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내셔널 트레져, 보물 사냥꾼의 운명을 좌우하는 암호 어떻게 푸나

내셔널 트레져


길을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지도 한 장, 자세히 들여다보니 어라? 말로만 듣던 보물 지도다! 이런 일이 실제로 내게 일어난다면 기분이 어떨까? 영화 속에서 봤던 금은보화가 눈앞에 왔다갔다, 심장이 두근두근…, 상상만으로 짜릿하다. 여기 역사적 사실과, 지구 어딘가에 감춰져 있을 보물을 찾아가는환상 속 이야기를 버무려 만든 영화가 있다.


“비밀은 샬롯 안에 있다”

영화‘내셔널 트레져(2004)’는 1974년 미국 워싱턴 D.C.에 사는 소년 벤자민이 할아버지로부터 가문의 오래된 비밀 이야기를 들은 뒤, ‘비밀은 샬롯 안에 있다’라고 적힌 쪽지와 함께 고대 보물에 관한 정보를 찾게 되면서 시작된다.

보물에 대한 단서를 손에 넣었다고 해도, 한 가지 정보만으로 보물을 찾는 일은 쉽지 않을 터. 가는 길목에 놓인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고, 또 다른 단서를 감추기 위해 만들어 놓은 암호를 정확히 해독하는 것도 필수다. 하지만 나를 기다리고 있을 금은보화와 웬만해서는 느낄 수 없는 스릴넘치는 스펙터클한 모험도 기다리고 있다면, 한 번쯤 도전해볼 만하지 않은가!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된 주인공 벤자민은 전문 보물 사냥꾼이 된다. 이안이라는 친구와 함께 쪽지에 적혀 있던‘샬롯호’를 남극 빙하 사이에서 찾아낸다. 하지만 샬롯호에서 발견한 것은 보물이 아닌, 선장의 담배 파이프에 감춰져 있던 새로운 단서뿐. 이 단서가 의미하는 것은 다름 아닌‘미국독립선언서’다. 독립선언서에 제3의 단서가 숨겨져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안은 벤자민에게 독립선언서를훔치자는 제안을 하지만, 벤자민이 동의하지 않자 벤자민을 죽이려 한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벤자민과 그의 친구 라일리는 철저한 계획을 세워, 이안보다 먼저 독립선언서를 빼내려고 하는데…. 보관소의 출입문이 복잡한 비밀코드로 굳게 잠겨 있다. 하지만 벤자민은 전문 보물 사냥꾼이 아니던가. 이 정도쯤이야. 보관소 사무실의 컴퓨터 자판에 남아 있는 지문의 흔적을 이용해 비밀코드를 구성하고 있는 문자를 하나씩 알아낸다. A, E, F, G, L, O, R, V, Y. 이제 이것들을 잘 조합해 비밀코드를 입력만 하면 독립선언서는 그의 차지다!
 

주인공 벤자민(왼쪽)이 친구 이안(오른쪽)과 함께 어렵게 찾아낸 ‘살롯호’에서 보물의 새로운 단서를 발견했다.



tip 미국독립선언서

1775년 제2차 대륙 회의에서 벤자민 프랭클린, 존 애덤스, 로저 셔면, 로버트 리빙스턴, 토마스 제퍼슨 다섯 사람이 모여 미국독립선언서의 기초 작업을 수행했다.


간단한 전치암호도 만드는 방법은 36만 가지!

비밀코드는 그렇게 쉽게 풀리는 듯했다. 그러나 9개의 알파벳을 일렬로 나열해 비밀코드를 찾는 방법은 무려 36만 2880(9!=9×8×7×6×5×4×3×2×1)가지다. 1초에 1개씩 입력한다고 해도, 3박 4일 내내 컴퓨터 자판만 두드려야 할 판! 이럴 때 9개의 알파벳을 조합해 의미 있는 단어를 찾아내는 프로그램이라도 있었으면 좋으련만….

이때 뛰어난 컴퓨터 기술을 가진, 벤자민의 친구 라일리가 이 멋진 아이디어를 놓칠 리 없다. 라일리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A, E, F, G, L, O, R, V, Y로 만들 수 있는 의미 있는 단어 목록을 작성한다.

이때, 역사 분야의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던 벤자민이 단어 목록 중에서‘VALEY FORG’에 주목한다.이 단어가 바로 미국 독립전쟁 당시 워싱턴 군대가 겨울철에 머물던 마을 이름이었다나 뭐라나…. 사실은‘VALLEY FORGE’인데 알파벳‘E’와‘L’이 중복돼 빠졌다. 결국 비밀코드는‘VALLEY FORGE’로밝혀졌다.

이렇게 암호는 일반적으로 비밀편지를 보내거나 금고 또는 특정 장소에 나만의 비밀을 간직하고 싶을때, 제3자가 쉽게 알아차릴 수 없는 문자나 숫자, 기호 등을 이용해 만든다. 역사가 길고 생활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는 만큼 암호를 만드는 방법 또한 매우 다양하다. 영화 속 보관소의 비밀코드와 같은 문자들을 어떤 특별한 방법으로 재배열해 암호로 사용하는 방식은 일종의 전치암호다. 전치암호도종류가 다양한데, 그중 ‘시저암호’가 가장 단순하다.
 

시저암호표


시저암호는 위의 표와 같이 알파벳을 세 글자씩 뒤로 옮겨 읽는 식의 방법을 이용해 암호문을 만들면된다. 만약 상대방이 작성한 암호문이 시저암호 방식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해당 알파벳을 세 글자 앞에 있는 글자로 바꿔 내용을 풀면 된다.

전치암호처럼 간단한 방식의 암호는 또 있다. 문자를 숫자나 다른 문자로 일대일 대응시켜 또 다른 문자로 대체하는‘대체암호’가 그것이다.


책 속에 숨겨져 있는 오텐도프 암호

보관소의 비밀코드를 알아낸 벤자민은 국립문서보관소의 책임자인 에비게일과 손을 잡게 되면서 마침내‘미국독립선언서’를 차지한다. 산 너머 산이라 했던가! 역시 다음 관문이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독립선언서의 뒷면에 알 수 없는 숫자들이 쓰여 있다.

‘10-11-8’‘10-4-7’‘9-2-2’ …. 이 숫자 배열이 의미하는 것은 뭘까? 보관소의 비밀코드처럼 단순히 알파벳의 순서를 바꾸는 것과는 상당히 다른 암호다.

독립선언서 뒷면에 적혀 있던 세 종류의 숫자는 특정한 책이나 잡지 또는 신문의 특정 페이지의 문자또는 숫자를 의미했다. 예를 들어‘10-11-8’은 어떤 특별한 책의 10쪽 11번째 줄의 8번째 글자를, ‘10-4-7’은 또 다른 책의 10쪽 4번째 줄의 7번째 글자를 의미하는 식이다. 이와 같은 암호를‘오텐도프 암호’라고 한다.

따라서 이것을 이용해 문장을 만들어 단서를 얻으려면, 여러 개의 오텐도프 암호가 필요하다. 벤자민일행은 벤자민 프랭클린이 쓴 편지를 참고해 그 비밀을 푼다. 결국 보물의 위치에 대한 결정적인 단서를 얻게 됐고, 도심 한가운데 있던 성당 지하의 바닥에서 어마어마한 보물을 만나게 된다.
 

첫 번째 비밀코드를 푼 벤자민 일행은 또 다른 단서가 담겨 있는 새로운 암호와 맞닥뜨리게 된다.



함께 풀어보는 오텐도프 암호

다음은 수학동아 7월호 83쪽 xnote의 일부다. 이 본문에 숨겨진 암호는 무엇일까?
 

함께 풀어보는 오덴도프 암호


감동 있는 영화 ‘글러브’
영화 ‘글러브(Glove)’의 주인공 김상남 선수는 충주성심학교 선수들에게 글러브의 공식을 가르쳐주며 자신의 사랑이 가득 담긴 마음을 전한다.
(중략)
야구 경기는 최적의 야구 시스템을 통해 최고의 실력을 갖춘 팀을 공정하게 가려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략)


답 : 수학이 최고야
첫번째 숫자는 문단, 두번째 숫자는 문단에서 행, 세번째 숫자는 행에서 글자의 위치를 의미한다.


핵심 단어와 암호판이 필요한 플레이페어 암호

영화‘내셔널 트레져’는 1편의 흥행으로 2편까지 제작됐다. 특별히 내셔널 트레져 시리즈가 다른 모험영화들보다 더욱 흥미롭게 느껴지는 이유는 역사적 사실(fact)와 상상력(fiction)을 합쳐 만든 팩션(faction)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영화에 등장하는‘벤자민 프랭클린’‘토마스 제퍼슨’‘미국독립선언서’‘트리니티 교회’등은 모두 실제 존재하는 것들이다. 또한 이 속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수수께끼와 보물을 손에 넣는 과정을 그린 탄탄한 이야기는 꽤 큰 재미를 선사한다.

3년 만에 새로 선보인 2편‘내셔널 트레져 : 비밀의 책’에서는 시작부터 요상한 암호가 등장한다. 다시 과거로 돌아간 영화 장면 속 주인공은 벤자민의 고조부. 벤자민의 뛰어난 암호 해독 능력이 그의 고조부의 영향이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누군가는 그의 고조부에게 암호가 적힌 일기장을 내밀며 암호 해독을 의뢰한다. 이 일기장에는 5×5 칸이 그려져 있고, 그 위에는‘ME’‘IK’‘DO’‘TA’와 같이 알파벳이 2개씩 짝을 이뤄 적혀 있다. 이런 암호를‘플레이페어 암호’라고 한다. 이는 대체암호의 한 종류인데, 암호화한 사람이 정해놓은 핵심 단어와 이를 이용해 만든 5×5 암호판을 알아내야 암호를 정확하게 해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핵심 단어가‘mathematics’라고 하자. 이것을 가지고 5×5 암호판을 만들어‘He is a murderer’란 문장을 암호화해보자. 순서는 다음과 같다.
 

핵심 단어 ‘mathematics’를 가지고 5×5 암호판을 만들어‘He is a murderer’란 문장을 암호화해보자.


암호판이 완성되면, 원래의 문장을 순서대로 알파벳 2개씩 쌍으로 묶는다. 이때 알파벳 쌍은 각각 다른 문자여야 한다. 만약 같은 알파벳으로 이룬 쌍이거나, 마지막 글자가 하나만 남는 경우에는 x로 대신한다.‘He is a murderer’를 암호화해보자. 주어진 문장에서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알파벳을 2개씩 쌍으로 묶으면, 문장은 he/is/am/ur/de/re/rx가 된다. 그 다음 세 가지 유형 중 해당되는 방법을 택해 각 알파벳을 다른 것으로 대체하면 된다.
 

세 가지 유형 중 해당되는 방법을 택해 각 알파벳을 다른 것으로 대체


따라서 원래 문장의 암호문은‘EMCBTAOUNDUHQY’가 된다. 이 플레이페어 암호는 원래 문장과 암호문 사이에 일대일 대응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원래의 문장에서 같은 알파벳으로 사용됐다고해도 핵심 단어나 암호판에 의해서 다른 알파벳으로 대체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플레이페어 암호를 이용해 하나의 원문을 서로 다른 암호문으로 작성하는 방법은 25×24=600가지나 된다. 다만 암호를 해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핵심 단어와 5×5 암호판을 알아내야 한다. 이 암호판을 재구성하는 방법의 수 역시 600가지나 된다.

영화 속에서는 핵심 단어를‘death’로 설정해 단서를 암호화했다. 일행이 암호를 해독한 결과‘성전’과‘황금’이라는 단어가 암호화됐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마침내 벤자민의 고조부는 억울한 누명을벗으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알파벳 i와 j를 한 칸에 넣으면?

암호판이 25칸이므로 26개인 알파벳을 모두 채울 수 없다. 따라서 i와 j(또는 자주 사용하지 않는 알파벳인 q와 z)를 같은 칸에 채워 암호로 사용한다. 암호의 보안성을 높이기 위해 i와 j는 특별한 언급 없이 섞어 사용해도 무방하다. 다만, 암호를 해독할 때는 i와 j 중 더 많이 사용된 알파벳을 헤아려 답을 유추해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암호와 암호해독은 창과 방패의 싸움

현대의 암호는 회사나 국가, 개인의 정보를 철통같이 지키기 위해 발전하고 있는 반면, 소중한 정보를 빼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해킹도 지능화되고 있다. 암호는 초기에 매우 간단한 방법으로 만들어졌지만, 수학과 과학의 힘을 빌려 어느 순간 크게 성장했다. 이는 암호를 제작하고 해독하는 과정이 매우 복잡해지고 더욱 어려워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꾸준히 누군가는 복잡한 암호를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창과 방패처럼 치밀한 싸움을 하며 계속 우리의 정보를 안전하게 지켜주길 바랄 뿐이다.

2011년 08월 수학동아 정보

  • 윤장로 수학교사
  • 오혜정 수학교사
  • 배수경 수학교사
  • 진행

    염지현 기자

🎓️ 진로 추천

  • 역사·고고학
  • 컴퓨터공학
  • 문화콘텐츠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