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는 시계를 보면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있어요. 시계가 없더라도 바깥의 밝기를 통해 낮인지, 밤인지 확인할 수 있지요. 그렇다면 지금 달은 몇 시일까요?
특명, 달 시계를 만들어라!
지난 4월, 미국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에 오는 2026년까지 ‘달 표준시’를 만들라고 지시했습니다. 달 표준시는 달에서 사용할 수 있는 표준 시간을 의미해요. 최근 많은 국가가 달 탐사에 나서고 있어 달의 정확한 시간을 아는 게 필요해졌지요.
전 세계는 표준 시간으로 협정세계시를 사용하고 있어요. 이를 이용해 모든 나라가 시간을 측정하지요. 협정세계시는 원자시계를 기준으로 만들어져요. 물질을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인 원자가 1초 동안 움직이는 횟수, 즉 원자 고유진동수를 바탕으로 시간이 측정돼요. 각국의 표준기관에 있는 원자시계가 시간을 측정하면, 이 평균값을 바탕으로 협정세계시가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달의 시간은 지구와 달라요.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지구의 24시간을 기준으로 달은 지구보다 하루 평균 56탎(마이크로초)● 빠릅니다. 이는 중력 차이 때문이에요. 질량이 있는 모든 물체는 서로 끌어당기는 힘인 중력을 가지고 있어요. 달의 중력은 지구의 약 6분의 1로, 지구보다 약하지요. 중력이 약한 곳에선 시간이 더 빠르게 흐릅니다.
56탎는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달에선 매우 중요해요. 국립과천과학관 이재형 전문관은 “달 궤도를 도는 탐사선은 지구 기준으로 1초에 약 2km 이상의 속도로 달 주위를 공전한다”고 설명했어요. 이어 “하루에 56㎲(마이크로초)의 차이가 쌓이면 탐사선의 이동 거리를 잴 때 1년에 40m 이상의 오차가 발생하는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달에 원자시계를 설치한다?!
달 표준시를 만들려면 먼저 달의 정확한 시간을 재야 해요. 달은 지구와 시간의 흐름, 하루의 길이 등이 다릅니다. 우리는 매일 한 번의 낮과 밤을 겪어요. 정오엔 언제나 머리 위에 태양이 뜨고, 밤이 되면 깜깜한 어둠이 가득하지요. 이는 지구가 자전축을 중심으로 약 24시간에 한 번 회전하는 자전 운동을 하기 때문이에요.
반면 달의 자전주기는 약 27.3일입니다. 하루에 한 바퀴를 자전하는 지구와 달리, 달은 지구의 시간을 기준으로 약 한 달 동안 한 바퀴를 도는 셈이죠. 지구의 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지구에서는 환한 낮인 오후 2시가 달에서는 밤이 될 수도 있는 거예요. 이재형 전문관은 “지구의 원자시계로 달의 1초를 정의하면 지구보다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고 말했어요. 그러면서 “지구의 하루가 밤 12시, 즉 0시에 다시 시작되는 것처럼 달의 하루 기준을 제대로 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미국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은 달 궤도나 표면에 원자시계를 배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어요. 협정세계시를 측정하기 위해 지구 곳곳에 원자시계가 배치된 것과 비슷한 방법이지요. 전문가들은 달의 시간을 측정하는 데 3개 이상의 원자시계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원자시계를 많이 설치할수록 시간을 더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답니다.
➊ 우리나라 최초의 달 궤도 탐사선 다누리는 지난 2022년 8월 발사됐다.
➋ 다누리와의 교신을 위해 구축된 심우주안테나.
시간으로 위치 파악하고, 에너지도 얻는다
달 표준시가 만들어지면 달 탐사에 도움이 됩니다. 미국과 중국 등 달을 탐사하는 국가들은 현재 각 나라의 표준시를 바탕으로 달을 탐사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달에 도착한 시간을 나타내는 기준이 각기 다르죠. 달 표준시가 제정되면 국가와 기업들이 통일된 시간을 이용해 체계적으로 달을 탐사할 수 있습니다.
또, 달 표준시로 정확한 시간을 측정하면 위성항법장치(GPS)를 통해 현재 위치를 측정할 수 있어요. 지난 4월 네이처에 공개된 달 지질 지도집에 따르면 달에는 약 1만 2341개의 분화구가 있습니다. 이 중 일부는 매우 크고 깊어 위험해요. 이때 GPS를 이용하면 달 탐사선이나 로봇이 위험한 곳을 피해 임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태양광에너지를 만드는 데도 달 표준시가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돼요. 지구에서는 발전소를 통해 다양한 에너지원을 전기에너지로 바꿔요. 그런데 우주에는 발전소가 없어 태양광에너지를 사용해야 하지요. 한국천문연구원 정민섭 연구원은 “달 표준시로 달 기지에서 태양의 위치를 알면, 전기 생산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태양의 고도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어요.
전문가들은 달 표준시가 우주 산업에 크게 도움될 것이라 전망해요. 정민섭 연구원은 “인류가 달 외에 다른 행성을 탐사하면 각 행성의 표준시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NASA
미국항공우주국은 민간 달 착륙선에 과학 장비를 실어 보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