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얼음이 덮인 바다 위로 한가득 짐을 실은 화물선이 길을 내고 있어요.
북극을 거쳐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새로운 뱃길, 북극항로입니다.
북극항로를 잘 활용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지 함께 알아봐요.
바다에서 항로는 선박이 다니는 길을 뜻해요. 물품을 신속하게 옮겨 이익을 내야 하는 물류 분야에선 가장 빠르면서도 안전한 길을 항로로 선택하죠. 굳이 춥고 험한 북극을 거쳐 가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다 얼음이 녹자 지름길이 드러났다
10월 13일, 중국 화물선 ‘이스탄불 브릿지’ 호가 영국 펠릭스토항에 도착했어요. 9월 23일 중국 닝보·저우산항을 떠난 지 20일 만이었죠. 이 배가 거쳐 간 길은 지금껏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향한 화물선들이 가지 않은 바닷길, 북극항로였어요.
북극항로는 북극 가운데 바다인 북극해를 따라 아시아와 유럽 대륙을 연결하는 뱃길이에요. 지금까지 두 대륙 사이 가장 빠른 뱃길은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2만 400km 길이의 남방항로예요. 운하는 사람이 땅을 파서 만든 좁은 물길입니다. 2024년에는 약 1만 3200척의 배가 수에즈 운하를 지나갔어요.
그런데 북극항로는 남방항로보다 운항 거리가 약 7000km 더 짧아요. 우리나라 부산에서 유럽 최대 무역항인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약 20일 만에 도착하죠. 남방항로보다 10일가량 빠른 기간이에요. 운송 거리와 시간이 줄어들면 운송 비용도 줄일 수 있어요.
게다가 2020년대 들어 수에즈 운하 주변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운하를 통과하던 선박이 공격받는 일도 생기며 운하 이용이 불안해졌어요. 아프리카 대륙 아래로 돌아가는 길도 있지만 수에즈 운하를 이용할 때보다 10일이나 더 오래 걸립니다. 그래서 안전하고 빠른 북극항로가 주목받게 됐어요.
이런 장점에도 북극항로를 통해 잘 가지 않았던 이유가 있어요. 북극해는 1년 내내 얼어붙고, 바닷물이 얼어서 생긴 해빙도 떠다녀요. 보통의 배는 얼음 한 장에도 금이 갈 수 있어 위험하고, 얼음을 깨며 항해하려면 연료와 시간이 더 많이 들죠. 그런데 기후 위기로 지구가 뜨거워지며 얼음이 빠르게 녹아 북극해를 항해하기 쉬워졌어요.
북극의 해빙 면적은 겨울이 갓 지난 3월에 가장 넓고, 여름인 9월엔 가장 좁습니다. 그래서 해마다 9월의 해빙 면적을 비교해 시간에 따라 북극의 얼음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파악해요. 북극의 9월 해빙 면적은 1979년 700만 km2에서 2024년 438만 km2까지 줄어들었어요.
2021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2050년 이전에 여름 북극해의 얼음 면적이 100만 km2 아래로 줄어드는 ‘무빙해’가 될 거라고 예측했어요. 또 2030년쯤엔 1년 중 3~4개월은 얼음이 녹아 북극해에 일반 선박이 다닐 수 있다고 내다봤어요. 하지만 예상보다 빠른 지금 그 예측이 실현됐죠. 극지연구소 진경 정책협력부장은 “정확히는 북극의 얼음이 완전히 사라지는 게 아닌, 얼음이 있는 계절이 줄어드는 것”이라며 변화의 속도가 빨라졌다고 짚었어요.
북극항로와 남방항로
북극항로
•운항 거리: 약 1만 3000km.
•소요 기간: 약 20~24일.
•운항 가능 기간: 7~10월.
•연 운항 선박 수: 아직 활성화되지 않음.
남방항로
•운항 거리: 약 2만 400km.
•소요 기간: 약 30~34일.
•운항 가능 기간: 1년 내내.
•연 운항 선박 수: 약 1만 3200척(2024년 기준).
줄어드는 북극의 해빙 면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