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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기사][잡터뷰] 쓰레기로 악기를 만들다!

악기는 재질마다 고유한 음색과 울림을 만들어 내요. 그렇다면 버려진 농약 분무기로 만든 첼로는 어떤 소리를 낼까요?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첼로의 탄생 비화를 듣기 위해 크리에이티브 아트 이승규 대표를 만나고 왔습니다. 

 

▲어린이과학동아
피아노의 현 위에 쓰레기를 올려 즉흥 연주를 선보였다.

 

“기자님, 피아노의 현 위에 쓰레기를 올려 보세요. 제가 직접 주운 것들이에요.”

 

1월 20일, 광주 남구 광주음악산업진흥센터의 한 사무실에서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이승규 대표는 기자에게 특별한 퍼포먼스를 보였어요. 그랜드피아노의 현 위에 플라스틱, 유리병 등 쓰레기를 올려 두고 즉흥 피아노 연주를 선보였지요. 기자가 현 위의 유리병을 움직이자 소리의 높낮이가 달라졌어요. 건반을 누를 때마다 현 위에서 콜라 뚜껑이 튀어 올라 ‘타닥타닥’하는 소리가 더해졌지요. 쓰레기의 종류와 위치에 따라 소리가 달라져 즉흥 연주가 더욱 신명 나게 들렸어요.

 

이승규 대표는 기후 위기를 음악으로 표현하는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예요. 기후 위기의 원인 중 하나인 쓰레기로 악기를 만들고, 멸종 위기를 겪는 동물을 주제로 ‘잃어버린 동물의 사육제’ 앨범을 발표했어요. 2022년 이 대표는 고물상에 버려진 스테인리스 농약 분무기와 사용하지 않는 연습용 첼로를 결합한 ‘유니크 첼로’를 제작했어요. 버려진 레고 등 플라스틱으로 바이올린을 만들기도 했지요. 이 대표는 “나무가 아닌 금속, 플라스틱으로 만든 악기가 과연 소리를 낼 수 있을지 의심했지만, 악기를 직접 해부해 보며 구조를 공부하고 조율한 끝에 결국 해냈다”고 말했어요.  

 

이 대표의 도전은 악기 제작에서 멈추지 않았어요. 첼리스트 박효은, 정아름, 김가영, 김성복과 함께 첼로 4중주단인 ‘유니크 첼로 콰르텟’을 꾸렸고, 1집 음반을 제작했어요. 박효은 단장은 “1집 음반 중 ‘힘’이라는 음악은 유니크 첼로의 날카로운 고음을 잘 살린 곡이어서 애착이 간다”고 덧붙였어요. 유니크 첼로 콰르텟은 2025년 세계에서 가장 큰 공연예술축제로 꼽히는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의 무대에 오를 계획이에요. 이 대표는 “쓸모없다고 버려진 것들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는 점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전했지요. 쓸모없음의 쓸모를 발견하는 이승규 대표의 이야기, 자세히 들어봐요! 

 

 

▲어린이과학동아
현 위에 콜라 뚜껑을 두는 모습.

 

▲이승규
왼쪽부터 박효은, 김성복, 김가영, 정아름 유니크 첼로 콰르텟 단원.

 

“쓸모없음의 쓸모를 발견해요.”

 

Q.쓰레기로 악기를 만들게 된 계기가 있나요?

2020년 코로나19로 행사, 공연이 취소되면서 예술가로서 생계가 막막했어요. 때마침 우연히 유튜브에서 파라과이 랜드필 오케스트라의 다큐멘터리를 봤어요. 음악 선생님이 주변의 쓰레기장에서 구할 수 있는 물건으로 악기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주고, 연주법을 가르쳐 오케스트라를 만드는 장면을 보고 감동을 받았어요. 나무가 아닌 버려진 재료로 악기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주변 동료들을 모으기 시작했어요.

 

Q.어떤 재료를 활용했나요?

정크 미술 고근호 작가, 주홍 작가와 함께 광주의 한 고물상에 버려진 스테인리스 농약 분무기 통을 활용해 첼로를 만들었어요. 농약 분무기 통이 첼로의 소리를 증폭시키고 울림을 만들어 내는 울림통이 될 수 있다고 봤지요. 중고 연습용 첼로를 구해 몸통 위에 있는 작은 나무 조각인 브릿지와 현을 떼어 냈어요. 그 다음, 농약 분무기 통과 브릿지, 현을 연결해 첼로를 완성했지요.

 

Q.첼로를 만들면서 어떤 부분이 가장 어려웠나요?

현의 장력을 극복하는 일이 제일 어려웠어요. 장력이란 현 전체가 첼로의 브릿지와 몸체에 가하는 힘을 말해요. 현의 총 장력은 보통 50~60kg 정도인데, 농약 분무기 통의 두께가 얇아서 연주하다가 자칫 표면이 무너질 위험이 있었지요. 그래서 농약 분무기 통 안에 브릿지와 현을 받쳐 줄 막대 기둥을 설치했어요. 기둥이 현의 장력을 골고루 분산시킨 덕분에 안정적이면서도 울림 있는 소리를 갖출 수 있었지요. 소리가 나지 않을 때는 브릿지의 위치와 각도를 조절하며 소리를 찾았어요.

 

▲이승규
이승규 대표는 버려진 재료로 첼로, 바이올린, 비올라 등 16대의 악기를 만들어 오케스트라를 구성했다.

 

Q.유니크 첼로 콰르텟의 1집 앨범은 어떻게 탄생했나요?

유니크 첼로는 울림통의 크기가 일반 첼로보다 작아서 저음이 약하고 고음은 강하게 나요. 이러한 독특한 음색에 어울리게 작곡했지요. 연주자에게는 저음을 연주할 때 현을 좀 더 세게 눌러 연주할 것을 권했어요. 관객들은 저음이 짙게 깔린 ‘위로’라는 노래를 좋아합니다. ‘쓰레기로 위로를 받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만든 곡인데, 쓰레기로 악기를 만들고 연주자들을 모아 공연을 한 경험을 통해 제가 받은 위로를 전하고 싶었어요.

 

▲이승규
이승규 대표가 ‘잃어버린 동물의 사육제’ 피아노곡을 연주하고 있다.

 

Q.가장 애착이 가는 앨범이 있나요?

제일 애정이 가는 작품은 2024년 발표한 피아노 수록곡 앨범 ‘잃어버린 동물의 사육제’입니다. 19세기 프랑스 작곡가 카미유 생상스의 대표작인 ‘동물의 사육제’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앨범이에요. 쇠똥구리, 상괭이, 북극곰, 수달 등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을 주제로 총 7곡을 담았지요. 각 동물이 사는 곳, 생태적 특성을 조사하며 연상되는 장면과 이야기를 노래로 담았어요. ‘수달’은 수달이 사는 강의 물결에 햇빛이 비치는 장면을 상상하며 작곡했지요.

 

Q.어린이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주변을 세심하게 관찰하다 보면, 뜻밖의 발상이 떠오를 거예요. 제가 동료들과 함께 고물상에서 농약 분무기 통을 보고 첼로를 떠올린 것처럼 말이지요. 자신의 발견과 질문을 사소하게 여기지 않고, 충분히 몰입해 보세요.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것들에게도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이승규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카혼 악기.

 

▲이승규
재활용 현악기 4중주단 ‘플라스틱 콰르텟’.

 

▲이승규
목공으로 연습용 첼로를 분해하는 모습.

 

 

용어 설명
●정크 미술: 생활 속의 쓰레기나 망가진 기계 부품 등을 이용하여 만드는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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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 15일 어린이과학동아(4호)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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