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님, 배송 건이 들어왔습니다. 빨리빨리요? 아뇨. 빨리 달리실 필요 없어요. 그냥 배달하는 것에만 맘 편히 집중하시면 돼요. 찾아가는 길, 시간, 배송사고? 모두 걱정 마세요. 나머지는 종합 물류 플랫폼 ‘부릉’이 다~ 알아서 할 테니까요.
“무조건 빨리 배달하는 게 목표가 아니에요.”
김형설 메쉬코리아 CTO(기술 담당 최고 책임자)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배달업계는 속도가 생명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란다. 그럼 뭐가 가장 중요한 걸까? 어떤 일을 잘하기에 메쉬코리아는 물류 스타트업 중 누적 투자 1위 기업이 된 걸까. 네이버, 현대자동차, SK 등 여러 기업이 탐내는 메쉬코리아 기술의 비밀이 궁금해졌다.
안전하게, 효율적으로, 정확하게
부릉은 IT 기반 스타트업 메쉬코리아가 자체 개발한 종합 물류 서비스 브랜드다. 김 CTO는 부릉이 단순히 최적 경로를 알려주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물류에 관련된 온갖 기능을 중앙에서 제어하고 해결하는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각자 따로 자기 일만 할 때는 문제 상황이나 노하우 같은 정보가 한군데 모이지 않고 여기저기 뿔뿔이 흩어져 있었어요. 이렇게 뚝뚝 떨어진 정보를 중앙에 모으면 데이터가 쌓여서 문제를 해결하는 속도도 빨라지고 기능 면에서도 효율이 훨씬 좋아져요. 여기에 IT 기술이 더해지면 더 파괴적인 힘이 나오죠. 그게 플랫폼의 힘이에요.”
기존 배달 시장은 배달 기사 개개인의 판단과 속도에 물류가 좌우됐기 때문에 체계적으로 관리하기도 어렵고 무리한 배달 때문에 사고가 일어나는 경우도 많았다. 반면 메쉬코리아는 부릉이라는 물류 플랫폼을 만들어 시스템을 중앙에서 관리하는 한편, 더욱 확실한 정보를 제공해 배달기사와 고객의 만족도와 신뢰도를 높였다. 이 틀 안에서 배달 기사는 무리하게 달릴 필요도 없고 고객은 아무 정보 없이 하염없이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부릉 플랫폼을 가능하게 한 것은 메쉬코리아의 모든 기술력을 모아 개발한 자동 배차 프로그램 ‘부릉 TMS 엔진’이다. 부릉 TMS 엔진은 4개의 ‘메타 휴리스틱 알고리듬’을 병렬 연산하는 방법으로 빠르게 최적의 해를 구한다. 초보 배달 기사도 지금 바로 원하는 장소에 가장 효율적인 길로 찾아갈 수 있다. 경험의 차이를 기술로 메우고 배달의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다.
“빨리 달릴 필요 없어요. 여러 배달 기사가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게 중요하죠.”
기술과 복지는↑사고율은↓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갖추고 최적의 경로를 알아낸다 해도 결국 그 길을 직접 움직이는 건 배달 기사다. 배달 기사가 마음 편히 배달에 집중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잘된 계산이 빛을 발할 수 있다. 그래서 메쉬코리아는 기술 개발 못지 않게 ‘부릉 라이더’라 불리는 배달 기사의 복지에 신경을 많이 쓴다.
잦은 사고로 아예 종합 보험에 가입할 수 없거나 터무니없는 보험료를 내야 했던 배달 기사가 회사를 통해 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했고, 배송 중에 일어난 문제를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고객관리센터를 만들었다. 또, 대기 시간에 편히 쉴 수 있고 서로 교류할 수 있는 ‘부릉 스테이션’을 마련하는가 하면 전자지갑 ‘M-cash’를 도입해 불필요한 현금 거래를 하지 않고 투명하게 정산받을 수 있게 만들었다. 이런 노력을 증명하듯 부릉 라이더의 사고율은 다른 배달 업체보다 훨씬 낮다.
메쉬코리아는 물류망이 선진화될수록 배달 기사도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고 자영업자도 사업이 더 잘되는 상생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그리고 일반 소비자에게 배달이 단순히 물건을 옮기는 일이 아닌 ‘내 삶을 더 편리하게 만드는 전문적인 일’이라는 인식이 생기길 바란다. 김 CTO는 “물류 시장의 규모와 수요는 빠르게 커지는데, 배달 기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몇십 년 전이랑 크게 다르지 않다”며 “배달 시스템이 선진화되면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더욱 클 것”이라고 말했다.
메쉬코리아의 꿈은 이뤄질 수 있을까? 원하는 미래로 가는 최적의 답을 찾기를 바라며 외쳐본다. 달려라, 메쉬코리아. 부릉 부릉~!
정해진 시간 안에 최적의 답을 찾아라!
‘휴리스틱 알고리듬’이란 어떤 문제의 근삿값을 구하는 알고리듬이다. 그냥 완벽한 답을 찾으면
좋을 텐데 왜 최적해를 구하는 걸까? 효과적으로 푸는 방법이 없는 ‘NP-난해 문제’는 정확한 답을
얻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므로 최적해를 구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메타 휴리스틱 알고리듬은 이런 휴리스틱 알고리듬 중에서도 여러 분야에 널리 쓰일 수 있도록 일반화된 알고리듬이다.
외판원 문제가 한 명의 외판원이 가장 적은 비용으로 여행하는 경로를 찾는 거라면, 부릉은
한발 더 나아가 여러 명의 배달 기사를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렇게 복잡한 문제를 풀기 위해 현재 부릉이 쓰는 방법은 ‘ALNS 알고리듬’이다. ALNS 알고리듬은 수많은 점 사이에 배달 기사를 각각 어디에 배치해서 어떤 순서로 이동하게 할지 답을 찾아준다.
“배달업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 좋겠어요” - 김형설(메쉬코리아 CTO)
Q 부릉은 어떤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나요?
처음엔 각종 심부름을 대신 해주는 배달 서비스 ‘부탁해’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부탁해를 하면서 배달 기사의 힘든 근무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거예요. 음성화된 배달 시장을 양성화하면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그 고민이 발전해서 지금의 부릉이란 브랜드가 됐어요.이만큼 성장하기까지 어려운 점도 많았을 것 같아요.굉장히 똑똑한 친구들이 모였으니까 우린 뭔가 다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런 생각이 처음엔 성장을 가로막았어요. 아이디어만으로는 시장을 따라가기 힘들어요. 비싼 값을 치르며 ‘우리 문제의 답은 현장에 있다’는 걸 배웠죠. 줄여서 일명 ‘우문현답’이에요. 지금도 대표님이 자주 말씀하시는 것 중 하나죠.
Q 그래서 개발자들도 배달을 직접 해봤다고요?
처음 시장에 부릉을 내놨을 때 배달 기사 분들의 반응은 “이 앱으로는 배달 못한다”였어요. 기술은 있는데 배달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거예요. 기사 분들은 ‘배송에도 리듬’이 있다는 얘길 하세요. 이런 ‘리듬’은 직접 경험해봐야 알 수 있죠. 그래서 개발자들이 직접 배달도 하고 기사 분들 뒤에 앉아 따라다니기도 했어요. 지금도 신입사원은 현장체험을 하기도 해요.
Q 마지막으로 스타트업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인문학을 소홀히 하지 마세요!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어요. 사회에 커다란 변화를 만드는 훌륭한 개발자가 되려면 컴퓨터 과학뿐 아니라 인문학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