 그곳엔 넓은마음이 있었습니다!
“크하하하! 날 찾아내다니 역시 우주순찰대군. 이걸 찾으러 온 거겠지?”
넓은마음이 내민 오른손에는 해킹용 제어 스틱이 들려 있었습니다.
“하지만 늦었어. 너희는 모두 블랙홀로 빨려 들어갈 거다!”
“절대 그렇게 두지 않겠어!”
넓은 마음을 보고 흥분한 딱지가 앞으로 뛰쳐나갔습니다.
“그렇게 급하면 코딱지 너 먼저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라!”
넓은마음이 외치며 손가락으로 딱 소리를 내고는, 재빨리 옆에 있는우주선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러자 우주선이 드나드는 거대한 문이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슈우욱’ 소리와 함께 공기가 우주로 흘러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모두 뭔가 붙잡고 몸을 고정해!”
페가수스 선장이 외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페가수스 호 대원들이 재빨리 명령에 따랐습니다. 딱지는 당황해서 사방을 살펴봤지만, 딱히 붙잡을 게 없었습니다. 딱지는 곧 불어온 엄청난 바람에 휩쓸려 공중에 떠올랐습니다.
“으악!”
공중에서 허우적댔지만 손에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딱지는 검은 구멍이 입을 벌리고 있는 우주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