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롱 호 일행은 슈리타인의 보물을 훔치려는 도굴꾼 파헤칭단을 가까스로 막아내지만, 모두 꽁꽁 묶인 채 의식을 잃고 만다. 마침 근처를 지나던 페가수스 호의 도움으로 모든 게 제자리를 찾고, 해롱 호 일행도 무사히 돌아오게 되는데….
“흥, 페가수스 선장이 그렇게 좋단 말이지?”
지난번 사건 이후로 해롱 선장은 마주칠 때마다 딱지를 흘겨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온갖 일을 딱지에게 맡기기 시작했습니다. 딱지가 싫은 기색을 보이기만 해도 비아냥이 돌아왔지요.
“페가수스 호로 가려면 공을 많이 세워야 한다며? 열심히 일하라고~.”
그건 딱지도 바라는 바였습니다. 문제는 해롱 선장이 맡기는 일이 너무 사소했던 겁니다.
“원래 우주순찰대가 이런 일까지 하는 거예요? 흉악범을 잡거나 반란을 진압하거나, 뭐 이런 거창한 임무가 저희 일 아닌가요? 우주순찰대씩이나 돼서 연애편지 전달이 뭐예요?”
딱지가 프로보에게 투덜거렸습니다. 둘은 작은 우주선을 타고 해롱 선장이 맡긴 임무를 수행하러 가는 중이었습니다.
“나는 로봇이라 연애 같은 건 모르지만 연애라고 하니 해롱 선장과 페가수스 선장의 일이 떠오르는군.”
프로보의 말에 딱지는 귀가 쫑긋거렸습니다.
“네? 그게 무슨 얘기예요?”
“응? 너는 해롱 선장이 왜 페가수스 선장을 싫어하는지 모르나?”
그러고 보니 딱지는 여태까지 그걸 궁금해하지 않았다는 게 이상했습니다.
“도대체 왜 그런 건데요?”
“흐음, 이건 나도 어디서 들은 이야기인데, 해롱 선장과 페가수스 선장이 예전에 삼각관계였다는 거야.”
“삼각관계요?”
프로보는 딱지에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사관학교 학생일 때 해롱 선장은 우주순찰대원이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훈련을 받았지. 지금 모습을 보면 믿기 어렵지만 어쨌든 그땐 그랬대.
그러던 어느 날 해롱 선장의 눈에 아름다운 인간 여성이 눈에 띄었어. 바로 라일락이었지. 해롱 선장은 라일락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어. 사관학교 내의 연애는 엄격히 금지돼 있었으니까. 그래서 일단은 친한 사이가 되기로 했지. 그다음 졸업할 때 라일락에게 고백해야겠다고 결심했어. 해롱 선장은 라일락에게 잘 보이려고 공부와 훈련 모두 정말 열심히 했어.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 바로 페가수스 선장이었지. 처음에는 별로 눈에 띄지 않았던 페가수스 선장이 시간이 갈수록 두각을 나타냈어. 외모도 점점 멋져지고 성적도 해롱 선장을 위협할 정도가 되었지. 라일락도 은근히 페가수스 선장에게 관심이 가는 눈치였어.
불안해하던 해롱 선장은 우연히 페가수스 선장과 라일락이 둘이서 만나기로 약속하는 소리를 들었어. 해롱 선장은 몸을 투명하게 만들어 주는 도깨비감투를 쓰고 몰래 페가수스 선장을 미행했어. 살금살금 따라갔더니 그곳에는 라일락이 기다리고 있었지.
해롱 선장은 약간 떨어져서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들었어. 그런데 라일락이 페가수스 선장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거야! 해롱 선장은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기분이었어. 게다가 더 충격적인 말이 흘러나왔어. 페가수스 선장이 그 자리에서 고백을 거절한 거야. 자기는 훌륭한 우주순찰대원이 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거였지.
라일락은 눈물을 흘리면서 그 자리를 떠났고, 해롱 선장은 분노가 치밀었어. 그 자리에서 뛰어가 페가수스 선장의 멱살을 잡았어. 페가수스 선장은 아무것도 안 보였지만 본능적으로 반응해서 해롱 선장을 쓰러뜨렸어. 도깨비감투가 벗겨지면서 해롱 선장의 모습이 나타나자 페가수스 선장이 말했어.
‘해롱? 몰래 동료의 뒤를 밟는 게 얼마나 큰 죄인지 모르나? 당장 잡아가야 마땅하지만, 특별히 기회를 주겠어. 내가 고발하기 전에 먼저 자수해!’
그리고 돌아가 버렸지. 그날 밤 해롱 선장은 펑펑 울었어. 그리고 다음 날 아침 학교에 자신의 잘못을 고백했어. 자수한 덕분에 해롱 선장은 퇴학을 면했어. 하지만 그동안의 성적을 인정받지 못하면서 꼴찌로 졸업했어. 페가수스 선장이 해롱 선장 대신 수석을 차지했지.
그 뒤로 해롱 선장은 페가수스 선장을 싫어했어.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를 빼앗아간 게 첫 번째고, 그 여자의 고백을 거절해서 상처를 준 게 두 번째 이유야.
완전히 몰입해서 듣던 딱지가 숨을 몰아쉬었습니다.
“와, 그런 사연이 있는지 몰랐어요. 라일락은 어떻게 되었나요?”
“라일락은 일을 하면서 아픔을 달랬어. 졸업한 뒤 우주선 선장 대신 본부에서 경력을 쌓았지. 지금은 본부에 계신 높은 분이야.”
얼마 뒤 목적지에 도착한 딱지는 다시 임무에 집중했습니다. 부모님의 반대로 상처를 입고 혼자 우주선을 타고 떠나 버린 남자 디프레가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여자친구인 로셀리나가 손수 쓴 편지를 전해주는 일이었습니다. 딱지와 프로보는 남자가 탄 우주선을 조회해 위치를 알아냈습니다. 그리고 그쪽으로 향했지요.
“우주순찰대입니다. 여자친구분이 꼭 돌아와 달라고 애원하고 있어요.”
“싫어요! 난 이대로 우주 끝까지 가버릴 거예요. 이제 삶의 의미가 없어요! 엉엉엉.”
남자는 눈물을 흘리며 완강하게 거절했습니다. 딱지는 여자친구의 편지를 주면서 설득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프로보, 로셀리나가 쓴 편지 좀 주세요.”
“응? 그 편지 너한테 있잖아.”
“네? 프로보가 챙긴 거 아니에요?”
“딱지야, 어떡하지? 다시 갔다 올까?”
“안 돼요. 그럼 너무 오래 걸려요.”
“할 수 없다. 연애편지 나와라, 뚝딱!”
딱지가 뭐라고 할 틈도 없이 콧구멍이 근질거리더니 편지지가 튀어나왔습니다.
“오, 이런 것도 되네?”
프로보가 신이 나서 중얼거리며 편지지를 꺼냈습니다. 그때 디프레가 달려와 프로보의 손에서 편지를 낚아챘습니다.
“오오, 로셀리나가 손수 쓴 편지인가요? 편지지가 축축한 게 눈물을 쏟으며 쓴 것 같군요. 비록 종이가 젖어서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글자가 번졌지만, 당신의 사랑은 이 편지의 향기에 담겨 있는 것 같구료! 내가 잘못했소. 기다리시오, 로셀리나!”
디프레는 딱지의 콧물에 젖어 축축한 편지지를 얼굴에 문질렀습니다. 프로보의 임기응변으로 임무를 완수한 딱지는 돌아오자마자 새로운 임무를 받아 떠났습니다. 이번에는 루띠가 파트너였습니다.
“루띠, 프로보에게서 해롱 선장의 과거를 들었는데, 굉장하더라고요?”
“과거? 뭘 말하는 거야?”
딱지가 프로보에게 들은 이야기를 읊자 루띠가 포복절도하며 웃었습니다.
“푸하하하! 그게 무슨 헛소리야? 해롱 선장이 공부를 열심히 하긴 뭘 열심히 해! 그리고 라일락? 푸하하, 해롱 선장은 감히 라일락 국장에게 말도 못 걸었을걸. 해롱 선장이 페가수스 선장을 싫어하는 진짜 이유를 내가 알려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