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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순찰대원 고딱지] 친절한 우왁족과 거대 괴물 부르르

20화

(지난 줄거리 : 눈과 얼음으로 가득한 행성에서 괴물을 맞닥뜨린 해롱 호 대원들은 우왁족의 도움으로 괴물의 습격에서 벗어난다. 그때, 루띠가 해롱 호에 큰 문제가 생겼다고 통신을 보내는데….)

 

다들 깜짝 놀라 이구동성으로 루띠에게 물었습니다. 
“뭐라고? 무슨 일인데?”
“우주선 수리는 거의 마쳤는데, 그 사이에 해롱 호 주위로 얼음이 얼어붙었어요. 얼음을 녹이거나 깨지 않으면 이륙할 수 없어요.”
큰일이었습니다. 꽁꽁 얼어붙은 행성에서 얼음을 녹여야 한다니요. 해롱 선장과 프로보, 용용, 딱지가 모두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도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온천의 물을 떠다가 녹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온천수가 아무리 뜨거워도 조금씩 퍼다가 부으면 금세 얼어붙어 얼음만 더 커질 뿐이었습니다. 
우왁족은 걱정하는 딱지 일행을 둘러싸고 유심히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딱지가 만능 통역기를 사용해 말을 걸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늦었지만,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혹시…, 이곳에서 얼음을 녹이는 방법이 있나요?”
우왁족이 서로 쳐다보더니 그중 한 명이 나서서 대답했습니다. 
“이곳에는 따뜻한 게 단 하나뿐이다. 바로 부르르의 오줌이다.”
딱지의 자기의 귀를 의심했습니다. 우왁족이 계속 설명했습니다. 
“부르르는 가끔 땅 위를 향해 오줌을 발사한다. 그 오줌이 땅에 고여서 연못이 되는데, 우리는 그 오줌을 퍼다가 집을 따뜻하게 덥힌다.”
“자, 잠깐만요. 그럼 아까 우리가 몸을 데운 온천이….”
딱지가 더듬거리며 해롱 선장과 용용을 돌아보았습니다. 둘 다 토할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우, 우리가 괴물의 오줌에 목욕을 한 거라고?”
“거봐요! 아까 제가 냄새 이상하다고 했잖아요!”
“으아악! 내가 제일 오래 있었는데!”
해롱 선장은 바닥의 눈을 퍼서 몸을 문지르기 시작했습니다. 우왁족은 그 모습을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더니 말했습니다. 
“어쨌든 부르르가 너희들의 그 우주…, 뭐시기에 오줌을 싸면 얼음을 녹일 수 있다.”
간신히 마음을 진정시킨 딱지 일행은 부르르가 해롱 호에 오줌을 싸게 만들 계획을 세웠습니다. 우왁족의 도움을 받으면 가능할 것 같았습니다. 
“부르르는 자기가 평소에 싸는 곳에만 오줌을 싼다. 우주선에 오줌을 싸게 하려면 우주선에서 오줌 냄새가 나게 해야 한다. 고여 있는 오줌을 퍼다가 우주선 근처에 부으면 부르르가 그곳으로 가서 오줌을 쌀 거다.”
“아아, 나의 소중한 해롱 호가 오줌을 뒤집어써야 한다니!”
해롱 선장이 울부짖었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오줌을 나르는 동안 괴물이 나타나면 어떡하죠?”
딱지가 걱정이 되어 물었습니다. 
“부르르는 발걸음 소리를 듣고 쫓아온다. 부르르를 따돌릴 수 있는 걸음걸이를 가르쳐주겠다.”
우왁족은 딱지 일행에게 괴물을 피해서 다닐 수 있는 걸음걸이를 알려주었습니다. 우왁족은 부르르가 쫓아오지 않게 하려면 가능한 한 불규칙적으로 걸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규칙적이 아니라 불규칙적이어야 한다고요?”
딱지가 황당해서 물었습니다. 
“그렇다. 규칙적으로 걸으면 금세 쫓아온다. 세 걸음 걷고 쉬었다가, 한 걸음 걷고 쉬었다가, 다섯 걸음 걷고 쉬었다가, 두 걸음 걷고 좀 오래 쉬었다가 또 걷는 식으로 각자 알아서 불규칙적으로 걸어야 한다.”
“이건 너무 어렵다. 특히 로봇인 나는 불규칙적으로 행동하기가 힘들다! 다른 방법은 없는가?”
프로보가 외쳤습니다. 하지만 우왁족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래도 우왁족이 부르르 오줌 나르기를 도와주기로 해서 다행이었습니다. 이 계획을 루띠에게도 전했습니다. 루띠는 내키지 않는 듯한 목소리였지만, 얼음이 녹으면 바로 우주선을 움직이기로 했습니다. 

일행은 우왁족의 안내를 받아 해롱 호에서 가장 가까운 온천으로 갔습니다. 불규칙적으로 걷는다는 건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부르르의 습성으로 보건대 곧 오줌을 싸러 지상으로 올라올 것이다.”
딱지는 우왁족이 빌려준 물통에 뜨끈한 오줌을 한가득 담았습니다. 온천수가 괴물의 오줌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자 몸이 근질거렸습니다. 
‘여기에 내가 몸을 담그고 있었다니!’
딱지는 구역질을 참고 해롱 호로 향했습니다. 부르르가 오줌 냄새를 맡고 찾아올 가능성이 커서 가능한 한 신중하게 불규칙적으로 걸어야 했습니다. 
‘하나, 둘, 셋. 하나. 하나, 둘, 셋, 넷, 다섯. 하나, 둘. 좀 쉬었다가 다시 하나.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딱지는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속으로 수를 세며 최대한 아무렇게나 걸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하나, 둘. 아니, 하나-둘을 좀 많이 했나? 이번에는 일곱까지 걸을까?’
불규칙적으로 걷는 건 생각보다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주위를 보니 해롱 선장과 프로보도 헤매고 있었습니다. 다리가 없는 용용은 아예 우왁족 한 명이 업고 갔습니다. 
한참을 신경 쓰며 걷는데, 땅에서 은은하게 진동이 느껴졌습니다. 딱지는 심장이 두근거렸습니다. 하지만 우왁족은 태연하게 계속 걸었습니다. 일행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해롱 호에 도착했습니다. 해롱 호의 반 이상이 얼음에 묻혀 있었습니다. 딱지는 갖고 온 부르르의 오줌을 얼른 해롱 호에 부었습니다. 우왁족도 해롱 호에 오줌을 골고루 뿌렸습니다. 루띠가 아직 얼음에 묻히지 않은 출입구를 열고 반겼습니다. 
“잘 왔다. 얼른 들어와. 출발 준비는 됐어.”
해롱 선장과 용용이 먼저 들어갔습니다. 딱지도 들어가려다가 문득 프로보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프로보는 저 뒤에서 양동이를 들고 오고 있었습니다. 가능한 불규칙적으로 걷는다고 했지만, 역시 로봇이라 그런지 딱지가 보기에도 프로보의 걸음걸이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위험해 보이는데?’
그때 프로보의 뒤쪽에서 땅이 솟아올랐습니다. 프로보는 그 모습을 보고 더 빨리 걷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빨리 걸으려고 할수록 걸음걸이는 더욱 규칙적으로 되었습니다. 부르르가 쫓아오는 속도도 빨라졌습니다. 
‘안 되겠어!’
딱지는 깊이 생각할 여유도 없이 뛰어나갔습니다. 프로보는 아예 오줌 양동이를 던져 버리고 해롱 호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딱지도 프로보를 향해 뛰었습니다. 순간 프로보 발밑의 땅이 솟아올랐습니다. 프로보가 휘청거리자, 딱지는 펄쩍 뛰어 프로보를 끌어안고 옆으로 굴렀습니다. 
데굴데굴 구르는 딱지의 눈에 땅을 뚫고 솟아오른 부르르가 보였습니다. 사람 수십 명 정도를 한입에 삼켜버릴 듯이 거대한 거머리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땅을 파고 다녀서인지 커다란 입에는 수백 개나 되는 이빨이 튀어나와 있었습니다. 딱지와 프로보 주위로 얼음 조각이 후드득 떨어졌습니다. 
“해롱 호로 뛰어요!”
딱지가 프로보를 일으켜 세우며 말했습니다. 그때 우왁족이 규칙적인 걸음으로 딱지의 반대 방향을 향해 뛰기 시작했습니다. 
“부르르는 우리가 유인하겠다. 무사히 여길 떠나기를 바란다!”
다시 땅속으로 들어간 부르르가 우왁족을 따라갔습니다. 딱지는 서둘러 프로보와 함께 해롱 호로 들어갔습니다. 
“고맙다, 딱지. 덕분에 살았다.”
“아직 인사는 일러요. 여길 빠져나갈 수 있어야 할 텐데.”
무사히 해롱 호로 들어간 딱지를 본 우왁족은 다시 불규칙적으로 걸었습니다. 그러자 부르르는 갈 곳을 잃고 이리저리 땅을 헤집었습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오줌 냄새를 맡은 듯, 불룩 솟아오른 땅이 해롱 호를 향해 움직였습니다. 
“온다! 다들 앉아서 벨트 매!”
얼마 뒤, 땅이 진동하기 시작하더니 해롱 호 주위가 순식간에 뜨거운 오줌으로 휩싸였습니다. 해롱 호는 오줌 줄기를 타고 하늘 높이 떠올랐습니다. 
“으악! 내 해롱 호가 완전히 오줌에 뒤덮였어!”
해롱 선장이 괴로워하는 사이 루띠가 외쳤습니다. 
“해롱 호 발진!”
엔진이 움직이는 소리가 나더니 해롱 호가 오줌 줄기를 벗어나 다시 우주로 향했습니다. 딱지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저 아래 어딘가에 있을 우왁족에게 조용히 인사했습니다. 
“고마워요, 우왁족. 다음에 다시 꼭 찾아올게요!”

 

※필자소개

고호관 작가. 우주를 동경하던 소년은 어느덧 나이를 먹어 여전히 우주를 동경하는 아저씨가 됐어요. 지금은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여러 매체에서 과학을 재미있게 전해주는 일도 하고 있답니다.

2022년 04호 어린이수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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