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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줄거리.
우주순찰대 본부에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하다고 직감한 고딱지. 프로보의 도움으로 해롱 호 선장과 대원들을 설득해 본부로 향한다. 본부와 통신하던 딱지는 갑자기 “넓은마음을 찬양하라!”라고 외치는데…. 나쁜 해커 ‘넓은마음’을 찬양하라니?!
딱지가 손가락을 입에 대고 ‘쉿!’ 했습니다. 한동안 통신기가 조용했습니다. 딱지는 긴장이 되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착륙을 허가한다! 넓은마음 님을 찬양하라!”
통신기에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우앗, 역시! 넓은마음이 본부를 장악한 게 틀림없어요!”
딱지가 고함을 질렀습니다. 이번에는 해롱 선장도 반박하지 못했습니다.
“감히 날 해킹했던 녀석을 용서할 수 없다!”
프로보가 주먹을 불끈 쥐더니 우주선을 본부 쪽으로 몰았습니다.
“자, 잠깐! 다른 선장들에게 알리고 함께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해롱 선장이 말했습니다. 겁을 먹은 것 같았지만, 한편으로는 맞는 말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허가를 받아놓고 착륙하지 않으면 의심을 살 거예요. 게다가 우리가 보내는 통신은 본부에서 모조리 들을 수 있다고요. 본부가 더 위험해질 수 있어요.”
딱지가 말했습니다.
“으~, 어쩔 수 없네…. 일단 착륙해!”
해롱 선장이 외쳤습니다. 프로보는 본부의 지시를 받아 착륙장에 해롱 호를 내렸습니다. 순찰을 도는 경비로봇 외에는 아무것도 안 보였습니다. 정말로 인간을 비롯한 생물은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습니다. 경비로봇 대여섯 대가 해롱 호 옆을 지나갔습니다.
“휴우, 다행히 우리한테 관심이 없네.”
루띠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습니다.
“프로보, 외부 환경을 확인해 봐.”
“공기 중에 독소가 많아서 호흡하는 생명체는 활동할 수 없다.”
“넓은마음이 지난번 행성 공장에서 빼낸 장치로 수작을 부렸을 거예요.”
딱지의 눈이 이글거렸습니다. 루띠가 공기 성분을 보더니 말했습니다.
“흠, 그래도 마스크를 쓰면 두 시간 정도는 활동이 가능할 거 같은데. 그동안 공기를 원상복구하면 되겠어.”
“어이! 그렇게 쉬운 일처럼 얘기하지 말라고!”
해롱 선장이 부들부들 떨며 말했습니다.
“좋아요. 그럼 가고 싶은 사람만 가도록 해요. 본부에 위기가 닥쳤는데 무서운 분은 여기 계셔도 좋아요.”
딱지가 말했습니다.
“난 간다! 넓은마음의 콧대를 납작하게 만들어서 마음이 아니라 콧구멍이 넓어지게 해주겠어!”
프로보가 외쳤습니다.
“나도 갈래. 딴 건 몰라도 딱지가 없어지면 내 실험 대상이 없어지니까.”
루띠도 말했습니다.
“그럼 나도. 선장님하고 둘만 있으면 썰렁해서 몸이 얼어붙을 것 같아.”
용용도 말했습니다. 모두가 해롱 선장을 쳐다보았습니다. 해롱 선장은 한숨을 푹 쉬더니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혼자 있긴 좀 무서운데….”
얼마 뒤 해롱 호의 문이 열렸습니다. 경비로봇이 반대쪽으로 간 틈을 타 다 함께 착륙장 입구를 향해 달렸습니다. 다행히 들키지는 않았습니다.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본부는 워낙 커서 초고속 엘리베이터와 캡슐열차를 타고 다녀야 했습니다. 맨 앞에는 프로보가 섰습니다. 프로보라면 누군가와 마주쳤을 때 넓은마음에게 해킹을 당한 척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디로 가야 하지?”
루띠가 속삭였습니다.
“일단 정보가 필요하니 컴퓨터와 접속할 수 있는 제어실로 가야 한다.”
프로보가 엘리베이터 앞에 서며 말했습니다. 곧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모두 재빨리 탑승했습니다.
“어디 보자. 125층까지 올라갔다가 엘리베이터를 갈아타고 256층까지 갔다가 캡슐열차를 타고 8km 간 뒤에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27층을 내려가면 된다.”
“재미있게도 전부 거듭제곱수★네요?”
딱지가 키득거렸습니다.
“이 와중에 넌 그런 게 눈에 들어오냐?”
루띠가 면박을 주었습니다. 곧이어 엘리베이터가 출발했습니다. 초고속 엘리베이터답게 순식간에 100층을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엘리베이터가 급정거했습니다. 해롱 호 일행은 공중에 붕 떴다가 바닥에 쾅 하고 떨어졌습니다.
“으악! 이게 왜 이래?”
“내 마스크! 마스크!”
해롱 선장이 마스크가 벗겨질 뻔하자 황급히 놀라서 다시 썼습니다. 그때 엘리베이터 안에 목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크하하하하! 잡았다, 이놈들! 내가 속을 줄 알았냐?”
“넓은마음!”
딱지가 외쳤습니다.
“그래, 특히 너 코딱지! 자꾸 내 계획을 방해했겠다? 가만두지 않겠어. 여기서 우주순찰대와 운명을 같이해라, 크크크.”
“어이! 난 상관없는 사람이잖아! 난 내버려 두고 사정이 있으면 둘이 알아서 해결하라고~!”
해롱 선장이 외쳤습니다.
“뭐예요! 비겁하게!”
“아, 난 몰라! 모른다고!”
해롱 선장이 난리를 피웠습니다.
“거참, 시끄러운 놈들이군. 감옥에 가둬 버려야겠어.”
“흥! 로봇을 암만 보내봐라! 그깟 허접한 로봇들 전부 물리쳐주마.”
딱지가 지지 않고 대거리를 했습니다.
“헉! 허접한 로봇이라니 너무하다….”
프로보가 상처 입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아니, 프로보. 내 말은 그게 아니라….”
“에라이, 역시나 정신없는 놈들! 조용히 시켜주마!”
넓은마음이 외친 뒤에 딱지는 몸이 좀 이상해지는 걸 느꼈습니다. 숨을 쉬기 어렵고 정신이 몽롱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후후후. 엘리베이터의 공기를 빼고 있다. 뭐하러 로봇을 보내 싸우겠냐? 기절시킨 뒤에 그냥 가두면 되지.”
딱지의 눈앞이 까매졌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요. 딱지는 눈을 떴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루띠와 용용, 프로보와 함께 좁은 방에 갇혀 있었습니다. 다들 이제 막 정신을 차렸는지 비몽사몽이었습니다. 문은 딱 하나뿐인데, 굳게 잠겨 있었습니다.
“다들 괜찮아?”
루띠가 물었습니다.
“여러분이 모두 기절한 뒤에 로봇들이 왔다. 열심히 싸웠지만, 나 혼자서는 역부족이었다. 미안하다.”
아닌 게 아니라 프로보의 몸은 상처투성이였습니다. 군데군데 부품이 빠져 덜렁거렸습니다.
“이런, 나중에 고쳐줄게.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루띠가 프로보를 달랬습니다.
“근데 선장님은 어딨어요?”
딱지가 물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해롱 선장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혼자 싸우다 다친 프로보, 마음이 아파! 그런데 해롱 선장은 어디로 간 걸까? <;계속>;
고호관 작가
우주를 동경하던 소년은 어느덧 나이를 먹어 여전히 우주를 동경하는 아저씨가 됐어요. 지금은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여러 매체에서 과학을 재미있게 전해주는 일도 하고 있답니다.
용어 설명
거듭제곱수★ 같은 수를 여러 번 거듭해서 곱하는 것을 ‘거듭제곱’이라고 하고, 거듭제곱해서 나온 값을 거듭제곱수라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