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놀라게 한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 10년 뒤 바둑판에서 인간과 인공지능(AI)이 다시 마주했습니다. 이번에는 세계 랭킹 1위 기사 신진서 9단과 현존 최고 수준의 바둑 AI 카타고가 맞붙었어요. AI의 실력이 크게 발전해 신진서 9단이 두 점을 먼저 놓고 시작했지만 결과는 2승 1패! 신 9단의 승리. AI가 무섭게 강해진 10년 동안 인간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습니다. AI에게 새로운 수를 배우고 훈련법까지 바꿨습니다. AI가 바꾸고 인간이 달라진 바둑의 10년을 들여다봅니다.

편집자 주
2016년 이세돌 9단을 꺾은 알파고는 전 세계를 놀라게 했어요. 10년 뒤 신진서 9단 앞에는 알파고보다 더욱 강력해진 AI 카타고가 나타났습니다. 이제 인간은 AI와 같은 조건으로 대결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라는데요.
10년 동안 바둑 AI는 얼마나 강해졌을까요?
한층 더 강력해진 AI와 맞서다
2016년 3월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바둑 AI 알파고의 대결이 펼쳐졌어요. 당시만 해도 바둑은 AI가 인간 최고수를 넘어서기 어려운 분야로 여겨졌어요. 바둑판에서 가능한 수가 워낙 많아 다음 수를 고르는 일이 매우 복잡하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결과는 이세돌 9단의 1승 4패. 예상보다 뛰어난 AI의 실력에 전 세계가 놀랐어요.
그로부터 10년 뒤인 2026년 7월 세계 랭킹 1위인 신진서 9단이 바둑 AI 카타고와 맞붙었어요. 대국 조건부터 10년 전과 달랐어요. 이세돌 9단은 알파고와 호선●으로 겨뤘지만 신진서 9단은 흑돌 두 점을 먼저 놓고 시작했어요. 10년 사이 AI의 바둑 실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해서 호선으로 두면 인간이 이길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거든요. 남치형 명지대 교수는 “두 점을 놓은 건 보통 2급 차이의 실력을 보정하기 위한 장치”라며 “신진서 9단은 18.5집●을 덤으로 받았다”고 설명했어요.
신진서 9단은 1국에서 카타고의 예상치 못한 초반 수에 말려 패배했지만, 2국과 3국을 내리 잡으며 최종 2승 1패를 거뒀어요. 이세돌 9단 이후 AI와의 공식 대국에서 인간이 승리한 첫 사례예요. 한국기원 관계자는 “대부분 기사들은 석 점을 놓고도 카타고를 쉽게 이기지 못한다”며 “두 점만 놓고 2승을 거둔 건 인간의 한계에 도전한 업적”이라고 봤어요. 남 교수는 “신진서 9단이 AI를 얼마나 잘 이해했는지 보여준 도전”이라고 평가했어요.
10년 사이 바둑 AI는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알파고는 인간의 기보를 학습해 기본기를 익혔어요. 기보란 바둑을 둔 순서를 기록한 도면이에요. 이후 스스로 대국을 두며 실력을 키웠어요. 알파고는 어떤 수를 두는 게 좋을지 판단하는 ‘정책망’과 현재 판세에서 이길 가능성을 예측하는 ‘가치망’으로 이뤄졌어요. 즉 어떤 수를 어디에 둬야 승리할 확률이 높은지 예측하는 데 특화됐어요.
반면 카타고는 인간의 기보에 기대지 않고 바둑 규칙만 배운 뒤 스스로 대국을 두며 실력을 키웠어요. 대국이 끝날 때마다 몇 집 차이로 이겼는지 기록하고, 그 결과를 반영해 점점 더 나은 방식으로 수를 둬요. 조성배 연세대 교수는 “카타고는 승률뿐 아니라 어떤 수를 뒀을 때 최종 몇 집 차이로 이길지, 바둑판의 각 칸을 앞으로 누가 차지할지까지 계산한다”고 설명했어요.
카타고가 오픈소스라는 점도 발전에 한몫했어요. 오픈소스란 프로그램 개발에 필요한 코드와 설계도를 누구나 열람하고 개발할 수 있도록 공개한 자료예요. 조 교수는 “바둑에 관심 있는 개발자들이 코드를 수정하거나 새롭게 개발하면서 성능이 향상됐다”고 분석했어요.
용어 설명
●집: 특정 색의 바둑돌이 에워싸서 생긴 공간이에요. 집을 계산할 때는 집 안에 있는 점의 수를 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