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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난쟁이 행렬과 평균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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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한 나라의 부를 1인당 국내총생산(GDP)로 파악한다. 그런데 GDP가 높다고 해서 국민이 다 잘 사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1인당 GDP가 4만 5000달러에 이르는 잘 사는 나라다. 하지만 최상위 1%의 소득이 전체 국민소득의 대다수를 차지해 가난한 국민들이 살기 힘겹다. 1인당 국민소득이 높아도 부가 집중돼 있으면 대다수 국민들의 생활이 어렵다. 이런 착시가 일어나는 이유는 ‘산술평균’ 때문이다. 이번호에서는 산술평균의 한계를 짚어 보고, 파레토의 법칙과 지니계수도 알아보자.

펜의 ‘난쟁이 행렬’


우리나라의 1인당 *GDP는 2만 591달러(2011년 국제통화기금 경제전망보고서)다. 이 돈을 원화로 환산하면 1년에 1인당 2300만 원 정도다. 4인 가구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1가구당 1년 소득은 9200만 원이다. 1년에 한 가구당 1억 원에 조금 못 미치게 버는 것이지만, 실제로 이만큼 버는 집은 많지 않다.

이는 통계로 확인할 수 있다. 2011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당 연소득 상위 10%는 1억 1623만 원이며, 상위 20%는 7172만 원을 번다. 연소득 9200만 원이라면 상위 15% 안에 든다고 짐작할 수 있다.

왜 이런 차이가 날까? 네덜란드 경제학자 얀 펜은 ‘난쟁이 행렬’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난쟁이 행렬은 1시간 동안 하는 가장행렬이다. 이 행렬에는 소득을 가진 모든 사람이 나온다. 사람들의 키는 그 사람의 소득에 비례한다. 평균소득을 가진 사람이 약 1.7m이라면 이보다 소득이 작으면 키가 더 작고, 많으면 키가 더 크다.

맨 먼저 나타나는 사람은 소득이 0보다 적은 사람이다. 이 사람은 땅 속에 머리를 파묻고 거꾸로 나타난다. 그 다음으로 키가 1m가 안 되는 식당이나 마트에서 잠시 일하는 주부, 신문 배달 소년, 연금을 받는 노인들이 나타난다. 다음으로 1m가 조금 넘는 청소부 등 임금이 적은 노동자들이 출현한다. 하지만 한참이 지나도 키는 좀처럼 커지지 않는다.

평균키, 즉 평균소득을 가진 사람이 나타나는 것은 48분이 지나서다. 평균소득이 지나가고 나면 키는 아주 빠르게 커진다. 마지막 6분을 남겨 두고 소득 수준이 최고 10%에 해당하는, 키가 2m가 넘는 대기업 사원이 나타난다. 고위직 공무원, 대기업 엔지니어들의 키는 5m 정도다. 마지막 1분을 남기고 키가 8m인 대학 교수가 등장한다. 이후 나오는 대기업의 중역은 키가 9m다. 수입이 좋은 회계사, 의사, 변호사들의 키는 거의 20m다.

마지막 몇 초 동안 정말로 굉장한 거인들이 나타난다. 이들은 주로 대기업 중역이다. 행렬의 끝은 대기업 총수다. 아무도 그의 키를
모를 정도로 크다.

*국내총생산(GDP) : 국내 총생산(GDP)은 일정 기간 동안 한 국가에서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를 합한 것이다.

산술평균의 속임수

평균소득을 가진 사람이 30분이 아닌 48분이 되서야 나타나는 이유는 여기서 평균이 산술평균이기 때문이다. 평균과 같이 자료를 대표하는 값을 대푯값이라고 하는데, 대푯값에는 산술평균, 중앙값, 최빈값이 있다.

가장 많이 쓰이는 산술평균은 모든 자료의 값을 더해 전체 수로 나눈 것으로, 대개 평균이라고 말한다. 중앙값은 가운데에 위치한 수로, 숫자들을 크기 순서대로 배열했을 때 가운데에 위치하는 값이다. 따라서 숫자의 반은 중앙값보다 작고, 다른 반은 크다. 최빈값은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수를 평균으로 삼는다. 예를 들어 20점 만점인 수학 시험에서 9명의 성적이 다음과 같다면 산술평균, 중앙값, 최빈값은 얼마일까?
 

 
대부분 시험을 잘 보지 못했으나 공부를 잘하는 두 명에 의해 산술평균이 약 6.4가 된다. 그렇지만 산술평균의 값은 이 학생들의 전반적인 수학 실력을 잘 보여 준다고 할 수 없다. 산술평균보다 중앙값(3)이 학생들의 낮은 수학 실력을 더 잘 보여 준다.

1인당 국민소득도 마찬가지다. 아주 적은 수의 부자들이 엄청난 돈을 벌면서 전체적 평균을 끌어올린다면 1인당 국민소득이 높게 보일 수 있다. 산술평균으로는 보통 사람들의 소득 수준을 정확히 보여 주지 못한다. 만약 산술평균 대신 중앙값을 사용한다면, 한국 사람들의 대다수의 소득 수준을 더 잘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다.

산술평균은 보통 사람들과 아주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 간의 소득격차를 숨기는 효과도 있다. 만약 한국이 발전해 1인당 국민소득이 4만 달러, 혹은 더 나아가 10만 달러가 된다고 해도, 부가 한쪽으로 심하게 쏠린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다만 산술평균이 증가했기에 잘 살게 됐다고 착각할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빈부격차가 심각한 상태에서는 아무리 1인당 국민소득이 증가한다고 해서 대다수 사람들의 소득이 늘어 나는 것은 아니며, 산술평균으론 이런 현상을 설명하지 못한다.

20:80의 법칙

국민 개개인의 삶이 나아지려면 1인당 국민소득이 늘어나는 것만큼 소득의 분배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수학적으로 분배가 잘 이뤄지고 있는지를 보려는 노력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이탈리아의 공학자이자 경제학자였던 빌프레도 파레토는 대다수 나라에서 소득 상위 20%가 80%의 부를 가져간다고 주장했다. 그는 각국의 소득분배가 다음과 같이 일정한 분포를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N=AY-a (Y는 소득, N은 Y이상의 소득을 가진 사람의 숫자)
 
파레토는 α의 값이 클수록 그 나라의 소득분배가 평등하다고 생각했다. α가 클수록 고소득층에 속하는 사람의 수가 급속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물론 α가 작을수록 고소득층이 많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α값을 파레토 계수라고 하며, 이를 통해 분배가 불평등한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

파레토는 다양한 시대와 나라의 파레토 계수를 구했다. 신기하게도 대부분 α가 1.5~1.7 사이에 몰려 있었다. 이걸 백분율로 환산해 보니, 소득 상위 20%가 80% 정도의 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이 20:80법칙이라 불리는 파레토 법칙이다.

그러나 이후 많은 경제학자들이 더 많은 나라의 소득분배 정도를 검토한 결과, α가 일정하지는 않았다. 실제 소득 분배에 있어서 파레토 법칙은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로렌츠 곡선과 지니계수

소득의 불평등한 정도를 시각적으로 가장 잘 나타낸 것은 ‘로렌츠 곡선’이다. 또 이를 지수로 만든 것이 ‘지니계수’다. 로렌츠 곡선에서 가로축은 소득이 적은 사람부터 많은 사람 순으로 소득자의 비율을 누적한 것이고, 세로축은 소득금액의 누적 백분율이다.

모든 사람이 같은 소득을 가져, 소득의 분배가 완전히 이뤄진다면 곡선은 기울기가 45°인 직선이 된다. 반면 점차 불균등해지면 곡선과 대각선 사이의 넓이(D)가 커진다. 이를 ‘불균등면적’이라고 한다. 이 넓이가 넓을수록 소득이 불균등하게 분배된 것이고, 작으면 균등하게 분배되는 것이다. 로렌츠곡선은 그리기가 쉬워 경제 현상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분포의 집중도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소득불평등이 심해지면 대각선과 로렌츠곡선 사이의 면적은 커지므로 지니계수도 커진다. 만약 모든 소득을 한 사람이 다 차지하면 지니계수는 1이 된다. 즉 이론적으로 지니계수의 값은 0과 1사이고, 소득불평등이 심해질수록 지니계수의 값은 커진다.

한 국가의 국민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보기 위해선 산술평균인 1인당 국민소득만을 보아서는 안 된다. 그 나라의 분배 정도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니계수 등을 비롯한 소득 분배 지수를 파악해야 한다. 이렇듯 수학과 통계를 잘 이해하면 현명하게 경제를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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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4월 수학동아 정보

  • 김종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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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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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우 <불평등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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