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처럼 오래된 학문은 언어에도 흔적이 남아 있게 마련이다. 그러면 서양 문명을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어에서도 수학의 뿌리를 찾을 수 있을까? 영어 단어에 새겨진 수학을 찾아보자. 수학은 물론 영어까지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회!
수학은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학문이자,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요긴한 도구다. 수학은 과거 인류가 들판에서 과일을 따고 강이나 숲에서 동물을 사냥하던 시절부터 시작됐다. 함께 사는 동료의 수를 세거나 식량이 되는과일이나 사냥감의 수를 세는 단순한 일이 바로 최초의 수학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간단한 수 세기에 불과했던 수학은 점차 기하학, 대수학 등의 여러 분야로 나뉘며 발달했다. 그 결과 오늘날의 문명을 이룩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 그리고 이런 일을 가능하게 해 준 것이 바로 언어다. 언어 덕분에 과거의 지식이 오랜 세월 동안 끊이지 않고 이어졌기 때문이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영어 단어 중에는 그리스어와 로마인이 쓰던 라틴어에서 나온 것이 많다. 우리말의 단어 중 많은 수가 한자라는 사실과 비슷하다. 영어와 라틴어, 그리스어의 관계는 우리말과 한자의 관계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수학’이라는 단어 역시 뿌리를 찾아 거슬러 올라가면 그리스어를 만날 수 있다. 수학을 뜻하는 영어 단어는 'mathematics’. ‘mathematics’는 바로 그리스어의 ‘mathēma’(마테마)라는 단어에서 나왔다. ‘mathēma’는 ‘배우다’, ‘공부하다’라는 뜻이다. 한자로 쓰면 ‘수학(數學)’의 ‘배울 학(學)’ 자가 된다. 그런데 ‘mathematics’가 수학이라면 수나 계산에 대한 말이 있어야 할 텐데, 왜 없는 걸까? 옛날에는 지금과 달리 수학이 꼭 수에 대해서 만이 아니라 모든것에 대해 ‘배우고 공부하는 것’이라는 뜻으로 쓰였음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수학이 기본적인 학문이었다는 뜻이 아닐까? 요즘 미국에서는 간단하게 ‘math’라고 줄여서 쓸 때가 많다.
앞에서 얘기했듯이, 수학은 원시적인 수 세기부터 출발했다. 바로 우리가 얘기하는 산수다. 산수는 영어로 'arithmetic’이라고 한다. ‘수’를 뜻하는 그리스어인 ‘arithmos’(아리스모스)에서 나온 말이다. 그러면 수학의 여러 분야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는 어디서 왔는지 각각의 조상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 보자.
산수 다음에 배우는 것이 ‘대수학’이다. 대수학은 숫자 대신에 값이 바뀔 수 있는 문자를 이용해 문제를 푸는 수학의 한 분야다. 흔히 교과서에서 접하는 방정식, 부등식 등이 여기에 속한다. 대수학은 영어로 ‘algebra’라고 하는데, 이 단어는 특이하게도 아랍어 ‘al-jabr’(알-자브르)에서 왔다. 그리스의 수학이 아랍으로 건너가 발달했다가 다시 유럽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생긴 말이다. 원래 뜻은 ‘분해된 부분의 재결합’이라고 한다.
주로 숫자를 이용해 계산하는 대수학과 달리 도형의 모양이나 위치 등을 연구하는 분야도 있다. 바로 ‘기하학’이다.기하학은 영어로 ‘geometry’라고 한다. ‘geometry’는 그리스에서 온 단어인데 ‘geo’는 ‘땅’을 뜻하고, ‘metry’는 ‘측정하다’라는 뜻이다. 눈치 빠른 친구라면 감이 딱 왔을 것이다. 기하학은 바로 땅의 크기를 재는 방법에서 시작된 학문인 것이다.
수학에는 ‘해석학’이라는 분야도 있다.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배우는 미분, 적분 등을 포함하는 분야로 영어로는 ‘analysis’라고 한다. ‘analysis’는 그리스어인 ‘analusis’(아날루시스)에서 왔다. 여기서 ‘ana’는 ‘완전히, 끝까지’라는 뜻이며, ‘lysis’는 ‘느슨하게 하다’라는 뜻이다. 자, 그럼 연상을 해 보자. 뭔가 단단한 것을 완전히 느슨하게 쪼개 놓는다…? 해석학을 의미하는 ‘analysis’는 ‘완전히 느슨해 질 때까지 파고 들어가는 학문’이란 뜻으로 시작된 것이다. 어떤 관계식이나 그 성질 등이 참인지 거짓인지 알아내기 위해 대상을 잘게 쪼개고 쪼개 끝까지 파고 들어가는 것이 떠오른다. 일상 생활에서는 ‘analysis’가 ‘분석’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수학에서 가장 중요한 ‘논리’도 빼 놓을 수 없다. 논리를 뜻하는 ‘logic’이라는 단어는 라틴어의 ‘logos’(로고스)에서 왔다. ‘logos’는 이성, 생각 등을 뜻하는 단어다. 논리란 인간의 이성, 생각을 통해 이치에 맞게 이끌어가는 학문이라는 뜻임을 알 수 있다.
끝으로 좀 어렵지만 ‘위상수학’, 영어로는 ‘topology’라는 단어에 대해 알아보자. ‘topology’에서 ‘topo’(토포)는 그리스어에서 나온 단어로 ‘위치’라는 뜻이다. 여기서 예상할 수 있듯이 위상수학은 기하학의 한 분야로 시작 됐으며, 공간의 위치 관계를 다루기 위해 만들어졌다.
어려워 보이는 수학 용어도 기원을 살펴보면 머리에 쏙쏙 들어올 뿐만 아니라 우리가 배우는 수학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도 알 수 있다. 영어를 통해 수학의 뿌리를 찾아갈 즐거운 여행! 앞으로 기대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