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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에 도전장을 내밀다

인천청라고 수학신문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는 주사위를 굴려 미뉴에트를 작곡했고, 카를하인츠 슈톡하우젠은 자신의 곡을 연주자가 무작위로 골라 연주하도록 했다. 이처럼 창작에 우연을 도입한 음악을 ‘우연성 음악’이라고 한다. 이런 우연성 음악을 백만 곡이나 만든 학생들이 있다. 그 사연을 한번 들어보자.

수학신문부는 학생들이 직접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활동했던 부원들이 동아리를 떠나면서 수학신문부는 없어질 예정이었으나, 심현종 군이 새 부원을 모아와 박정임 교사에게 지도를 부탁한 것이다. 학생들은 처음엔 말 그대로 재미만을 기대했지만, 뜻밖의 것을 얻었다.
 

수학신문부는 올해 신문 다섯 호를 만들었다. 각 호마다 모비율과 삼각함수 같은 수학 주제를 정하고, 이와 관련된 기사 네다섯 편을 싣는다. 부원들이 함께 편집 계획표를 짜면 학생 기자 여덟 명이 기사를 나눠 쓰고 공동편집장 심현종 군과 최우성 군이 차례로 검토한다. 

수학신문부가 쓴 기사는 다채롭다. 김재현 군은 기존 노래 가사를 재미난 수학을 하고 싶다는 내용으로 바꿨다. 정석화 군은 수학 퀴즈를 만들었고, 신승희 군과 임정섭 군은 수학자의 삶과 연구 업적을, 윤세일 군은 수학이 일상생활에 적용된 사례를 소개했다. 최우성 편집장은 신문을 만드는 철학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18세의 탐사보도란 이런 거란다
기사를 쓰다 보니 심화 연구 활동까지 하게 됐다. 기사 소재로 제안한 모차르트의 작곡법에 연구해 볼 만한 내용이 많았기 때문이다. 모차르트는 미뉴에트를 작곡할 때 우연을 도입했는데, 176개 마디를 미리 만들어 번호를 붙인 뒤 주사위를 굴려 나온 숫자에 따라 마디를 조합했다.

부원들은 모차르트의 작곡법으로는 어차피 좋은 노래만 나오기 때문에 확률의 힘이 크지 않다고 생각했다. 대신 음표 하나까지 우연에 맡기는 작곡법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연구를 결심했다. 우연성이 큰 작곡법에서 좋은 음악이 나올 확률을 높이는 방법을 찾는 게 목표였다.

처음엔 순조로웠다. 먼저 작곡법을 만들었다. 박자는 정육면체 주사위로 결정하기로 했다. 대중음악에서 많이 쓰이는 박자를 조사해 한 마디를 이루는 박자 세트를 여섯 종류 준비한 다음 번호를 매겼다. 음정은 12음계가 적힌 정십이면체 주사위를 굴려 결정했다. 두 마디를 만들려면 박자 주사위를 두 번, 음정 주사위를 음표 수만큼 던져야 한다. 이제는 점수표가 필요하다. 곡이 화성학적으로 아름다운지 판단하려면 수치로 된 기준이 있어야 한다. 피아노를 잘 치는 석지훈 군이 나섰다. 자신의 화성학 지식을 총동원해 협화음을 만드는 음정과 불협화음을 만드는 음정에 2점부터-2점까지 점수를 매겼다.

수학신문부는 인천수학축전을 포함한 총 세 개의 행사에서 체험 부스를 운영했다. 방문객은 주사위만 굴리면 자신만의 곡을 가질 수 있었다. 부원들은 그걸 연주해 들려줬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하지만 누가 알았을까. 연구 목표에서부터 장애물이 있을 줄은. 아무리 고민을 해도 좋은 음악이 나올 확률을 높일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두 편집장은 당시의 답답함을 이렇게 표현했다.
 
처음 정한 목표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일은 다반사다. 포기하지 않고 슬기롭게 목표를 수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부원들은 토론 끝에 연구 방향을 틀었다. 자신들의 작곡법으로 탄생한 곡이 어떤 확률 분포를 이루는지 알아보기로 한 것이다.

부원들은 곡을 아주 많이 만들어 보기로 했다. 주사위를 굴려 100곡을 만들었으니 팔이 꽤 아팠을 테다. 이때 김유겸 군이 나섰다.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있던 김유겸 군은 자동으로 작곡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백만 개의 곡을 만든 비결이다.

결과를 본 부원들이 기쁨의 소리를 질렀다. 자신들이 만든 점수표에 따라 매긴 곡 점수의 확률 분포가 정규 분포 곡선으로 나타난 것이다. 교과서에서 배우던 정규 분포 곡선이 나왔다는 게 신기했다. 점수표가 정규 분포를 따른다는 건 자기들이 만든 점수표가 신뢰할 만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스스로 탐구하고 답을 찾는 게 수학
학생들은 수학신문부 활동을 통해 재미와 함께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얻었다. 흥미로운 주제에 도전하고 한계에 부딪쳐도 포기 않고 힘을 합쳐 해결하려 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동아리를 지도했던 박정임 교사는 “부족한 게 보여도 그걸 고쳐주려고 하지 않았다”며, “그 덕에 아이들이 어떻게 연구하는지도 알았고 기자 정신도 배운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처음부터 잘했던 건 아니다. 수학을 싫어하던 학생은 흥미를 얻었고 낯을 가리던 학생은 남 앞에 설 자신감이 생겼다. 국어를 못하던 학생은 어휘력을 키웠다. 박 교사의 말대로, 저마다 약점으로 여기던 것에 부딪쳐본 경험이 어떤 것이든 도전할 자신감을 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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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1호 수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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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임 수학 교사
  • 기타

    [글 ·사진] 이다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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