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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CHO의 롤링수톤] 디카펠라의 ‘글로리 데이스’ 아름다운 화음의 비법

※ 편집자 주 - 유명한 미국 음악 잡지 ‘롤링스톤’을 표방하는 롤링수(數)톤. 롤링수톤에서는 음악 이야기뿐 아니라 음악 속에 숨겨진 수학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습니다. QR코드를 찍어 음악을 들으며 읽으면 더 재밌을지도~!

 

 

인크레더블은 14년 만에 후속편으로 돌아온 초능력자 히어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디즈니 픽사의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2편의 이야기는 악화된 히어로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엄마 일라스틱 걸이 특별 프로젝트에 뽑히며 시작됩니다.

 

일라스틱 걸이 바깥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을 때, 아빠 미스터 인크레더블은 육아와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투명인간 능력이 있지만 소심한 딸 바이올렛과 빠른 속도가 무기지만 조금 산만한 아들 대쉬, 그리고 엄청난 초능력을 갖고 태어났지만 제어가 안 되는 막내 잭잭까지 보살펴야하기 때문이지요.

 

아빠 미스터 인크레더블과 아들 대쉬가 책상 위에 ‘새로운 수학책’을 두고 대면하는 장면은 예고편부터 등장합니다. 수학 문제를 물어보는 대쉬 때문에 미스터 인크레더블은 어느 때보다도 힘듭니다. 차라리 악당 100명을 잡고 싶을 정도로요. 아들 수학 문제로 골머리를 썩던 아빠는 책상을 탕탕 치며 애꿎은 수학에 화풀이를 해댑니다.


‘수학은 그냥 수학이야!’

 

 

최고의 악기, 목소리 화음


미스터 인크레더블, 수학의 진가를 모르시는군요. 수학은 그저 수학이 아니에요. 분야에 따라 화려하게 바뀌어 사용되고, 상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발견되기도 합니다. 심지어 당신과 일라스틱 걸이 등장하는 순간에 흘러나오는 음악에도 수학이 있어요.

 

 

영화 음악은 영웅 일라스틱 걸의 활약을 더욱 멋지게 표현해 줍니다. 특히 이번 영화에서는 어떤 악기보다도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는 노래가 압권이지요. 자세히 들어보면 다른 악기 없이 온전히 사람의 목소리만 있습니다. 사람의 목소리 음높이만을 다르게 해서 부르는 ‘아카펠라(Acapella)’ 곡이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악기를 추가하기도 하지만 본래 아카펠라는 5명 내외의 사람이 목소리만으로 부릅니다. 이탈리아 교회에서 성악가들이 무반주로 부르던 노래가 시초인데 19세기부터는 악기 반주가 없는 곡 대부분은 아카펠라라고 불렀습니다. 이후 꼭 성악이 아니더라도 무반주, 또는 최소한의 악기 반주로 화음을 이뤄 노래하는 합창, 대중보컬 음악까지 아카펠라라고 부르게 됐지요. 디즈니 아카펠라 그룹 디카펠라도 현대적 의미에서 아카펠라 그룹인 것이지요.

 

 

사람의 목소리가 이루는 화음만으로 어쩜 이렇게 다채롭고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걸까요? 놀랍게도 높이가 다른 두 개 이상의 음이 동시에 울렸을 때 나는 소리인 화음을 처음 이론적으로 다룬 건 수학자입니다. 기원전 6세기로 거슬러 올라가 봅시다.

 

 

 

처음 화음을 울린 건 수학자?


음악에서 음의 상대적 높낮이를 음률이라고 하는데, 이것을 최초로 이론적으로 규정한 사람이 그리스 수학자 피타고라스입니다. 피타고라스는 세상의 모든 이치를 수로 해석하려고 했습니다. 음악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정수에 매료돼 있던 피타고라스는 모든 음은 정수와 관계가 있다며, 진동수의 정수 배로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요.

 

그리고 ‘도’와 ‘솔’은 소리가 잘 어울려 아름다운 화음을 만드는 음인데, 두 음의 진동수를 비로 나타나면 2:3이라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를 이용해 모든 음의 진동수를 유리수의 비율로 나타낼 수 있다는 ‘순정율’이라는 조ㄵ율법을 만듭니다. 그러나 이후 음높이를 고정시킨 악기에서는 조성을 바꿀 수 없다는 한계가 드러났고, ‘평균율’이라는 개념이 생깁니다.

 

2016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주토피아’의 삽입곡에서도 디카펠라의 목소리 연주를 들을 수 있다!

 

 

평균율은 처음부터 음을 균등하게 나누는 조율법입니다. 예를 들어 서양 음계는 한 옥타브에 12개의 음이 있습니다. 피아노 건반이 흰 건반 7개, 검은 건반 5개를 한 세트로 연속해 나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돼요. 평균율은 기준이 되는 ‘도’의 진동수에 지수함수 값을 곱해 음을 조율하는 것입니다. 피아노 건반 기준으로 ‘도’ 음의 바로 다음 검은 건반은 2의12/1배의 진동수를, 그 다음 흰 건반은 2의12/2배로 조율하는 방식이지요.

 

 

최고의 하모니는 순정율


평균율에는 무리수 개념이 이용되니, 무리수 개념이 없던 기원전 6세기에 생각지 못했겠지요. 지금처럼 다양한 악기도 없었을 테고요.

 

그렇다고 피타고라의 순정율이 의미 없는 건 아닙니다. 현대 서양 음계와 본질적으로 같으며, 순정율로 화음을 구성하면 실제로 훨씬 더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음높이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아카펠라 그룹은 이를 기준으로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 수 있고, 화성적으로도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으니까요.

 

 

유독 디카펠라의 음악이 영화가 끝나도 귓가에 맴도는 게 이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디카펠라가 부른 노래는 영화 흥행에도 공을 세웠습니다. 7명의 구성원이 모두 오랜 시간 갈고닦은 실력으로 정확한 음을 짚어내며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냈기 때문입니다. 디카펠라는 인기에 힘입어 내년에는 미국 투어를 한다고 하는데요, 우리나라에서도 볼 날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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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8호 수학동아 정보

  • 조혜인 기자(heyn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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