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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중심에서 수학을 외치다!

새롭게 단장한 런던 과학박물관 수학갤러리

새로 문을 연 영국 런던 과학박물관 수학갤러리의 주제는 지난 400년간 인류의 역사를 바꿔 온 수학의 모습입니다. 보통 수학사라고 하면 선사시대 이전에 살았던 원시인들이 수를 센 흔적,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점토판, 고대 이집트의 측량이나 유클리드로 대변되는 그리스 수학이 떠오르기 마련이에요. 꼭 고대사가 아니더라도 중세시대와 아랍문명의 암흑기를 지나 꽃핀 르네상스 시대 유럽의 수학사가 생각나죠.

#이승재 연구원은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수학으로 학사, 석사 학위를 받았다. ‘소수의 음악’, ‘대칭’ 등의 저서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마커스 드 사토이 교수 밑에서 박사 과정을 이수하던 중 휴학하고 한국에 왔다. 현재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수학문화팀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런데 수학갤러리는 일반적인 접근에서 벗어나 아이작 뉴턴부터 시작된 400년간의 수학사에 주목합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긍정적인 효과가 있어요. 첫째, 관람객들에게 지금 당장 와 닿을 수 있는 수학을 소개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요. 2000년 혹은 3000년 전의 이야기가 흥미로울 순 있어도 공감하기는 어렵잖아요. 하지만 컴퓨터의 발전, 비행기의 개발 등은 우리 주위에서 찾을 수 있는 수학의 모습입니다.

둘째, 지난 400년간 영국은 수학을 통한 기술 발전으로 해가 지지 않는 나라를 이루고 산업혁명을 일으켰어요. 이로써 세계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나라로 자리매김했어요. 그래서 영국에는 어마어마한 수학 유물이 가득하죠. 뉴턴이 직접 집필한 책과 세계 최초의 컴퓨터, 헬리혜성으로 알려진 에드문드 헬리의 수명표까지, 근현대사를 송두리째 바꿔놓았던 수학 발전의 산 증인을 수학갤러리에서 볼 수 있어요.
△새롭게 단장한 런던 과학박물관 수학갤러리의 모습.

수학갤러리의 모든 것!

Q 런던 과학박물관은 어디에 있나요?
런던 안에서도 역사가 깊은 지역인 사우스켄싱턴에 있습니다. 세계적인 공과대학중 하나인 임페리얼대학교와 자연사박물관, 빅토리아&앨버트박물관이 함께 자리하고 있는 런던 과학 문화의 중심지입니다.

Q 런던 과학박물관의 역사는 어떻게 되나요?
1857년 사우스켄싱턴 박물관의 일부로 생겼어요. 1909년 런던 과학박물관이라는 독자적인 이름을 갖게 되지요. 지금 건물은 1928년 완공됐고, 그때부터 줄곧 세계인이 사랑하는 런던의 대표 관광지 중 하나로 꼽히고 있어요.
Q 이전에도 수학갤러리가 있었나요?
네, 수학갤러리는 1975년부터 있었어요. 그런데 인기가 없었죠. 수학에 관심이 많은 관람객들이 수학갤러리를 재단장해서 다시 문을 열어달라는 의견을 냈어요. 하지만 예산 문제로 계속 흐지부지됐지요.

그러던 중 수학 대중화에 관심을 가진 금융회사 윈튼 캐피탈의 주인인 데이비드 하딩과 클라우드 하딩이 필요한 예산 전액을 기부했어요.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를 맡으며 멋지게 새로 문을 열었지요.

Q 입장료는 얼마인가요?
무료입니다. 연중무휴로,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에 수학갤러리를 둘러볼 수 있어요. 마지막 입장은 오후 5시 15분이랍니다.
수학갤러리 맛보기

War and Peace(전쟁과 평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알려지지 못했고 알려질 수 없었던 비운의 영웅, 수학자 앨런 튜링을 아시나요? 튜링이 만든 초기 컴퓨터를 비롯해 실제 전쟁에 활용했던 수학 유물을 볼 수 있어요.

Life and Death(삶과 죽음) 출산율, 사망률, 기대수명, 이런 단어들을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수학을 이용해 이 값들을 구하지요. 그렇다면 수학이 정말 사람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할까요? 백의의 천사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이 어떻게 통계를 이용해 사람을 살릴 수 있었는지, 보험회사는 어떻게 우리의 기대수명을 확률적으로 계산할 수 있는지 이곳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어요.

Trade and Travel(교류와 거래) 경제활동의 기본은 사람과 사람, 단체와 단체 사이의 교류와 거래입니다. 서로 만족할 수 있는 적정가격의 형성과 천재지변이 일어났을 때 시장이 대처하는 방법을 미적분학과 확률, 통계학에 바탕을 둔 여러 이론으로 설명합니다.

Money(화폐) 우리 가족이 몇 명인지, 우리 집에서 기르는 소가 몇 마리인지 세는 것은 생존과 관련이 있어 원시시대부터 매우 중요한 문제였어요. 모든 경제활동의 근간을 이루는 화폐 시스템 속 수학에 대해 소개합니다.

Maps and Models(지도와 모형) 다른 세상이 궁금해 무작정 여행을 떠났던 탐험가를 통해 우리는 세계가 어떤 모습인지 알 수 있었어요. 나침반과 망원경만 가지고 북극성에 의존해 항로를 개척하던 시절부터 인공위성을 통해 지구 전체를 볼 수 있는 현재까지 그 모든 기술 속에 담긴 수학을 만날 수 있어요.

Form and Beauty(형태와 아름다움) 아름다움과 수학은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신기하게도 수많은 예술가가 수학 천재였습니다. 한 예로 화가는 더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기 위해 끊임없이 형체의 비율과 투사도법을 연구했습니다. 예술가가 남긴 수학의 흔적을 찾을 수 있어요.


수학 좋아하는 건축가의 손으로 탄생​
수학갤러리가 특별한 건 21세기 최고 건축가 중 한 명인 자하 하디드가 설계했기 때문이에요. 여성 최초로 프리츠커상을 받은 하디드는 국내에선 동대문 DDP를 설계한 건축가로도 유명해요. 프리츠커상은 건축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려요.

하디드가 수학갤러리 설계를 맡게 된 건 평소 수학을 좋아한 덕분이에요. 하디드는 건축을 공부하기 전 대학교에서 수학을 공부했어요. 하디드는 수학갤러리를 재단장한다는 소식을 듣고 본인이 직접 설계하고 싶다며 연락했어요.

하디드는 더 많은 사람에게 수학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수학갤러리 재단장 프로젝트에 열정을 쏟았어요. 1929년 영국의 항공기 제조회사 핸들리 페이지가 만든 실험비행기 ‘HP39’를 천장에 매달고 그 주변을 비행기가 만드는 기류 모양으로 디자인했어요. 수학갤러리가 수학 이론을 직접 설명하기보다는 수학이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하는 데 중점을 둔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예요. 수학을 토대로 비행기를 만들었더니 그 영향으로 여러 변화가 생겼다는 걸 기류로 나타낸 거지요.

그렇다면 그 많은 비행기 중에 HP39를 매단 이유는 무엇일까요? HP39 이전까지는 비행기가 안전하지 못했어요. 이착륙할 때 사고가 많이 발생했어요. 핸들리 페이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행기 날개에 날개의 모양을 바꾸는 장치인 ‘플랩’과 날개 주위의 공기 압력을 비슷하게 만들어 비행기 속도가 줄어드는 걸 방지하는 ‘슬롯’을 달았어요. 플랩과 슬롯에 숨은 수학 원리를 수학갤러리에서 가상현실로 확인할 수 있어요.

안타깝게도 하디드는 2016년 3월 31일 세상을 떠나 완성된 수학갤러리를 보지 못했어요. 하디드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든 수학갤러리, 꼭 한 번 가보고 싶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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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3호 수학동아 정보

  • 이승재 연구원
  • 진행

    조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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