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북 10쪽과 함께 보세요!
지난 줄거리.
은하계 최고의 우주순찰대원을 가리는 ‘플래닛 5종 경기’에서 2등을 차지한 고딱지. 해롱 호 동료들은 호들갑스럽게 축하해줬지만, 딱지는 관중석에서 본 ‘넓은 마음’의 얼굴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데….
“안녕하십니까, 우주순찰대 여러분. 저는 행성 공장 공장장 다만드러입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통통한 몸집에 작업복을 입고 안전모를 쓴 사람이 해롱 호 일행을 맞이했습니다.
“우와, 행성 공장은 처음 와 봐요.”
딱지가 신이 난 목소리로 말하며 창밖을 내다봤습니다. 이곳은 우주정거장처럼 행성 위에 떠 있는 사무실이었습니다. 행성 공장이 만들고 있는 황토색 행성이 창문 밖으로 내려다보였습니다.
“아직 만드는 중이라 좀 황량해 보이지요. 이리 오세요. 현장으로 가면서 몇 군데 보여드리지요.”
플래닛 5종 경기가 끝난 뒤 한동안 여유 있게 보내던 해롱 호는 행성 공장에 유령이 나타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습니다. 공장장 다만드러는 해롱 호 일행을 셔틀에 태우고 아래쪽 행성으로 내려갔습니다.
“저쪽, 보이시나요? 바다를 만들려고 얼음을 실어나르고 있습니다.”
다만드러가 가리키는 쪽을 보니 커다란 우주선 수백 대가 줄을 지어서 커다란 얼음덩이를 행성 위로 나르고 있었습니다.
“저 얼음이 녹으면 움푹 파인 곳에 물이 고여서 바다가 될 거예요. 이번 고객은 바다를 넓게 만들어 달라고 하셔서 물이 많이 필요해요. 지금은 이렇지만, 바다가 완성되면 파란 행성이 되겠지요.”
다들 신기하게 바라보는 가운데 셔틀이 지상으로 내려갔습니다. 지상에서는 수많은 사람과 로봇이 엄청나게 거대한 장비를 이용해 일하고 있었습니다. 어디서는 땅을 파헤치고 있고, 또 어디서는 바위와 흙을 높이 쌓아 올리고 있었습니다.
“저렇게 길게 파내는 곳은 나중에 강이 될 거예요. 저쪽은 호수가 되겠지요. 아, 그리고 저렇게 높게 쌓는 건 산이에요. 고객이 만년설이 덮이는 높은 산을 100개 정도 주문하셨지요.”
딱지와 해롱 선장을 비롯한 모두가 행성 공장은 처음 와보는지 다만드러의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습니다.
“일단 땅과 바다를 완성하면, 비가 오면서 강과 호수도 생길 거예요. 그러면 나무와 풀을 심고, 동물들도 데려와 생태계를 만들어요. 그다음에 사람이 와서 사는 거지요.”
“그런데 나무가 하나도 없는데, 일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숨을 쉬나요?”
딱지가 물었습니다.
“그래서 공사 중에는 ‘대기조절기’를 이용해 산소를 만들어요. 유령이 나타나는 곳이 바로 그곳이랍니다. 그것 때문에 공사에 어려움이 있어서 큰일이에요.”
얼마 뒤 셔틀 창밖으로 거대한 피라미드 모양의 건물이 나타났고, 셔틀은 건물 근처에 착륙했습니다.
“여기가 바로 대기조절기입니다. 공사하는 동안 작업자가 숨을 쉴 수 있게 산소를 만들어줘요. 우리는 이걸 ‘뿜뿜이’라고 부르지요.”
딱지는 셔틀에서 내려 대기조절기를 바라봤습니다. 높이가 100층은 될 법한 거대한 금속 피라미드였습니다. 맨 꼭대기에는 굴뚝 같은 게 있는데, 그곳에서 공기가 뿜어져 나오는 모양이었습니다.
“난 산소가 없어도 상관없는데. 역시 로봇이 우월하다.”
프로보가 자랑스럽게 말했습니다.
“흥! 비 맞으면 녹슬면서. 공장장님, 그 유령이 나온다는 곳이 여기인가요?”
루띠가 프로보에게 눈을 흘기며 다만드러에게 물었습니다.
“네, 맞아요. 저 안에 유령이 나타난다고 해서 아무도 들어가려고 하지 않아요.”
다만드러가 심각한 표정으로 대답하자 해롱 선장이 헛기침을 하며 점잖게 말했습니다.
“흠. 일단 유령의 정체를 파악”
“혹시 홀로그램 아닐까요? 누가 장난을 치는 걸 수도 있어요.”
해롱 선장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딱지가 끼어들었습니다. 선장은 다시 말을 이었습니다.
“저희의 과학적 수사 방법으로”
“아! 루띠, 홀로그램 감지 장치 만들 수 있어요?”
이번에도 딱지가 끼어들었습니다.
“하, 하여튼 범인을 빨리 잡”
“최근에 수상한 점은 없었나요?”
“야, 고딱지! 네가 선장이야? 내 이름이 해롱이라고 해롱해롱대는 걸로 보이냐? 자꾸 까불면 혼난다?”
해롱 선장이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지며 외쳤습니다.
“앗, 죄송합니다.”
딱지는 자신이 지나쳤다고 생각해서 뒤로 물러났습니다.
“흠흠, 아무튼 안심하세요. 저희가…어, 음…까먹었잖아!”
해롱 선장이 다시 딱지를 향해 눈을 부릅떴습니다. 루띠가 나서서 해롱 선장을 달래준 뒤에야 다만드러의 설명을 자세히 들을 수 있었습니다. 누구든지 뿜뿜이 안에만 들어가면 무서운 유령을 본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무도 들어가려고 하지 않는 게 문제였습니다.
“공장장님도 보셨어요? 어떻게 생긴 유령이었나요?”
“아아, 정말 끔찍했어요. 다리가 1000개 달린 지네 모양의 괴물 유령이었어요. 제가 다리 많은 동물은 정말 무서워하거든요. 으, 두 번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아요.”
“흠, 무서울 만하군요.”
“그런데 사람마다 본 유령이 달라요. 누구는 모기떼가 달걀귀신 형체를 하고 달려들었다고 하고, 누구는 뿔 달린 외눈 도깨비가 가시 박힌 방망이를 휘둘렀다고 하고….”
“도깨비 종족으로서 그건 좀 불쾌하군요. 아직도 도깨비를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니….”
해롱 선장이 중얼거렸습니다.
“그런데 뿜뿜이가 작동하지 않으면 우리는 어떻게 숨을 쉴 수 있는 거죠?”
딱지는 문득 의문이 떠올라 물었습니다.
“로봇에게는 유령이 보이지 않아요. 뇌가 있는 동물에게만 보여요. 그러니까 홀로그램은 아닌 거지요. 그래서 지금은 일단 로봇들이 뿜뿜이를 맡고 있는데, 업무량이 많아졌다고 투덜거리고 있어요. 빨리 유령 문제를 해결해야 해요.”
“역시 로봇이 우월하다. 후후.”
프로보가 또 우쭐댔습니다.
“아, 그러셔? 그럼 이번 임무는 프로보 네가 해결하면 되겠네?”
용용이 프로보를 향해 빈정거렸습니다. 다들 용용의 말에 동조했습니다.
“앗, 그, 그러고 보니 로봇이 유령을 볼 확률도 라면을 먹다가 재채기해서 콧구멍으로 빠져나온 면발이 앞사람 그릇에 빠졌는데, 앞사람이 모르고 그냥 먹을 확률 정도는 된다”…
프로보가 머뭇거리자 딱지가 나섰습니다.
“흥! 세상에 유령이 어딨어요? 마음이 약해서 헛것이 보이는 거죠. 제가 가보겠어요!”
딱지는 뿜뿜이라 불리는 대기조절기 앞에 섰습니다. 큰소리는 쳤지만, 막상 들어가려니 살짝 긴장이 됐습니다.
‘들어가서 쭉 직진하면 제어실이라고 했지? 어차피 일하는 로봇들도 있으니 괜찮을 거야. 어떤 놈이 장난치는 건지 잡고 말겠어.’
딱지는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안에는 특별한 게 없었습니다. 긴 복도가 있고, 저 멀리 제어실 문이 보였습니다. 피라미드가 워낙 크다 보니 제어실까지 꽤 멀긴 했지만,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었습니다.
‘뭐야, 전혀 유령이 나올 분위기가 아닌데?’
딱지는 마음을 놓고 걸어갔습니다. 꽤 한참 걸어가는데도 별다른 일이 없자 딱지는 마음을 놓았습니다. 그때 누군가 뒤에서 불렀습니다.
“고딱지 대원!”
딱지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습니다. 그곳에는 페가수스 선장이 있었습니다!
“페, 페가수스 선장님?”
“자네 지금 여기서 뭘 하는 건가?”
페가수스 선장이 딱지에게 호통을 쳤습니다.
유령이라니 어쩐지 으스스해 …! 그런데 이곳에 페가수스 선장님이? <;계속>;
고호관 작가
우주를 동경하던 소년은 어느덧 나이를 먹어 여전히 우주를 동경하는 아저씨가 됐어요. 지금은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여러 매체에서 과학을 재미있게 전해주는 일도 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