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봐, 내가 오늘 얼마나 많은 동물을 사냥했냐면….”
여러분이 숫자가 없는 아주 옛날 옛적에 살았다고 상상해봅시다. 오늘 하루 사냥한 동물이 얼마나 많은지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요. 지금까지 사냥한 것 중 가장 많은 동물을 잡아서 다른 사람에게 자랑하고 싶거든요. 이때 몇 마리를 사냥했는지를 어떻게 알릴 수 있을까요?
그때 눈앞에 사냥한 동물의 뼈가 보여요. 사냥할 때 흠집이 났는지 뼈에 금이 가 있어요. 이 금을 보니 Q좋은 생각이 났어요. 사냥한 동물 한 마리에 금을 하나씩 새기는 거예요. 사냥한 동물을 모두 업고 가져가 보여주지 않아도 되니 간단하고 편리해요.
원시 시대에 살았던 네안데르탈인이 이 같은 생각을 했다는 증거가 나왔어요. 네안데르탈인은 약 2만 4000년 전에 멸종한 종*으로, 유럽과 아시아 서부에 살았어요.
네안데르탈인 vs 호모 사피엔스
우리 인간은 아주 오랜 기간에 걸쳐 지금의 모습이 됐어요. 그전에는 원숭이의 모습에 더 가까웠지요. 과학자들은 지금과 가장 모습이 비슷한 ‘호모 사피엔스’를 인간의 조상으로 보고 있어요.
네안데르탈인은 이런 호모 사피엔스와 닮은 점이 많은 종이에요. 네안데르탈인은 호모 사피엔스처럼 뒷다리만을 사용해 등을 꼿꼿하게 세우고 걸었으며, 호모 사피엔스보다 머리가 컸다고 해요. 추위에 강했고 호모 사피엔스에 비해 체격도 좋았지요.
동물 뼈에 새겨진 금에 수학 원리가!
최근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가 이끄는 국제 공동연구팀은 약 6만년 전의 네안데르탈인이 동물의 뼈를 이용해 숫자를 기록했을 거라고 분석했어요. 연구팀이 살펴본 동물 뼈는 19세기 말 프랑스에서 발굴된 하이에나 뼈예요. 뼈에는 9개의 금이 새겨져 있었지요. 현미경으로 금을 관찰한 결과 모양과 깊이가 비슷해 한 가지 도구로 만든 것으로 추측했어요. 금에서 일정한 규칙이나 떠오르는 상징을 발견하지 못해 예술을 목적으로 새긴 것도 아니라고 판단했어요. 여러 내용을 근거로 연구팀은 이 뼈의 금이 수를 세는 용도로 쓰였을 거라고 추정했어요.
네안데르탈인이 수를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수를 숫자로 표기했다는 것은 수학적으로 큰 의미를 가져요. 그동안 숫자는 인간만이 개발하고 활용해 왔다고 여겨졌거든요.
인간이 수를 셌다고 추정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증거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에스와티니 사이 레봄보 산의 국경 동굴에서 발견된 ‘레봄보 뼈’예요. 약 3만 5000년 전의 것으로 보이는 이 뼈는 개코원숭이 뼈로, 29개의 금이 새겨져 있지요. 과학자들은 29개의 금이 달이 차고 기우는 한 달의 일수를 표현했다고 추정했어요. 체코슬로바키아에서 발견된 약 3만년 전의 늑대 뼈에도 55개의 금이 새겨져 있어요. 이 중 30개의 금은 5개씩 묶여 있어 이 당시 사람이 수를 가르고 모을 수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어요.
수를 더하고 빼는 연산을 넘어 곱셈과 나눗셈, 홀수의 개념을 알고 있었다는 증거도 있어요. 바로 콩고의 이상고에서 발견한 약 2만년 전의 ‘이상고 뼈’예요. 개코원숭이 뼈인 이상고 뼈에는 10개의 금 옆에 5개의 금이, 8개의 금 옆에는 4개의 금이, 6개의 금 옆에는 3개의 금이 새겨져 있어요. 5, 4, 3이라는 수에 각각 2를 곱한 수이지요.
●연대측정방식 │어떻게 6만년 전의 뼈라는 것을 알았을까?
하이에나 뼈의 연대(지나간 시간)는 뼈가 발견된 층 위아래의 연대를 측정해서 알아냈어요. 우선 뼈의 아래층, 즉 뼈보다 먼저 쌓인 흙에서 나온 돌 조각의 연대를 알기 위해 안에 들어있는 우라늄의 양이 얼마나 줄었는지 파악했어요. 그 결과 8만 2000년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우라늄은 시간에 따라 그 양이 줄어 성질이 다른 원소로 변하거든요.
뼈의 위층, 즉 뼈보다 나중에 쌓인 흙에는 불에 탄 부싯돌이 있었어요. 불을 붙일 때 사용하는 부싯돌에 열을 가하면 빛이 나오는데 오래된 돌일수록 빛이 많이 나와요. 이 성질을 이용해서 부싯돌이 있는 층이 5만 2000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아냈어요. 따라서 두 층 사이에 있는 하이에나 뼈는 8만 2000년 전에서 5만 2000년 전 사이에 생긴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어요.
문명마다 달랐던 숫자의 모습
고대 문명의 발달엔 숫자가 큰 영향을 미쳤어요. 그렇다면 문명별로 숫자는 어떻게 모양을 바꿔왔을까요? 지금 우리가 쓰는 1, 2, 3, …과 같은 숫자는 언제부터 쓰기 시작했을까요? 숫자가 성장한 과정을 들여다봐요.
●인터뷰 "문명은 숫자와 함께 발달했어요"
조수남 수학·과학 역사학자
수를 숫자라는 기호로 표현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문명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요소예요. 사과 1개와 귤 1개가 있을 때, 우리는 둘 다 1개씩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이해하지만, 사실 굉장히 어려운 내용이거든요. 사과와 귤은 다른 물체인데 수학적으로 1이라는 공통점을 찾은 거니까요. 우리는 이렇게 어려운 수를 이해하고 숫자로 표기해 자유자재로 쓰는 거랍니다.
용어정리
*종: 생물을 분류하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