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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그림은 나도 그리겠네!’
물감을 어지럽게 흩뿌린 것이 마치 어린 아이가 낙서를 한 것 같다. 이런 그림이 수천억 원의 가치를 갖고 있다면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그런데 이 그림은 미국 미술계의 슈퍼스타이자 추상표현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잭슨 폴락의 작품이다. 겉으로는 막 뿌린 물감이 전부인 듯 보이지만 폴락의 그림에는 특별한 무엇이 있다. 작은 구조가 전체와 끝없이 닮은 구조인 ‘프랙탈’이다. 그림 속에 정말 프랙탈이 있을까?
피카소를 저주한 청년, 미국의 피카소가 되다!
추상표현주의 미술의 거장, 미국을 대표하는 화가, 액션 페인팅의 선구자는 모두 잭슨 폴락을 설명하는 수식어다. 폴락은 1912년에 태어나 1956년까지 짧은 생을 살았지만, 지금까지도 20세기 문화를 대표하는 미술계의 아이콘이다.
이런 화려한 명성과는 반대로 폴락은 어둡고 피폐한 삶을 살았다. 매일 술과 담배에 찌든 생활을 반복하기 일쑤였다. 가출한 아버지 때문에 다섯 형제를 홀로 키운 어머니와 함께 가난한 삶을 살았던 유년기도 한몫했다. 거기에 잭슨 폴락을 좌절하게 한 사람이 있으니 바로 피카소다.
폴락이 뉴욕에서 무명의 화가로 활동하던 당시, 미국은 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해 세계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예술에서만큼은 여전히 유럽이 중심이었다. 미국은 그저 변방에 불과했다. 당시 피카소는 파격적인 화법을 내세워 미술계의 대세가 됐다. 미국의 중심인 뉴욕에도 피카소 열풍이 거세게 불었다. 폴락은 세계 미술계를 평정한 피카소를 뛰어 넘을 수 없다는 생각에 좌절하며 피카소를 저주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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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페인팅에 프랙탈이 있다?!
잭슨 폴락의 작품은 액션 페인팅 기법을 사용한 것이 대부분이다. 즉흥적으로 우연에 맡긴 작품 같다. 폴락 자신도 캔버스를 ‘투우장’이라고 한 것을 보면 작품을 그리는 과정이 얼마나 역동적이었는 지 상상할 수 있다.
당시 사람들은 폴락의 그림을 보고 ‘우연에 의해 빚어진 혼돈’이라고 비판하곤 했다. 그러나 그런 비판을 들을 때마다 폴락은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혼돈이 아니다!”
“나는 우연을 사용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우연을 부정하기 때문이다.”
“나는 우연을 사용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우연을 부정하기 때문이다.”
폴락은 어떤 의도를 가지고 물감을 뿌렸던 것일까? 안타깝게도 잭슨 폴락은 갑작스런 음주운전사고로 생을 마감했다. 폴락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논란은 계속 이어졌다. 그러던 중 폴락의 대답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기라도 하듯, 한 물리학자가 폴락의 작품을 연구한 결과를 세상에 발표했다.
미국 오리건대 물리학과 리처드 테일러 교수는 폴락의 작품이 무작위적인지, 아니면 복잡성 속에 규칙이 있는지 확인했다. 연구팀은 당시 폴락의 그림 중 가장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었던 1952년 작품 <;푸른 기둥>;을 분석했다.
그림을 유심히 관찰해 보니 서로 길이가 다른 두궤적이 어우러져 있었다. 2~5cm의 긴 궤적은 플록이 몸을 움직이며 물감을 떨어뜨리는 과정에서,1mm~5cm의 짧은 궤적은 통에서 물감이 떨어질때 생긴 것이었다. 그런 다음 두 가지 변수를 고려해 박스카운팅★ 기법으로 그림의 차원을 계산했더니 짧은 궤적은 1.1~1.3차원이, 긴 궤적은 2~3차원의 값이 나왔다. 이때 차원은 프랙탈 차원을 뜻한다.
결과를 토대로 연구팀은 폴락이 처음에 긴 궤적으로 전체적인 밑그림을 그린 다음, 물감 통에서 물감을 떨어뜨리는 방법으로 섬세하게 작품을 완성해나갔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실제로는 치밀한 계획에 의한 완성품일 수 있다는 얘기다.
[박스카운팅★ 그림의 차원을 분석하는 고전적인 기법으로 그림의 일부를 사각형(상자모양)으로 연쇄적으로 확대해 계산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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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품 혹은 위조품? 여전히 뜨거운 논란![](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512/M201601N010_4.jpg)
누구나 그릴 수 있을 것 같아 보이는 그림이 엄청난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어서일까. 폴락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폴락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작품을 두고 종종 논란이 됐다.
2003년에 발견된 24점이 대표적이다. 폴락의 친구였던 부친으로부터 그림을 물려 받은 알렉스 매터는 2006년 잭슨 폴락의 사망 50주년에 맞춰 전시회를 열 계획이었다. 폴락-크래스너 재단에 속한 전문가들은 알렉스의 어머니이자 역시 폴락의 친구인 메르세데스가 가르치는 학생과 함께 폴락의 작품을 모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위조품 논란이 뜨거워지자 리차드 테일러 교수팀은 문제의 그림 24점 중에서 6개를 분석한 결과를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6점의 그림이 기존의 폴락의 그림과 패턴이 다르다는 내용이었다.
한 가지 연구 결과만으로 위조품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섣부른 일이다. 테일러 교수 역시 작가 한사람이 다양한 화법으로 그렸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위조품이라고 결론짓지는 않았다. 게다가 24점 중 6점만 분석해 위조품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더욱 무리다.
폴락의 진품 그림을 가려내는 뚜렷한 방법은 아직도 찾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언젠가 혼돈의 규칙을 담아냈던 폴락의 그림을 가려낼 방법을 찾게 되지 않을까. 우연을 부정한다던 잭슨 폴락의 말이 증명될 날이 기다려진다.
미국 오리건대 물리학과 리처드 테일러 교수는 폴락의 작품이 무작위적인지, 아니면 복잡성 속에 규칙이 있는지 확인했다. 연구팀은 당시 폴락의 그림 중 가장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었던 1952년 작품 <;푸른 기둥>;을 분석했다.
그림을 유심히 관찰해 보니 서로 길이가 다른 두궤적이 어우러져 있었다. 2~5cm의 긴 궤적은 플록이 몸을 움직이며 물감을 떨어뜨리는 과정에서,1mm~5cm의 짧은 궤적은 통에서 물감이 떨어질때 생긴 것이었다. 그런 다음 두 가지 변수를 고려해 박스카운팅★ 기법으로 그림의 차원을 계산했더니 짧은 궤적은 1.1~1.3차원이, 긴 궤적은 2~3차원의 값이 나왔다. 이때 차원은 프랙탈 차원을 뜻한다.
결과를 토대로 연구팀은 폴락이 처음에 긴 궤적으로 전체적인 밑그림을 그린 다음, 물감 통에서 물감을 떨어뜨리는 방법으로 섬세하게 작품을 완성해나갔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실제로는 치밀한 계획에 의한 완성품일 수 있다는 얘기다.
[박스카운팅★ 그림의 차원을 분석하는 고전적인 기법으로 그림의 일부를 사각형(상자모양)으로 연쇄적으로 확대해 계산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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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품 혹은 위조품? 여전히 뜨거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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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릴 수 있을 것 같아 보이는 그림이 엄청난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어서일까. 폴락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폴락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작품을 두고 종종 논란이 됐다.
2003년에 발견된 24점이 대표적이다. 폴락의 친구였던 부친으로부터 그림을 물려 받은 알렉스 매터는 2006년 잭슨 폴락의 사망 50주년에 맞춰 전시회를 열 계획이었다. 폴락-크래스너 재단에 속한 전문가들은 알렉스의 어머니이자 역시 폴락의 친구인 메르세데스가 가르치는 학생과 함께 폴락의 작품을 모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위조품 논란이 뜨거워지자 리차드 테일러 교수팀은 문제의 그림 24점 중에서 6개를 분석한 결과를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6점의 그림이 기존의 폴락의 그림과 패턴이 다르다는 내용이었다.
한 가지 연구 결과만으로 위조품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섣부른 일이다. 테일러 교수 역시 작가 한사람이 다양한 화법으로 그렸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위조품이라고 결론짓지는 않았다. 게다가 24점 중 6점만 분석해 위조품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더욱 무리다.
폴락의 진품 그림을 가려내는 뚜렷한 방법은 아직도 찾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언젠가 혼돈의 규칙을 담아냈던 폴락의 그림을 가려낼 방법을 찾게 되지 않을까. 우연을 부정한다던 잭슨 폴락의 말이 증명될 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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