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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반 고흐 위대한 유산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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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빛나는 밤, 노란색, 해바라기. 이 세 가지만으로도 생각나는 화가가 있다. 천재 화가 반 고흐다. 최근 불멸의 화가 반 고흐의 작품을 다룬 영화 <;반 고흐, 위대한 유산>;이 개봉됐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화가로 손꼽히지만, 비극적인 짧은 생을 산 반 고흐. 영화를 통해 반 고흐의 삶과 그가 남긴 위대한 유산의 비밀을 알아보자.

올 가을, 영화로 만나는 반 고흐


쪽빛 하늘에 노란 붓 자국의 선명한 소용돌이로 신비로운 밤하늘을 표현한 ‘별이 빛나는 밤’과 강렬한 노란색이 인상적인 ‘해바라기’는 모두가 아는 고흐의 대표작이다. 고흐는 오늘날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과 인정을 받는 최고의 화가가 되었지만, 사실 생전에는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비운의 화가였다. 시대를 앞선 파격적인 작품 세계 때문에 당시 예술가들로부터 외면당하기 일쑤였다. 이 때문에 고흐는 같은 화가였던 동생 테오에게 의지하며 살 수 밖에 없었다.

동생과 달리 인정받지 못한 장남의 고충과, 자신의 작품 세계를 인정해 주지 않는 예술가들 사이에서 고흐는 평생 괴로워하며 살아갔다. 그러다 결국 1888년, 그의 나이 36세에 병이 발작해 자신의 왼쪽 귀를 자르는 끔찍한 일을 벌였고, 이후 정신병원에서 지내다가 1890년 자살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

이 때문일까. 지금껏 천재 화가 고흐의 비극적인 삶을 소재로 많은 영화가 만들어졌다. 1956년 미국에서 <;삶에 대한 열정>;, 1990년에는 영국에서 <;빈센트와 테오>;, 1991년에는 프랑스에서 <;반 고흐>;란 제목의 영화가 개봉했다.

그리고 지난 달, 국내에서 <;반 고흐, 위대한 유산>;이 개봉했다. 이 영화는 고흐의 고국인 네덜란드 출신의 감독 핌 반 호브가 연출하고, 네덜란드에서 활동 중인 배우 바리 아츠마가 주인공 고흐 역을 맡아 더욱 뜻깊다. 게다가 바리 아츠마의 외모는 역대 고흐의 역할을 했던 그 어떤 주인공보다 고흐와 닮아 눈길을 끈다.

특히 이번 영화에서는 고흐의 생애와 더불어 고흐의 죽음 이후 조카 빌렘 반 고흐가 번갈아 등장하는 액자 형식을 따르고 있어 보는 재미를 더한다. 수백여 점의 작품을 물려받은 빌렘 반 고흐가 위대한 유산을 어떻게 다루는지 영화에서 확인해 보자.

반 고흐의 위대한 유산을 만나다!

영화에서는 고흐가 본래 목사가 되려고 하다가 진로를 수정해 화가가 되기로 결심한 시기부터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다루고 있다. 어둡고 음침했던 고흐의 초기 작품부터 파리로 거처를 옮기면서 밝은 색채를 쓴 작품과 이후 고갱을 만나면서 전성기를 맞았을 때의 작품까지,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아를의 반 고흐의 방 파리에서 남프랑스의 아를로 옮긴 고흐는 이곳에서 고갱과 함께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한다. <;아를의 반 고흐의 방>;은 모두 3가지 종류가 있다. 이 세 그림은 얼핏 보면 같은 그림으로 보이지만, 벽에 걸린 그림의 종류나 의자 위의 방석 등 미세하게 다른 점이 있다. 가장 먼저 그린 첫 작품(❶)은 반 고흐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고, 1889년 생레미 요양원에서 그린 두 번째 그림(❷)은 시카고 미술관에, 그리고 세 번째로 어머니와 여동생을 위해 그린 마지막 그림(❸)은 오르세 미술관에 있다. 같은 듯 다른 세 그림을 비교해서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고흐의 그림에서 ‘과학’과 ‘수학’을 엿보다!

지금까지 영화에 등장하는 고흐의 위대한 작품 몇 점을 살펴봤다. 고흐는 서양 미술사에서 가장 위대한 화가 중 한 사람으로 남아 지금도 많은 예술가들이 그의 작품을 연구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연구는 비단 예술가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과학자와 수학자들도 고흐의 위대한 유산을 연구하고 있다.

고흐의 소용돌이에 ‘유체역학’이 있다!


앞서 본 고흐의 작품 이외에도 고흐 하면 생각나는 그림으로는 <;별이 빛나는 밤>;이 있다. 밤하늘의 거대한 소용돌이 구름과 밝은 달빛이 신비롭고도 몽환적인 느낌을 준다.

그런데 이 그림의 소용돌이에 ‘유체역학’이 담겨 있다는 놀라운 연구 결과가 있다. 2006년 멕시코국립대의 물리학자 호세 루이스 아라곤 박사팀은 <;별이 빛나는 밤(1889)>;, <;삼나무와 별이 있는 길(1890)>;, <;까마귀가 나는 밀밭(1890)>;과 같은 고흐의 후기 그림을 분석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그림 속 소용돌이는 난류★의 움직임과 같았다.

애초부터 소용돌이를 분석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연구팀은 고흐 그림만의 고유한 특징을 알아내기 위해 그림의 밝기 분포를 분석했다. 이때 임의의 거리만큼 떨어져 있는 두 지점의 밝기가 같을 확률을 구하는 방법을 썼다.

그 결과, 두 지점 사이의 거리가 멀수록 두 지점의 밝기가 같을 확률이 감소했다. 특히 두 지점의 밝기가 같을 확률은 두 지점 사이 거리의 거듭제곱에 비례해 줄어들었다. 이것은 난류를 다루는 유체역학의 대표적인 법칙인 ‘콜모고로프 척도’와 같다. 더 놀라운 건 고흐가 정신적으로 혼란스러웠을 때 그린 그림일수록 콜모고로프★ 척도와 같은 형태의 난류가 나타난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플러스 매거진>;과 한 인터뷰에서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고흐의 소용돌이와 난류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을 것”이라며, “상관관계가 밝혀진다면 그림을 통해 환자의 정신질환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을 밝혔다.
 
1889년 자신의 귀를 자른 사건 이후, 생레미 요양원에서 그린 <;별이 빛나는 밤>;과, 자살하기 직전인 1890년에 그린 <;까마귀가 나는 밀밭>;.

난류★ 유체(기체나 액체)의 불규칙한 흐름을 뜻한다.
콜모고로프(1903~1987)★ 확률론을 정립한 러시아의 수학자. 1933년 출간한 <;확률론의 기초 개념>;에서 기본적인 공리를 도입해 확률론 체계를 세웠다.

수학자, 고흐의 모사품을 선별하다!

최근 예술과 과학의 분야로만 생각하기 쉬운 그림 복원에도 수학자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007년 릭 존슨 코넬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반 고흐 박물관과 협력해 고흐의 작품을 복원하고, 모사품을 구별하는 <;반 고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리고 2011년 이 프로젝트에 한 수학자가 합류했다. 국제수학연맹의 첫 여성 회장이자 듀크대 수학과 석좌교수인 잉그리드 도브시다.

융합연구의 대가로 유명한 도브시 교수는 응용수학의 한 분야인 웨이블릿(wavelet) 분야의 전문가다. 웨이블릿은 디지털 신호 처리나 이미지 압축에 사용되는 분야다. 간단히 말해 그림을 행렬로 변환한 다음, 각 조각에 0부터 255바이트까지 고유한 숫자 정보를 부여한다. 그림을 잘게 나눠 수로 나타낸다는 뜻이다. 그런 다음 이것을 웨이블릿 변환 수학모델로 분석한다. 이렇게 하면 고흐만의 고유한 붓질의 성질을 수학적으로 알아내 훼손된 그림을 복원하거나, 모사품을 구별할 수 있다.

물론 아직까지 수학 이론으로 완벽하게 그림을 복원하고, 모조품을 구별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수학으로 진짜 명화를 오랫동안 감상할 수 있는 날이 가까워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2014년 11월 수학동아 정보

  • 장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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