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새해를 맞이해 섭섭박사님은 집에 있던 오래된 시계를 보며 1월 1일 00시 00분 00초가 되길 기다리고 있었어요. 괘종시계의 시계추가 흔들리는 것을 바라보며 들뜬 마음을 추스르던 그때! 문득, 섭섭박사님은 시계추를 닮은 재밌는 실험을 해보자고 말했어요.
도전
실험
어떤 줄이 움직일까?
섭섭박사님은 페트병에 줄을 엮어 4개의 자석을 매단 뒤 시계추처럼 만들었어요. 그리고 자신이 줄 하나를 흔들 테니 나머지 3개 줄 중에서 어떤 줄이 움직일지 맞혀보라고 했죠.
왜
이런 일이?
>; 결과 : 긴 줄을 흔들 땐 긴 줄만, 짧은 줄을 흔들 땐 짧은 줄만 흔들린다.
한 점을 중심으로 왔다 갔다 하며 일정하게 흔들리는 운동을 진자운동이라고 합니다. 이번 실험에서는 자석을 진자로 삼아 실험했죠. 진자의 움직임은 오로지 실의 길이에만 영향을 받습니다. 실이 길면 왔다갔다하는 주기가 느리고, 실이 짧으면 그 주기가 빠르죠. 실의 길이가 같은 두 진자는 주기 및 진동수가 같다고 할 수 있어요.
이번 실험에서 어떤 진자를 움직였을 때 줄의 길이가 같은 다른 진자도 움직이는 현상은 ‘공명’ 때문이에요. 공명은 특정 진동수에서 큰 진폭으로 진동하는 현상으로, 모든 물체는 각각 고유한 진동수를 가지고 진동합니다. 그네를 탈 때 주기에 맞춰 발을 구르면 더욱 높이 올라가는 것처럼, 이번 실험의 진자도 짧은 진자를 움직이면 짧은 실의 고유한 진동수에 맞춰 실을 타고 힘이 전달돼 짧은 진자가 크게 진동하고, 긴 진자를 움직이면 긴 실의 진동수에 맞춰 긴 진자가 크게 진동하게 된 거랍니다.
한걸음
더!
1980년대 팝송이 컴퓨터를 망가트린다?
구형 노트북에서 특정 노래를 재생하면 공명 현상으로 구형 노트북이 망가질 수 있다는 뉴스가 전해졌어요. 팝송과 컴퓨터 그리고 공명은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요?
작년 8월 16일 미국의 컴퓨터 기업 마이크로소프트의 수석 엔지니어 레이몬드 첸은 미국의 가수 자넷 잭슨이 1989년에 발표한 ‘Rhythm Nation’이라는 노래를 구형 노트북으로 재생하면 노트북의 하드디스크가 손상될 수 있다고 말했어요. 그 이유에 대해 첸은 “잭슨의 노래에는 노트북의 하드디스크에 영향을 미치는 주파수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죠.
이런 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 건 5400RPM● 하드디스크가 탑재된 노트북입니다. Rhythm Nation과 같은 진동주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노래에서 나오는 특정 소리의 주파수가 노트북의 하드디스크와 공명을 일으킨 결과, 노트북이 고장이 날 정도로 하드디스크가 진동했던 거죠. 첸은 “해당 노래를 구형 컴퓨터로 재생하자 노래를 재생하던 노트북은 물론, 근처에 있던 다른 구형 노트북들도 손상됐다”고 말했어요. 이런 이유로 자넷 잭슨의 Rhythm Nation은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사이버 보안 및 인프라 보안국이 지정하는 ‘컴퓨터 보안 결함 목록’에 실리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노래로 노트북을 망가뜨릴 수 있다는 신기한 소식을 접한 호주의 한 라디오 방송에서는 같은 달 Rhythm Nation을 큰 스피커로 재생해 구형 노트북에 손상을 일으키는 실험을 진행해 실제로 고장나는 걸 확인하기도 했죠.
그렇다면 최신 노트북으로는 이 노래를 재생해도 괜찮은 걸까요? 첸은 “해당 하드디스크 제조업체는 소리를 재생하는 시스템에 하드디스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파수를 제거하는 과정을 추가해서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했어요. 우리가 쓰는 최신 컴퓨터에서 자넷 잭슨의 노래를 재생해도 큰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죠.
●RPM : ‘Revolutions Per Minute’의 줄임말로 어떤 물체가 1분 동안 회전하는 횟수를 의미한다. 5400RPM 하드디스크란, 하드디스크 내부에 있는 저장 디스크가 1분에 5400번 회전한다는 뜻이다.
실험
하나 더!
병뚜껑으로 작동하는 분수를 만들자!
섭섭박사님은 아까 실험에 쓰고 남은 음료수병으로 새해 축하 기념 분수를 만들어 보겠다고 했어요. 대체 분수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는 걸까요?
왜
이런 일이?
>; 결과 : 플라스틱 컵을 통해 페트병 내부의 물이 흘러넘친다.
뚜껑을 닫았을 땐 물이 흘러넘치지 않지만, 뚜껑을 열면 물이 넘치는 이유는 페트병 내부의 압력이 외부보다 크기 때문입니다. 페트병 뚜껑을 물속에서 잠그면 페트병에 공기가 적게 들어가는 데다, 페트병을 물에서 꺼내도 뚜껑 때문에 공기가 페트병 안으로 들어오지 못해요. 그래서 페트병 안보다 바깥의 압력이 더 높아 플라스틱 컵에 담긴 물이 밖으로 흘러넘치지 못하죠. 그런데 페트병의 뚜껑을 열면, 바깥의 공기가 페트병 내부로 들어와 페트병 안팎 공기의 압력이 같아져요. 이때 페트병 안에는 물기둥이 누르는 압력 때문에 페트병 내부의 압력이 외부의 압력(대기압)보다 더 커서 플라스틱 컵을 통해 물이 쏟아져 나오게 되지요.
페트병 뚜껑을 열더라도 계속 물이 쏟아져 나오는 건 아니에요. 페트병과 플라스틱 컵의 물의 높이가 같아질 때 비로소 물이 멈춥니다. 이는 페트병 내부와 외부 물기둥의 높이 차이가 없어져서, 페트병 안팎의 압력이 균형을 이뤘기 때문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