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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즈상 인터뷰 ➋] 마리나 비아조프스카 교수 “우크라이나에 희망이 되길 바랍니다”

 

두 번째 여성 필즈상 수상자가 탄생했습니다. 바로 우크라이나 출신 수학자 마리나 비아조프스카 스위스 로잔 연방공과대학교 교수입니다. 비아조프스카 교수는 2016년 고차원에서의 ‘케플러의 추측’을 해결해 수학계 스타로 떠오른 수학자입니다. 시상식 전날 핀란드 헬싱키에서 어렵게 비아조프스카 교수를 만나 수상 소감을 들어봤습니다.

 

Q. 수상 소식을 어떻게 처음 들었나요?

 

A. 국제수학연맹 회장님이 전화하자고 해서 ‘무슨 일이지?’라고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제가 필즈상을 받는 사실을 알고 굉장히 놀랐습니다. 필즈상은 전 세계에서 가장 명망있는 수학 상이고, 굉장히 소수의 사람만 받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8차원 케플러의 추측을 어떤 계기로 풀게 된 건가요?

 

A. 제가 정수론 연구를 시작했을 때부터 이 추측이 중요하고 특별한 이론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안드리 본다렌코 노르웨이과학기술대학교 수학과 교수가 이 추측을 해결해 보자고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2011년 본다렌코 교수와 관련 주제의 논문을 냈지만, 그 뒤에는 큰 진전이 없었어요. 그러던 2016년 굉장히 간단하게 추측을 정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해 혼자 논문을 썼습니다.

 

Q. 8차원 케플러의 추측을 해결한 방법으로 24차원 문제도 풀었어요.

 

A. 8차원 케플러의 추측에 대한 제 논문을 본 한 연구원이 같은 방법으로, 24차원 케플러의 추측을 해결할 수 있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그 사실을 듣자마자 저는 빠르게 논문을 쓰기로 했지요. 원리는 같기 때문에, 이건 시간 싸움이라는 생각으로 논문을 썼습니다. 그 결과 일주일 만에 풀 수 있었지요.

 

Q. 정수론을 전공하게 된 이유가 뭔가요?

 

A. 사실 저도 잘 모르겠어요(웃음). 우연이 연속된 결과인 것인 것 같은데, 정수론을 좋아하는 이유는 확실합니다. 정수론은 정말 여러 분야에서 등장해요. 기하학, 대수학, 동역학, 해석학 등 많은 분야의 질문에서 정수론을 발견할 수 있어서 재밌습니다.

 

 

Q. 우크라이나 출신의 수학자라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필즈상 수상 소식이 우크라이나에 어떤 의미를 줄까요?

 

A. 당연히 희망이 되길 바랍니다. 지금 어떤 종류든 좋은 소식은 우크라이나에 힘이 됩니다. 그렇게 되길 바라고요. 지금 이 상황은 명백하게 끔찍한 비극입니다. 지구에 있는 모든 사람이 전쟁을 끝내기 위한 행동을 하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 알고 있지 않나요? 굉장히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요. 전쟁은 개인적으로도 고통스럽지만, 크게 보자면 모두에게 비극이에요. 전쟁을 멈춰야 비극이 끝납니다.

 

Q. 학창시절에 수학을 잘 했나요?

 

A. 수학을 꽤 잘했지만, 영재는 아니었어요. 수학경시대회에도 나갔지만, 국가대표 팀을 뽑을 때는 항상 떨어졌습니다.

 

장밋빛 답변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공부를 잘 해야 커서도 좋은 학문적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은 자기가 잘하는 것을 좋아하길 마련이지요. 좋은 성적을 받으면 공부에 대한 동기 부여가 됩니다.

 

Q. 학창시절의 꿈이 궁금합니다.

 

A. 특별히 기억나는 건 없습니다. 저는 일종의 ‘존재론자’였어요. ‘나는 어떤 존재일까?’처럼 제 존재에 대해서 생각하고, 나에 대해 이해하고, 세상을 탐험하고, 독서를 하는 데 빠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현실적인 꿈은 없었어요.

 

Q. 한국에 온 적 있나요?

 

A. 연구, 강의 목적으로 여러 번 방문했습니다. 한국은 정말 편안하고 편리한 나라예요. 또 자연이 너무 놀라워요. 제가 독일 베를린에 살 때 한국을 방문한 적 있었어요. 베를린은 대부분 평지로 이뤄져 있거든요. 그런데 한국은 이와 달리 가파른 산과 울창한 숲이 너무 많아서 인상적이었어요.

 

한국이 안전한 나라라고 느낀 일화가 있어요. 2014년에 서울에 도착해서 포항으로 기차를 타고 가고 있을 때였어요. 절반쯤 갔을 때, 저는 가방을 서울역에 두고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빨리 서울역으로 돌아갔는데, 그대로 제 가방이 서울역에 있었습니다. 그걸 보고 너무 놀랐고, 서울이 굉장히 안전한 도시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Q.  필즈상 제한 나이를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특히 여성들이 임신, 출산, 육아를 하느라 만 40세 전에 좋은 연구 결과를 내기 어렵다고들 이야기해요.

 

A. 그렇게까지 좋은 생각은 아닌 것 같아요. 실제로 4년 전 세계수학자대회에서 이 논의가 나왔습니다. 그때 수상 제한 나이를 변경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이 났습니다. 옛날부터 있었던 규칙을 변경하지 말자는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필즈상 자체가 나이 제한이라는 한계 때문에 주목받는 상이에요. 현재 상태에서 나이 제한이 사라진다면, 너무 나이가 많은 수학자들이 상을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필즈상이 만들어진 근본적인 목적에 반하는 것이 아닐까요?

 

Q. 현재 무엇을 연구하고 있나요? 필즈상 수상으로 삶이 어떻게 달라질까요?

 

A. 무엇을 연구하는지는 자세히 말할 수 없어요(웃음). ‘극한 기하학(Extremal Geometry)’의 연구라는 것만 이야기할게요.

 

필즈상으로 삶이 많이 바뀔 거예요. 수학자들과 더 많이 이야기하게 되고, 출장도 많이 갈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계기가 될 수 있어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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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8월 수학동아 정보

  • 이채린 기자
  • 사진

    김미래 기자 기자
  • 디자인

    최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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