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터스텔라’를 아시나요? 사람이 살기 어려운 환경이 돼 버린 지구를 떠나 인류가 이주할 외계행성을 찾기 위한 모험을 그린 영화입니다.
실제로 천문학자들은 마치 영화 속 이야기처럼 생명체가 살 만한 행성을 찾고 있습니다. 시민천문학자와 함께 말이죠.
‘인터스텔라’는 환경 재앙을 맞아 식량 부족에 시달리는 인류가 지구를 탈출하기 위해 사람이 살 만한 행성을 찾는 과정을 그린 영화입니다. 천문학자가 발견한 후보지를 직접 찾아가는 우주비행사의 이야기가 담겨 있죠. 코로나19 사태를 경험하면서 인류는 재앙이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떤 큰 재앙이 닥칠지 모르는 두려움을 안고 살게 됐습니다. 그런 점에서 사람이 살 만한 행성을 찾는 영화 인터스텔라의 이야기는 언젠가 현실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 천문학자들은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조건을 가진 외계행성을 찾고 있습니다. 2009년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케플러 우주망원경을 발사하면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됐죠. 케플러 우주망원경의 임무는 지구 주위를 돌면서 태양계가 속한 우리은하 내부에 있는 수많은 별을 관측하면서 태양이 아닌 다른 별 주위를 도는 행성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2018년 11월까지 9년 동안 활동하면서 53만 506개의 별을 관측했고, 4778개의 외계행성 후보를 발견했습니다. 그중에서 2360개는 외계행성으로 확인됐고, 2418개는 아직 미확인 상태입니다.
NASA는 케플러 우주망원경과 임무를 교대할 테스 우주망원경을 2018년 4월에 발사했습니다. 태양으로부터 가까이 있는 밝은 별을 관측해서 그 별 주위를 도는 행성을 찾는 것이 임무인 테스 우주망원경은 2년 만에 1913개의 외계행성 후보를 발견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51개가 실제 외계행성인 것으로 확인됐죠.
우리은하에서만 수천 개의 외계행성 후보가 발견되면서 천문학자들은 행복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분석해야 할 데이터가 너무 많아서 시간이 부족하게 된 것이죠. 그래서 시민천문학자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했습니다. 관측 데이터를 시민천문학자가 관찰한 뒤 외계행성으로 보이는 것만 추리게 한 겁니다.
외계행성을 찾는 시민과학프로젝트는 천문학 분야에서 진행하는 가장 활발한 프로젝트 중 하나입니다. 이미 한 차례 케플러 우주망원경의 관측 데이터를 분석하는 ‘행성 사냥꾼’ 프로젝트가 진행된 뒤 종료됐고, 현재 ‘외계행성 탐험대’와 ‘행성 사냥꾼:테스’라는 두 개의 프로젝트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외계행성 탐험대는 케플러 우주망원경의 관측 데이터를, 행성사냥꾼:테스는 테스 우주망원경의 관측 데이터를 분석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시민천문학자의 도움을 받은 연구 결과는 19건의 논문으로 발표됐습니다.
그래프로 알아내는 외계행성의 특징
대다수 외계행성은 지구에서 빛의 속도로 수십~수백 년을 날아가야 도달할 수 있는 먼 거리에 있습니다. 그런데 별빛을 가리며 지나가는 것만 관측해도 외계행성인지 아닌지, 행성의 크기와 질량, 궤도, 대기의 구성 성분까지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 쓰이는 도구가 ‘그래프’입니다. 시간에 따라 관측하는 별빛의 세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그래프(그림①)로 그리는 것이죠. 외계행성이 별을 가로지르는 그래프를 분석하면 별빛이 일정한 세기를 유지하다가 갑자기 약해지는 구간이 나옵니다. 행성이 별빛을 가리면서 밝기를 나타내는 그래프의 높이가 낮아지는 것이죠. 이때 그래프의 밝기가 감소하는 정도가 크면 외계행성의 크기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구는 태양을 지날 때 태양빛의 0.008%를 가리는데 그보다 많은 별빛을 가리면 지구보다 큰 행성이라고 볼 수 있죠.
또 두 번째 그래프(그림②)를 보면 행성이 지나갈 때 별빛이 점차 감소하고 증가하는 것을 나타내는 비스듬한 경사가 있는데, 이를 통해 행성의 궤도를 알 수 있습니다. 행성이 별의 가운데를 지나면 그래프에서 빛이 점차 감소하고 증가하는 구간이 짧게 나타납니다. 반면 행성이 별의 위나 아랫부분을 지나가면 별빛이 감소하거나 증가하는 구간이 길게 나타나죠. 행성이 별의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이동하는 시간이 더 길어지기 때문입니다.
관측한 별빛의 성분을 상세하게 분석하면 외계행성에 어떤 종류의 대기가 있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태양을 비롯한 별빛은 자외선과 적외선, 가시광선 등으로 이뤄져 있는데요, 빛이 행성을 지나오면 행성의 대기에 부딪히면서 일부 성분이 흡수됩니다. 따라서 관측한 별빛의 성분에서 어떤 부분이 줄어들었는지를 분석하면 행성의 대기를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별빛만으로 외계행성에 대해 이처럼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니 신기하지 않나요?
외계행성 발견하면 내 이름이 논문에
외계행성 탐험대와 행성 사냥꾼:테스 프로젝트에는 지금까지 4만 5000명이 넘는 시민천문학자가 참여했어요. 연구팀은 외계행성을 발견하는 데 기여한 시민천문학자의 이름을 외계행성과 함께 홈페이지에 발표하고 있지요. 특히 연구팀이 새로 발견한 외계행성을 분석해서 논문을 작성할 때는 가장 큰 기여를 한 시민천문학자의 이름을 연구자 명단에 넣기도 한답니다. 천문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아도 천문학자의 연구에 기여하고, 논문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니 멋지지 않나요? 여러분도 지금 바로 외계행성 탐색을 시작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