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수면에 떨어진 물방울은 동심원 모양의 파문을 일으킨다. 그리고 저마다 다른 형태로 춤을 춘다. 독일의 아마추어 사진작가 마르쿠스 로이겔스는 매순간 새로운 모습으로 변하는 물방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점성이 만드는 찰나의 마술
점성이란 액체나 기체의 끈끈한 성질을 말한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빨리 뛰지 못하는 것처럼, 분자들끼리 서로의 운동을 방해하는 것이 점성이 생기는 이유다.
그런데 때로는 점성이 아름다운 예술 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액체 조각’은 점성이 다른 액체를 방울방울 떨어트릴 때 일어나는 신비로운 현상을 포착하는 예술 분야다. 마르쿠스 로이겔스는 3년 넘게 액체 조각 사진을 찍는 데 흠뻑 빠져 있다.
물방울로 표현하는 차원이동과 대칭
“실제일까 합성일까?”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한 장의 사진을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바로 슈퍼맨이 물방울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모습의 사진(왼쪽 페이지) 때문이다. 일부는 이 사진이 컴퓨터로 합성한 것이라고 하고, 또 다른 사람들은 실제로 찍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답은 뭘까?
이 사진을 찍은 마르쿠스 로이 겔스는 ‘진짜’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물방울 속에 슈퍼히어로를 담는 걸까? 작가는 물방울의 힘을 이용해 2차원 평면을 3차원 입체로 변환시키는 것이 비결이라고 설명한다.
‘점성’과 ‘확산’으로 만드는 판타지
마르쿠스 로이 겔스는 점성과 확산, 그리고 물방울을 떨어트리는 각도를 변수로 이용해서 마치 판타지 세계에나 있을 법한 신비로운 형상을 만들어 낸다.
외계 행성의 버섯처럼 보이는 위 작품은 수면의 경계에서 촬영한 것이다. 수면 밑에서 색소가 점차 퍼져나가면서 신비로운 외계 행성의 분위기를 뿜어낸다.
마치 해파리 처럼 보이는 오른쪽 작품은 물속에 서로 다른 색깔의 식용색소를 풀고,물방울을 연달아 떨어트려 충돌시킨 모습이다. 작가는 젤리 같은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서 물속에 ‘구아검’이라는 식품첨가물을 섞었다. 구아검은 물에 풀어 주면 끈적한 정도인 점성을 증가시킨다.
“아름다움 속에 수학이 있어요!”
저는 독일에 사는 아마추어 사진작가 마르쿠스 로이겔스입니다. 제 직업은 건물 인테리어 기술자예요. 사진과는 전혀 관계 없는 일이죠. 하지만 5년 전에 아이가 태어나면서 가족앨범을 만들려고 사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답니다. 인터넷 사진 동호회에서 사진 찍는 법을 배웠죠.
그러던 어느 날 검색을 하다가 놀라운 사진을 발견했어요. 바로 액체 조각 사진이 었죠. 그때부터 인터넷 사이트를 뒤져가며 액체 조각 사진을 찍는 방법을 배웠답니다.
처음에는 병원에서 쓰는 주사기 에 액체를 담고 한 방울씩 떨어트리는 방법을 썼어요. 그러다가 조금씩 기술을 발전시켜서, 지금은 밸브로 물방울을 조절하는 촬영 장치를 만들어 쓰고 있답니다.
이 장치로 원하는 이미지에 따라 물방울의 점성과 떨어트리는 각도를 조절하고, 빛의 밝기와 카메라의 초점 등을 수없이 조정하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저는 비록 수학을 잘 모르지만, 액체 조각 사진에 수학이 녹아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액체의 점성과 떨어트리는 각도, 시간 차이 등 다양한 변수가 어우러져 하나의 작품이 탄생하기 때문이죠.
저는 이렇게 사진을 찍고 있을 때가 정말좋답니다. 일상의 피로를 잊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게다가 이렇게 한국에까지 제 작품을 소개할 수 있잖아요? 여러분도 저처럼 사진이나 다른 대상을 통해서 즐거움을 찾고 상상력을 표현할 수 있기를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