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11월 2일 저녁 8시 30분경,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의 컴퓨터 서버에 한 프로그램이 배포되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인터넷으로 연결된 수천 대의 다른 컴퓨터에 자기 자신을 복제하면서 끊임없이 퍼져나갔지요. 다음 날 아침 출근한 미국 전역의 컴퓨터 관리자들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끊임없이 복제되고 반복해 실행되면서 컴퓨터 서버를 고장 내고 있었거든요. 11월 4일, MIT와 버클리대학교에서 이 프로그램을 분석해 삭제하기 전까지 프로그램은 인터넷 연결의 중심이 되는 호스트 컴퓨터 6만 대 중 10%인 6000개를 감염시켰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만든 범인은 미국 코넬대학교 학생인 로버트 테판 모리스로 밝혀졌습니다. 그가 만든 프로그램에는 ‘모리스 웜’이라는 이름이 붙었지요. 컴퓨터 웜은 자신을 복제하며 퍼지는 악성 프로그램입니다. 컴퓨터 바이러스와 비슷하지만, 바이러스는 다른 프로그램에 기생하면서 퍼진다는 차이가 있지요.
증언에 따르면 로버트 모리스는 컴퓨터를 고장 내려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인터넷 세상의 크기가 궁금했던 로버트 모리스는 스스로 복제하며 퍼지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이를 알아보려 했습니다. 하지만 코딩 실수로 프로그램이 끝없이 복제되고 실행되면서 컴퓨터 서버를 다운시키고 말았죠.
모리스 웜이 최초의 컴퓨터 웜은 아닙니다. 그러나 모리스 웜은 엄청난 손해를 끼치며 대중적으로 유명해진 첫 웜이에요. 이 사건 이후로 컴퓨터를 사용하는 기업과 학교는 인터넷 보안의 중요성을 깨닫고 보안을 강화하게 되었습니다.
로버트 모리스는 어떻게 되었냐고요? 그는 사회에 큰 손해를 끼친 혐의로 재판에서 1만 달러의 벌금형 등을 선고받았습니다. 이후 컴퓨터 관련 업무를 계속해 현재는 MIT의 교수로 재직 중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