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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쌤의 수학꿀팁] 마술로 배우는 규칙과 대응

인천발산초등학교 김택수 교사

인천발산초 수학 시간에 마술쇼가 벌어졌다. 마술사의 정체가 궁금하다고? 마술을 부리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5학년 3반 담임 교사다. 학생들에게 마술로 수학의 원리를 가르치고, 공부에 대한 흥미를 일깨운다는 ‘매직티처’를 지금 만나러 가보자. 수학동아 독자들을 위해 특별히 자체 개발한 수학 마술도 공개한다!

“여기 아무것도 없는 빈 상자가 있습니다. 여기에 마법을 부리면~? 짜잔, 종이가 나왔네요! 뭐라고 적혀 있나요, 여러분?”

 

분명 속이 텅 빈 상자였다. 김택수 교사가 툭 한번 건드리자 안에서 ‘규칙과 대응’이라고 적힌 종이가 나왔다. 오늘 수학 시간에 배울 내용이었다. 그 순간 바로 다음 마술이 시작됐다. 
어려운 수학? 마술로 배우면 쉽지!


“자, 지금부터 여러분의 속마음을 맞혀 볼게요. 화면에 띄어 놓은 15개의 서로 다른 그림 중 하나만 선택해 봐요. 여러분만 알고 있으세요!”


오늘 매직티처의 보조를 맡은 호현서 군이 그림 하나를 선택했다. 김 교사를 제외한 인천발산초 5학년 3반 학생 모두가 현서 군이 선택한 그림을 알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김 교사는 정답을 맞힐 수 있을까? 


앞서 보여줬던 15개 그림 중 9개씩이 무작위하게 그려져 있는 그림 카드가 5장 등장했다. 이제 학생들은 5장의 그림 카드에서 머릿속에 생각하고 있는 그림이 있는지 없는지만 대답하면 됐다.

 

‘있어요’와 ‘없어요’가 다섯 번 흘러가자 선생님은 곧바로 정답을 맞혔다. 아이들은 여기저기서 환호성을 질렀다. 과연 어떻게 마음속을 들여다본 걸까? 그리고 또 오늘 배울 수학과는 어떤 관련이 있는 걸까?

 


 
“여기 있는 그림은 숫자 1~15을 의미해요. 손가락 하나 그림은 1, 신발 두 개 그림은 2, 어린이 보호 표지판은 3과 같은 식이죠. 자, 처음에 오늘 무엇을 배운다고 했죠? 네, ‘규칙과 대응’ 맞습니다. 규칙을 세워 숫자에 그림을 대응시킨 거예요!”


그림을 숫자로 바꿔 생각하면 쉽다. 오른쪽 위 9개 그림이 있는 카드를 넘길 때 정 가운데 있는 숫자를 눈여겨보자. 예를 들어 보조를 맡은 학생이 숫자 9에 대응된 그림인 구절판을 골랐다고 가정하면 구절판은 2번, 3번, 4번 카드에만 있다. 그럼 구절판이 있는 세 개의 카드의 정중앙 그림에 대응되는 숫자를 더해보자. 실내화와 표지판, 그리고 큐브 그림은 각각 2, 3, 4와 대응되니 2+3+4=9가 나온다. 

 


보조가 어떤 그림을 골라도, 그 그림이 있는 카드의 한가운데 있는 그림에 대응된 숫자를 더하면 어떤 그림을 골랐는지 맞힐 수 있다. 김 교사가 애초에 이런 규칙에 따라 카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김 교사의 마술이 특별한 이유는 여기 있다. 그저 재미만 있는 게 아니라 수업시간에 다룰 내용과 관련 있는 마술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 마술은 숫자에 그림만 대응하면 되니 학생들 스스로 무한히 응용할 수 있다. 이를테면 조선시대 왕을 배우는 역사 시간에는 왕의 초상화를 시대순으로 나열해 마술 카드를 만들 수 있다.


김 교사는 “수학이나 과학은 본인의 생각을 과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는 게 매력인 과목”이라며, “수학과 마술 모두 매 단계를 순서대로 절차에 따라 짜야 한다는 점이 꼭 닮았다”고 말했다. 
조은서 양은 “수학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마술로 배우니 재밌다”며, “마술 덕분에 수학도 덩달아 좋아졌다”고 말했다. 김다인 양은 “마술로 수학을 배우니 새로운 걸 알게 됐고, 알고 있던 것도 더 재미있어 좋다”고 수업 소감을 밝혔다.


김 교사의 마술 사랑은 대학을 다닐 때 시작됐다. 우연히 들렀던 카페에서 마술을 보고 바로 그 자리에서 매료돼 버렸다. 마술을 배우고 싶었지만, 학생이 감당하기에 수강료가 너무 비쌌다. 그렇다고 공짜로 쉽게 알려줄 리 없었다. 그래서 김 교사는 1년 동안 가게에 상주하며 돈 한 푼 받지 않고 모든 허드렛일을 해가며 마술을 배웠다. 

 

아이들과 친해지는 게 우선, 마술은 거들 뿐!

 


이후 졸업 학년이 되어 교생 실습을 나가게 됐다. 학생들과 친해지고자 그동안 갈고 닦았던 마술을 선보였다. 학생들의 반응은 무척 좋았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그래서 초등학교 교사가 된 뒤에도 꾸준히 마술 수업을 했다. 


“새 학기가 되면 처음 만난 아이들과 친해지려고 마술을 많이 해요. 낯을 많이 가리는 아이들은 쉽게 속마음을 내보이지 않는데, 마술을 보여주면 금방 친해질 수 있거든요.” 


아이들과 금세 친해지니 수업 분위기도 좋고, 수업 진도를 나가는데도 좀 더 수월했다. 그렇다고 수업시간마다 마술을 선보이는 건 아니다. 마술로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김 교사는 수업과 놀이가 주객전도 되는 것을 절대 원치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김 교사에게 마술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다. 아이들과 친해지는 수단이자, 수업에 흥미를 유발하는 방법이고, 교과목을 효과적으로 이해시키는 도구다. 

 


그래서 김 교사는 거의 모든 마술을 자체 개발한다. 기존에 있는 마술이더라도 아이들 수준에 맞게 변형해 보이거나, 교과 내용과 관련지을 수 있는 내용이라면 마술 교구도 직접 제작한다. 마술에 교육적인 요소까지 담았으니, 진정으로 공부와 재미를 모두 잡았다. 


 김 교사가 수업 시간에 마술을 맘껏 할 수 있었던 비결에는 한연순 인천발산초 교장의 노력도 있었다. 한 교장은 “마술은 흥미롭게 만들며 발상의 전환을 일으키고 수학에 대해 강한 동기 부여를 하는 효과가 있다”며, 김 교사의 마술 수업을 적극적으로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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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5월 수학동아 정보

  • 글 및 사진

    조혜인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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