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교수는 26년 전인 1988년에 우리나라 최초로 세계수학올림피아드에 참가해 동상을 수상하는 업적을 거뒀다. 그때부터 줄곧 수학자의 꿈을 놓지 않고 한 걸음씩 걸어온 결과, 전세계 수학자들이 주목하는 뛰어난 연구 결과를 내놓을 수 있었다.
대표적인 연구 결과는 바로 30년간 풀리지 않은 대수기하학 분야의 난제를 해결한 것이다. 대수기하학이란, 주어진 다항식을 만족하는 점들의 집합에 대해 연구하는 분야다. 한 예로 x²+y²=1을 만족하는 점들의 집합은 원이다. 한 단계 더 확장하면 평면 위의 모든 2차 곡선은 ax²+by²+cxy+dx+ey+f=0이라는 식에서 계수를 조정해 얻을 수 있다. 이런 수식이 표현하는 모든 곡선이 포함된 공간을 ‘모듈라이 공간’이라고 부르는데, 대부분의 모듈라이 공간은 특이점이라고 부르는 구조가 많아서 분석하기가 무척 까다롭다. 특이점이란 쉽게 말해서 뾰족하게 튀어나온 부분을 말하는데, 이런 부분에서는 미분이나 적분 같은 수학적인 분석을 할 수 없다.
많은 수학자들이 모듈라이 공간을 분석하는 방법을 연구했고 ‘가상적분이론’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었지만, 이 방법은 계산이 너무나 복잡해 실제로는 적용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김 교수가 모듈라이 공간 안에서 ‘코섹션’이라는 부분만 찾아내면 복잡한 가상적분 계산이 매우 단순해진다는 것을 밝히면서 문제가 해결됐다.
김 교수의 연구 결과가 중요한 이유는, 모듈라이 공간에서 가상적분을 통해 얻은 결과들이 우주의 기원을 연구하는 ‘끈이론’에 유용하게 쓰이기 때문이다. 즉, 순수 수학 연구로 우주의 기원을 연구하는 이론물리학자들에게 좋은 연구 도구를 제공해 준 셈이다. 뿐만 아니라 김 교수는 서로 다른 모듈라이 공간을 비교하는 방법을 개발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대수기하학의 기본 개념은 약 2500년 전의 고대 수학자들이 생각해 낸 것인데, 그 개념이 우주의 기원을 연구하는 최신 연구에 실마리를 제공한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사실”이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수학이라는 세계의 비밀을 풀어 나가는 기쁨을 맛보고 싶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