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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미디어] 베이비에게서 벽이 느껴져! 바로 '완벽!' 보스베이비2

 

그거 알아? 7월 21일, 내가 애니메이션 ‘보스 베이비2’로 돌아왔다고!

베이비 주식회사 1층 로비에 우뚝 선 동상의 주인공. 바로 나, 보스 베이비지!

그런데 뭐라고? 우리 베이비들이 위험하다고? 게다가 악당은 수학 천재라고?

드디어 내가 한 번 더 나설 차례인가?

 

 

아직도 날 7개월 된 베이비로 기억하는 건 아니겠지? 어느덧 세월이 흘러, 우리 형제는 각자의 인생을 알차게 보내고 있어. 형인 ‘티모시 레슬리 템플턴(팀)’은 결혼을 해서 벌써 딸이 두 명 있고, 나 ‘데오르드 린지 템플턴(테드)’은 인생 만렙 CEO로 바쁘게 지내지. 인생 별거 있어? 뭐든 플렉스하며 사는 거지!

 

단 48시간만, 보스 베이비 이즈 백!

 

그런데 사랑스러운 조카들이 삼촌을 보고 싶어 안달이 났다는 거야. 웬일로 팀이 직접 음성 메시지를 남겼더라고. 나도 두 조카와 가족들이 보고 싶기도 해서 전용 헬기를 타고 몇 년 만에 형네 집을 갔어. 형과 나는 만나자마자 으르렁거렸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시끌벅적 가족을만나니 즐거웠지. 근데 팀이 비밀스러운 눈짓을 보내더니주방으로 따라오래. 육아 상담을 하려나 잠시 생각했지. 나는 육아 경험은 없지만, 그래도 내가 베이비들의 대표인 보스 베이비로서 해결책을 줄 수 있을지 모르잖아?

 

팀의 고민은 두 가지였어. 첫째 조카 ‘타비타 템플턴(타비타)’은 지성미가 넘치는 아주 똑 부러지는 10대 소녀인데, 아마 아빠의 도움없이 뭐든 스스로 해내고 싶어 하나봐. 나 같으면 신경 쓸 일이 줄어들어 좋아할 텐데, 팀은타비타가 벌써 자신의 품을 떠나는 것 같아서 섭섭하대.

 

둘째 조카 ‘티나 템플턴(티나)’은 쉴새없이(?) 말을 한다는 거야. 베이비가 어떻게혹시 팀이 육아로 너무 지쳐착각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는 순간, 티나가 우리에게 쪽쪽이를 물리더니 베이비 주식회사로 데려갔어. 아, 고향의 냄새! 우리 티나도 간지럼을 안 탔구나!

 

그런데 마냥 추억에 젖을 때가 아니더군. 여기 심각한 문제가 있나 봐. 티나가 나와 팀에게 도움을 요청했어. 48시간 동안만 다시 ‘베이비’로 돌아가는 특수 분유가 있다나? 으악, 난~ 싫어. 다시 3등신으로 돌아가야 하잖아!

 

 

사실 전작에서도 내가 대략 3등신 체형이라 인기가 많았지. 아마 나뿐만 아니라 꽤 여러 애니메이션에서 등장하는 2~3등신의 캐릭터들을 많이 봤을 거야. 애니메이션‘ 트롤: 월드투어(2020)’에 나오는 트롤만 떠올려도 알 수 있지.

 

작달막한 우리가 인기를 끄는 건 큰 머리와 짧은 다리로 귀여움을 최대로 끌어냈기 때문이야. 이번 애니메이션에서는 나나 티나처럼 몸체를 2등신 혹은 3등신으로 표현한 캐릭터를 SD(Super Deformation) 캐릭터라고 불러. 이는 애니메이션에서 많이 사용하는 미술 표현기법 중 하나로, 사람 캐릭터의 귀여움을 강조할 때 쓰는 방식이야.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억울하네. 내가 이번 애니메이션에서 등장하는 첫 장면을 떠올려봐. 좀 과장하면 거의 8등신에 가까웠잖아. 8등신은 몸 길이가 머리 크기의 8배 정도 되는 체형을 뜻해. 8등신을 인체의 가장 아름다운 황금 비율이라고 하지. 보통 성인이 7~7.5등신이니까, 8등신이면 균형 잡힌 비율처럼 보이는 거야.

 

8등신과 관련한 역사는 기원전 5세기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시작됐어. 당시 그리스의 예술가들은 가장 이상적인인체를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대. 시간이 흘러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들도 ‘황금비’를 거론하면서 8등신 인체비례를 이야기했다고 하니까 ‘아름다움’을 느끼는 사람 눈은 다 비슷한가봐.

 

황금비는 ‘약 1:1.618’의 비를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8등신이 보기 좋다고 느끼는 건 실제로 인체 일부 비율이황금비의 값과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야. 예를 들어 ‘(머리끝에서 어깨까지의 길이) : (어깨에서 배꼽까지의 길이)’나‘(머리끝에서 배꼽까지의 길이) : (배꼽에서 발끝까지의 길이)’가 황금비와 비슷하다고 해.

 

 

수학 소녀 타비타와 육각형 세상 학교!

 

첫째 조카 타비타는 감성이 철철 넘치는 아빠 팀과는 정반대로 냉철한 이성과 지성을 겸비한 10대 소녀야. 자기 방을 온통 과학 실험실처럼 꾸며놨고 침대 머리맡에는 주기율표를 붙여놨어. 밤마다 원소 기호와 원자 번호를 외우더라고. 더 놀라운 건 자기 전 ‘똑똑한 두뇌를 꿈꾸는 재밌는 수학책’ 같은 걸 읽는다는 거야! 심지어 이 책을 품에 꼭 껴안고 잠을 자더라고. 하긴 삼촌을 닮았으면, 두뇌가 명석할 수 밖에!

 

이렇게 똑똑한 타비타가 다니는 학교는 얼마나 재미있을까. 팀과 나는 베이비로 위장하고 타비타를 따라나섰어. 티나 말로는 이 학교 교장 선생님이 뭔가 문제(?)가 있대.

 

근데 잠깐만, 학교 로고가 육각형이야? 빨강노랑초록분홍파랑하늘, 학생들도 여섯 단계로 나눠 관리하나 봐. 아무래도 이 학교 교장 선생님이 ‘육각형’ 덕후인가? 앗, 여기 노랑반 교실도 온통 노랑 육각형으로 덮여있어. 벌집에 들어온 기분이랄까? 학교 바닥 카펫부터 아이들 다치지 말라고 설치한 올록볼록한 안전 벽면까지 모두육각형이야.

 

혹시 이 학교 교장 선생님인 닥터 암스트롱도‘육각형’의 진짜 매력을 알고 있는걸까? 보스 베이비2 속에서 다방면으로 매력을뽐내고 있는 육각형을 소개할게.

 

 

 

증거1. 제대로 흉내내 돔 형식!

 

닥터 암스트롱이 비밀 작전을 펼치는 공간은 돔 형식 건물이다. 돔이란 지붕이나 천장이 반구 모양인 건축물을말한다. 돔은 힘을 고루 분산하는 구조물이라서 기둥을세우지 않아도 자체의 무게와 압력을 잘 견딜 수 있다. 돔은 기둥이 없어 공간을 넓게 쓸 수 있어서 체육관이나 전시관, 박물관 건물로 많이 쓰인다.

 

사실 이 건물과 닮은 지오데식 돔은 삼각형을 빈틈없이 이어 붙여 건물 안에 기둥이 하나도 없는 반구 모양의 건축물이다. 20세기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 불리는 미국 건축가이자 수학자인 리처드 버크민스터 풀러는 1967년 몬트리올 만국박람회의 미국관을 이 모양으로 지었는데 완벽한 안정성에 사람들이 감탄했다.

 

지오데식 돔은 지오데식 구를 반으로 잘라 만든다. 지오데식 구는 정이십면체(그림 ❶)로부터 출발한다. 먼저 정이십면체의 각 모서리를 n등분하고 각 면을 n2개의 정삼각형으로 나눈다. 그 다음 이 도형을 부풀려서 모든 꼭짓점이입체의 중심에서 같은 거리에 오도록 만들면 ‘n단계 지오데식 구’가 완성된다. 예를 들어 정이십면체의 각 모서리를2등분하면, 한 면에 4개의 정삼각형이 생기고, 이 도형을부풀리면 2단계 지오데식 구(그림 ❷)가 완성된다. 이때 지오데식 구를 반으로 나누면 지오데식 돔이 완성된다.

 

 

지오데식 돔은 모든 면이 삼각형으로 이뤄져 있어서 헬리콥터가 눌러도 문제없을 만큼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다. 게다가 삼각형의 한 변의 길이를 계산한다음, 뼈대를 계속 이어나가 조립식으로 건물을 지을 수있다는 장점이 있다. 애니메이션에 스치듯 등장하는 닥터암스트롱의 돔은 완벽한 지오데식 돔은 아니지만, 이를 참고한 것처럼 안전해 보인다.

 

 

 

증거2.  ‘무한 원숭이 정리’에서 비밀 작전 핵심 아이디어를 얻다!

 

무한 원숭이 정리는 영국 소설가 조너선 스위너프가 지은 유명한 소설 ‘걸리버 여행기(1726년)’에 등장한 어떤 상황 으로부터 출발한다. 18세기 유럽 사람들은 무한히 많은 시간 동안 타자기를 무작위로 치면, 아주 우연히 읽을 수 있는 문장이 만들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걸리버 여행기에서는 신비로운 교수가 학생들을 시켜 인쇄 기계에 문자를 무작위로 입력하도록 지시하고, 그 결과를 모아 과학 지식 목록을 작성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이번엔 코딩이다. 보스 베이비2에서는 닥터 암스트롱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베이비들에게 마음껏 키보드를 누르게 한다. 베이비들이 세상을 바꿀 엄청난 소프트웨어를 우연히 개발해주길 바라며 말이다. 아무래도 그는 수학을 잘 아는 악당임에 틀림없다. 왜냐하면 프랑스의 수학자 에밀 보렐이 1913년 무한 원숭이 정리를 수학적으로 증명했기 때문이다.

 

보렐은 일어날 확률이 매우 적은 일이라는 것을 강조하려고 ‘원숭이가 타자를 친다’고 가정했다. 그리고 자신이증명한 확률 이론 중 하나인 보렐-칸텔리 보조정리를 이용해 이를 증명했다. 이 이론은 어떤 사건을 한 번 시행했을 때 나오는 확률부터 무한 번 시행한 확률을 모두 더한값이 무한대라면 이 중에서 한 번 이상은 확률의 극한값*인 1이 나온다는 정리다. 보렐은 이 증명을 통해, 원숭이가 무한히 오랜 시간 동안 아무렇게나 타자기를 두드리면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햄릿(1603)’도 작성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이를 ‘무한 원숭이 정리’라고 부른다.

 

순진한 베이비들이 닥터 암스트롱에게 이용당하다니!내가 여기서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난 그럼 조카들이살아갈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야 하니 악당 닥터 암스트롱을 물리치러 이만 떠날게! 보스 베이비2가 얼마나따뜻하고 ‘수학스러운(!)’ 애니메이션인지 꼭 확인해 보기로 약속해! 오늘도 완벽한 나는 이만! 

 

 

용어정리

* 확률의 극한값 : 사건을 무한 번 반복할 때 일어날 확률은 직접 구할 수 없으므로 ‘극한’이라는 개념을 이용한다. 극한은 어떤 값에 아주 가까이 간다고 여기는 걸 말한다. 여기서 극한값이 1이라는 것은 1과 아주 가까운 0.9999999와 같은 근삿값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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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8월 수학동아 정보

  • 염지현(‘십대를 위한 영화 속 수학 인문학 여행’ 저자) 
  •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
  • 진행

    박은정 기자
  • 참고자료

    에덴 돔의 구조화(The structural making of the Eden Domes2002)
  • 디자인

    김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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