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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살아남아라, 반드시

2015년, 화성 탐사 계획은 계속되고 있지만 로봇이 아닌 사람이 화성에 간 적은 없다. 영화 ‘마션’은 화성에 착륙한 탐사대의 이야기다. 운 나쁘게 화성에 혼자 남은 한 사람과 그를 구출하기 위한 동료들의 노력은 어떤 결말을 맺게 될까?

로켓 한 대가 우주로 솟아올랐다. 이 로켓은 아레스3 탐사대를 지구 궤도에 있는 또 다른 우주선 ‘헤르메스 호’까지 데려갔다. 탐사대를 태운 헤르메스 호는 지구 궤도를 떠나 화성 궤도에 도착했다. 탐사대원 여섯 명은 헤르메스 호에서 ‘화성하강선’으로 옮겨 타고 화성 표면으로 내려갔다. 이들은 약 한 달 동안 각자 임무를 수행한 다음 ‘화성상승선’을 타고 다시 헤르메스 호로 갈 예정이다. 그리고 헤르메스 호에서 다시 지구로 돌아올 것이다.

아레스3 탐사대의 화성 탐사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3년 전부터 준비한 것이다. NASA는 3년 전부터 무인 우주선으로 탐사대가 쓸 물품을 14번에 걸쳐 화성에 옮겨다 놓았다. 임무를 마치고 지구로 돌아올 때 필요한 화성상승선도 그 중 하나다.

화성에 도착한 아레스3 탐사대는 화성 표면에 지은 거주용 막사에 머물며 각자 연구를 시작했다. 시작은 순조로웠다. 아레스1, 2 탐사대가 화성에 다녀간 경험을 토대로 오랜 시간 준비했으므로 식량과 산소, 에너지 등의 자원도 한 달 동안 쓰기에 충분했다.

화성에 도착한 지 18일째 되는 날, 모래 폭풍이 불었다. 물론 전문가들은 모래 폭풍을 예상하고 튼튼한 우주선을 만들었다. 문제는 당초 예상보다 더 강한 폭풍이 불어 닥쳤다는 것이다. 모래 바람이 시속 175km로 불자 모든 대원이 임무를 중단하고 폭풍이 잦아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강한 폭풍에 화성상승선이 망가질 위기에 처하자 대원들은 지구로 돌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화성상승선을 지키기 위해 막사를 탈출한다.

이때 통신용 안테나가 강한 모래 바람에 휩쓸려 날아가다가 화성상승선으로 가던 한 사람을 치고 말았다. 나머지 대원 다섯 명은 끝내 부상당한 한 사람을 구하지 못하고 화성상승선에 올라탔다. 결국 화성상승선은 대원 다섯 명을 태우고 떠난다.


그런데 화성에 남은 한 사람이 운 좋게 살아남았다. 그는 상처를 치료했지만 지구와 모든 통신이 끊긴 것을 알게 된다. 게다가 딱 한 대 있던 화성상승선도 없다. 그는 지구로 돌아가기를 포기하고 최초로 화성에서 삶을 마감한 인류가 되고 말 것인가?

 


셈할 줄 아는 식물학자의 화성에서 먹고살기

탐사대원 마크 와트니는 화성 북위 31.2°, 서경 28.5° 지점의 아시달리아 평원에 ‘혼자’ 남았다. 기계공학자이자 식물학자인 와트니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써 살아남을 계획을 세운다. 만약 지구와 교신해 자신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못한다면 와트니가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다. 그건 바로 4년 뒤에 ‘아레스4 탐사대’가 화성에 도착할 때까지 살아있는 것이다.

화성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목숨을 잃을 수 있다. 다행히 산소 발생기가 이산화탄소를 분해해 산소로 바꿔주기 때문에 질식할 위험은 적다. 와트니는 자신이 굶어죽지 않고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를 계산한다.

와트니에게는 이미 300일 동안 먹을 수 있는 식량이 있다. 1끼 분량의 34만 먹으면 400일도 버틸 수 있다. 화성에서 식량을 재배하는 건 어떨까? 화성에 남은 식물학자는 문제점을 크게 두 가지로 정리했다.



 

문제점 1 . 작물이 자랄 흙이 없다

와트니는 식물학 지식을 살려 화성의 흙을 작물이 자랄 수 있는 흙으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화성의 흙은 메말랐고 작물이 자라는 데 꼭 필요한 박테리아가 없다. 그래서 와트니는 남은 음식 찌꺼기는 물론 몸에서 나오는 모든 물질(대원들이 남기고 간 똥 봉지까지)을 한데 모았다. 그리고 이렇게 모은 거름과 물을 막사 바깥에서 들여온 화성의 흙에 섞어 양질의 흙을 만들기로 했다. 거주용 막사는 일종의 밭으로 변했다. 막사의 면적은 약 92m2다. 10cm 깊이로 흙을 덮는다고 생각하면 화성의 흙이 9.2m3만큼 필요하다. 그리고 작물을 키우려면 흙 1m3당 물 40L가 필요하다. 즉, 밭 전체를 충분히 적시려면 물 368L가 필요하다. NASA는 비상 식수를 대원 1인당 50L로 계산해 물 300L를 화성에 보냈다. 와트니는50L만 남기고 물을 모두 농사에 쓰기로 했다. 물 250L는 10cm 깊이의 흙 62.5m2를 적실 수 있는 양이다. 즉, 막사의 23를 밭으로 만들 수있다는 뜻이다.

문제점 ❷ 먹을 작물이 없다

와트니는 운 좋게 식량 팩에서 감자 몇 알을 찾아냈다. 감자는 재배하기 쉽고 1kg당 칼로리가 770kcal나 된다. 식량 팩으로 버티는 400일 동안 넓이가 약 62m2인 밭에서 수확할 수 있는 감자의 양은 약 150kg이다. 감자 150kg의 총 칼로리는 11만 5500kcal다. 기초 대사량을 생각해 하루에 1500kcal만 먹고 살아도 76일 정도밖에 버틸 수 없는 양이다. 물론 감자는 76일 동안 또 자란다. 비례식을 세워 계산하면 76일 동안 수확할 수 있는 감자는 약 28.5kg이다. 이는 총 15일 동안 먹을 수 있는 양이다. 감자가 잘 자라준다면 와트니가 굶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시간이 490일로 늘어난다. 하지만 아레스 4 탐사대가 도착할 예정인 1412일째 날까지 살려면 획기적인 방법을 생각해 내야 한다.

숫자가 된 글자로 지구와 교신하기

기계공학자인 와트니가 통신기기를 고쳐 구조를 요청하는 것도 지구로 돌아갈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안타깝게도 지구와 통신할 수 있는 기계는 모두 사라졌거나 고장이 났다. 와트니는 과거 화성에 먼저 도착한 화성탐사선 ‘패스파인더’를 찾아내 그 안에 연결된 통신기기를 고친다. 덕분에 지구에서는 패스파인더에 달린 카메라를 조종할 수 있게 됐다.

와트니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메모에 써서 카메라에 비추는 방법으로 지구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구에서는 오로지 카메라 지지대를 회전시키는 것만 가능했다.

와트니가 생각한 대안은 바로 문자를 숫자로 나타내는 것이다. ‘아스키 코드’가 대표적인 예다. 아스키 코드는 0부터 9까지의 숫자와 대소문자 알파벳, 특수문자, 제어문자 각각에 0부터 127까지 번호를 매긴 부호 체계다. 예를 들어 ‘Good’을 아스키 코드로 나타내면 ‘71, 111, 111, 100’이다.

와트니는 아스키 코드를 16진법으로 나타내 지구와 교신하기로 했다. 16진법은 가장 오른쪽 자리의 자릿값이 160이고 왼쪽으로 갈수록 자릿값이 16배가 되는 숫자 표기법이다. 예컨대 100(6×161+4×160)을 16진법으로 나타내면 64다. 그런데 111(6×161+15×160)을 16진법으로 나타내려면 조금 문제가 생긴다. 가장 오른쪽에 있는 첫 번째 자리에 두 자리 숫자인 15를 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16진법에서는 10부터 15까지 수를 알파벳으로 나타낸다.



 

111을 16진법으로 표현하면 6F다. 와트니는 질문을 적은 카드 한 장과 0부터 9까지 적힌 카드 10장, A부터 F까지 적힌 카드 6장을 카메라 주변에 둥글게 늘어놓았다. 이제 카드 한 장에 약 21°의 공간을 할애할 수 있다. 여전히 느리긴 하지만 전보다는 나아진 대화법이다.

 


상상력과 유머로 살아남기


마크 와트니가 지구와 충분히 교신하는 데 성공할 수 있을지, 구조되기 전까지 화성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생명을 포기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와트니는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생존 방법을찾는다.

만약 먼 미래에 화성에서 위급한 상황에 처한다면 와트니를 떠올려 보자. 상황을 숫자로 바꿔 생각할 수 있다는건 화성에서도 생존할 확률을 높이기 때문이다.

2015년 10월 수학동아 정보

  • 고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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