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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산수의 산학유랑기

조선시대 수학의 달인, 경선징 수학을 노래로 가르치다


 
조선시대 최고의 수학 선생님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분이 경선징 선생님이십니다. 수학 공식을 노래로 만들어 가르치셨거든요. 수학 노래가 담겨 있는 <;묵사집산법>;은 예비 산학자들 사이에서 당대 최고 인기 교재였습니다. 어떤 수학 노래인지 어디 한번 살펴볼까요?

수학공부에 가장 많이 시간을 쏟는 사람은 수학 시험을 코앞에 앞둔 학생들일 것이다. 조선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조선시대에는 산학 취재에 합격해야 산학자가 될 수 있었다. 산학 취재를 준비하던 사람들이 수학공부에 매달렸다. 이런 예비 산학자들이 공부할 때 꼭 필요했던 교재 중 하나가 경선징의 <;묵사집산법>;이다.

<;묵사집산법>;에는 연립방정식, 수열, 도형의 넓이 구하는 문제 등 다양한 수학 문제가 실려 있지만, 중국의 <;구장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다른 수학책과 비슷한 문제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비 산학자들의 인기를 독차지한 이유는 중요한 수학 내용을 외우기 쉽게 노래로 만들어 소개했기 때문이다. 경선징은 산대를 가지고 수를 표기하는 방법이나 연립합동식을 푸는 데 도움이 되는 계산을 노래로 만들었다.

조선시대에는 산대를 가지고 계산을 했기 때문에 산대로 수를 표기하는 일은 매우 중요했다. 경선징은 이를 쉽게 익히게 하기 위해 ‘행산위’ 또는 ‘포산결’이라는 노래를 소개했다. 행산위는 산대 배열의 가장 기본이 되는 자릿수를 뜻하는 말이고, 포산결은 산대를 보자기에 싸가지고 다니다가 필요할 때 보자기를 펼쳐서 계산하는 방법이라는 뜻이다.
 

행산위

영(일)의 자리는 세우고 십의 자리는 누이네.
백은 서고 천은 눕고 만 역시 세우네.
억조에서 회(경)까지 차례로 나아가고.
각 자리마다 5의 산대는 위에 놓네.

포산결

일은 세로로 십은 가로로, 백은 서고 천은 넘어져 있네.
천과 십은 서로 같은 모양이고 만과 백은 서로 바라보네.
6 이상의 숫자는 모두 5를 나타내는 산대가 위에 있네.
6은 같은 산대가 쌓인 것이 아니고 5는 산대 하나가 아니네.
십이 되면 자리를 나아가고 십이 안 되면 제자리에 나타내네.
다만 이 비결을 정확히 이해하면 구장산술을 배울 만하네.


구구단을 알면 곱셈을 빨리 하는 것처럼, 7로 나누어 나머지가 1인 5와 9의 공배수 중 가장 작은 수와 같은 계산을 외우고 있으면 연립합동식을 빨리 풀 수 있다. 따라서 경선징은 연립합동식에서 자주 사용되는 수를 노래로 만들었다. 연립합동식은 연립방정식의 근을 주어진 숫자 n으로 나눈 나머지의 값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오늘날 대학에서 배우는 내용이다.

7월 7일 초승달의 저녁에, 방아깨비 알을 99개나 낳았네.
중양(9월 9일) 좋은 절기의 풍경이 좋고, 두 노인이 동갑으로 77세(2×77)라.
지월(11월) 추운 날의 술값이, 반관(500문)에 겨우 59문 제한다(441문).
693의 봄날의 따사로움과. 제야의 여흥이 이와 비슷함을 알리라.


첫 행은 7과 99, 둘째 행은 9와 154, 셋째 행은 11과 441, 넷째 행은 693을 외우게 하는 노래다. 그런데 방아깨비의 알의 수를 99라고 했을까? 조선시대 사람들은 방아깨비가 알을 한꺼번에 99개씩 낳아 다산의 상징으로 여겼다. 그렇다면 693의 봄날은 어떤 의미일까? 수학적으로 필요한 수인 693를 노래 가사에 포함해야 하는데, 적당한 비유를 찾지 못해 그냥 넣은 것으로 추측된다.

수학 공부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노래까지 이용한 경선징이야 말로 조선 최고의 수학 선생님이라고 부를 만하다.

해석

9와 11의 공배수 중 7로 나눠 나머지가 1인 가장 작은 수는 99.
7과 11의 공배수 중 9로 나눠 나머지가 1인 가장 작은 수는 154.
7과 9의 공배수 중 11로 나눠 나머지가 1인 가장 작은 수는 441.
7과 9, 11의 최소공배수는 693.

2012년 07월 수학동아 정보

  • 조가현 기자
  • 자료출처

    장혜원(진주교육대 수학교육과 교수) <수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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