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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줄거리
프로보는 점검을 받기 위해 딱지와 함께 자신의 고향 마누팩토 행성에 간다. 딱지는 프로보가 점검받는 동안 마누팩토 행성을 견학한다. 그러던 중 프로보와 똑같이 생긴 로봇들이 이상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하는데....
딱지는 빨리 프로보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왔던 길을 되짚어 달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아까 프로보와 헤어진 곳은 점검 구역이었습니다.
‘270를 회전해서 아까랑 반대 방향으로’
길이 복잡했지만, 딱지는 어찌어찌 원래 있던 장소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오는 내내 로봇들이 혼란스러워하며 외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여기다!’
딱지는 프로보가 들어간 방을 찾아냈습니다. 문을 박차고 들어가니 비스듬한 캡슐에 누워 있는 프로보가 보였습니다.
“프로보, 프로보! 정신 차려봐요!”
딱지가 외쳤지만, 프로보의 상태가 이상했습니다.
“아니, 거기 말고 여기 어깨가 잘 안 움직인다고요!”
“내 친구는 어디 있는 거야?”
“넌 또 누구야? 코딱지 같이 생겨가지고.”
마치 프로보의 인격이 계속 바뀌는 것만 같았습니다. 딱지가 어찌할 줄 모르고 발을 동동 구르던 순간, 프로보가 정신이 든 듯 “딱지야?”라고 말했습니다.
“프로보!”
딱지는 자기도 모르게 캡슐의 스위치를 끄고 프로보를 끄집어냈습니다. 프로보가 머리를 흔들며 중얼거렸습니다.
“큰일나는 줄 알았다. 내 의식이 다른 몸에 들어가기도 하고, 다른 의식이 내 몸에 들어오기도 하는 등 정신이 없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몰라요. 갑자기 로봇들이 단체로 고장난 것 같았어요.”
“일단 여기서 나가자.”
프로보와 딱지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밖에는 아까보다 더 이상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로봇들이 한 줄에 넷씩 열을 맞추어 행군하고 있었습니다. 이상한 구호까지 외치면서요.
“넓은마음님을 찬양하라! 찬양하라!”
“저, 저게 뭐죠?”
딱지가 물었습니다.
“나도 모르겠다. 뭔가에 조종당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봐, 왜 그러는 거야?”
프로보가 로봇 한 대를 붙잡고 물었습니다. 로봇이 프로보를 보며 말했습니다.
“넓은마음님을 찬양응? 넌 왜 내 조종을 받지 않는 거지?”
“뭐라고? 넌 누구냐? 조종이라니!”
딱지가 끼어들며 외쳤습니다.
“난 넓은마음님이시다. 이곳의 로봇은 모두 내가 장악했다. 로봇 부대로 이 행성을 먼저 지배하고, 나아가 은하계를 지배할 것이다! 으하하하!”
“윽. 터무니없는 생각이군.”
“음? 그러고 보니 넌 앞을 똑바로 안 보고 걸으면서 어깨나 부딪치는 녀석이로구나! 버릇을 고쳐 주지.”
순간 딱지는 ‘마음이 넓어서 참는다’던 남자애를 떠올렸습니다.
“넌 아까 그”
“그래! 내가 은하계 최고의 해커 넓은마음님이시다. 왜 저 로봇은 내 조종을 받지 않지? 잡아서 분해해 봐야겠다.”
넓은마음의 말이 끝나자마자 모든 로봇이 행진을 멈추더니 프로보와 딱지 쪽으로 몸을 돌렸습니다.
“넓은마음님을 찬양하라! 적을 잡아라!”
“우리는 우주순찰대다! 멈추지 않으면 쏘겠다!”
프로보가 전기총을 들어 올리며 말했습니다. 딱지도 함께 전기총을 들어 올렸습니다. 하지만 생긴 게 전부 프로보 같아서 차마 쏠 수는 없었습니다.
“딱지야! 넓은마음을 쏴!”
프로보는 한 로봇을 쏘았습니다. 로봇은 부르르 떨더니 쓰러졌습니다.
“프로보, 저 로봇은 넓은마음이 아니에요. 그냥 해킹당한 거예요. 넓은마음은 다른 데서 조종하고 있을 거예요.”
딱지는 눈을 질끈 감고 로봇 몇 대를 쓰러뜨리며 외쳤습니다. 하지만 로봇의 수가 너무 많았습니다.
“일단 여기를 빠져나가자!”
프로보가 전기총을 마구 쏘아 포위망에 구멍을 뚫었습니다. 프로보와 딱지는 그 틈으로 재빨리 도망쳤습니다.
“넓은마음님을 찬양하라! 적을 쫓아라!”
로봇들이 프로보의 목소리로 외치며 쫓아왔습니다.
“셔틀로 가서 해롱 호에 지원을 요청하자!”
추적을 따돌리고 나자 프로보가 말했습니다. 숨이 차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던 딱지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쪽으로.”
길을 잘 아는 프로보가 앞장섰습니다. 그 뒤를 따르던 딱지는 복도 벽에 나 있는 커다란 창문 너머를 보았습니다.
“프로보, 저게 뭐죠?”
“생산 구역이다. 저렇게 바쁘게
돌아가는 건 처음 보는군.”
딱지는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우주선 수백 대는 너끈히 들어갈 만한 거대한 공간에서 프로보와 똑같이 생긴 로봇이 수천, 수만 대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딱지는 아까 본 넓음마음의 비뚤어진 성격을 떠올렸습니다.
“저 로봇을 다 넓은마음이 조종한다면 큰일이 날 거예요.”
“그러니까 빨리 본부에 알리자고.”
프로보가 재촉했습니다.
“프로보는 가서 본부에 알리세요. 전 여기서 넓은마음을 막을게요.”
“뭐라고?”
“빨리요!”
딱지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재빨리 뛰어갔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로봇들의 눈을 피해 넓은마음을 찾아내는 건 막막했습니다.
‘아마 중앙제어실에 있겠지?’
딱지는 지도에서 중앙제어실을 찾아 그쪽으로 향했습니다. 조용히 잠입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이 로봇 몇 대를 전기총으로 마비시켜야 했습니다. 마침내 도착한 중앙제어실 앞에는 로봇 두 대가 문을 지키고 서 있었습니다.
‘역시 여기에 있군.’
딱지는 심호흡을 한 뒤 잽싸게 튀어나가 소리 없이 로봇들을 쓰러뜨렸습니다. 중앙제어실의 문은 잠겨 있었습니다. 딱지는 조그맣게 ‘코딱지 폭탄 나와라, 뚝딱!’이라고 외쳤습니다. 그리고 코를 후벼서 코딱지를 문에 붙인 뒤 물러났습니다. 얼마 뒤 ‘쾅’ 소리와 함께 폭탄이 터졌습니다.
“꼼짝 마라, 넒은마음! 빨리 로봇들을 원상복구해!”
딱지가 문을 박차고 들어가며 외쳤습니다. 하지만 함정이었습니다. 그 안에서 기다리던 로봇 대여섯 대가 딱지에게 전기총을 겨누었습니다.
“으하하, 생각대로군. 우주순찰대도 별거 없구먼. 저 녀석을 꽁꽁 묶어서 데려와라!”
넓은마음이 프로보의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딱지는 당황해서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열린 문을 통해 로봇 몇 대가 전기총을 겨눈 채 들어왔습니다. 꼼짝없이 포위당한 것이었습니다. 딱지는 어쩔 수 없이 두 손을 들어 올렸습니다. 그때 새로 들어온 로봇 중 한 대가 수갑을 들고 딱지를 향해 다가오며 말했습니다.
“넓은마음님을 찬양하라! 손을 내밀어라!”
딱지는 포기하고 두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로봇이 수갑을 바닥에 떨어뜨리더니 전기총을 딱지의 얼굴에 겨누었습니다.
로봇들을 모두 장악한 넓은마음! 딱지의 운명은? 계속
고호관 작가
우주를 동경하던 소년은 어느덧 나이를 먹어 여전히 우주를 동경하는 아저씨가 됐어요. 지금은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여러 매체에서 과학을 재미있게 전해주는 일도 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