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쿨…. 쿨…, 크허헉! 쿨….”
동화나라가 아직 깨지 않은 새벽, 꿀록 탐정과 개코 조수는 단잠을 자고 있었어요. 그때였어요. 쾅쾅쾅!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지요. 꿀록 탐정은 눈을 비비며 문을 열었어요.
“이른 아침부터 누가 문을 두드리는 겁니까?”
동화마을에 무슨 일이?
북극 마을이 무너진다!
문 앞에는 낯선 복장의 사람들 여러 명이 서 있었어요. 털모자와 두꺼운 옷으로 몸을 꽁꽁 싸맨 사람들이었지요. 꿀록 탐정이 문을 열자 사람들은 앞다투어 말을 하기 시작했어요.
“탐정님. 저희는 순록이 사는 저 먼 북쪽 마을에서 여기까지 왔어요. 정말 큰일이 났거든요.”
“마을이 무너지고 있어요! 단테가 지옥에서 염라대왕을 화나게 한 게 분명해요!”
“일단 순록이 이끄는 썰매를 타세요. 가서 직접 보셔야 해요!”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북쪽 마을 사람들의 말에 떠밀려 꿀록 탐정과 개코 조수는 얼떨결에 썰매를 탔어요. 그리고는 눈 깜짝할 사이에 북쪽 마을에 도착했지요. 썰매에서 내리려고 땅에 발을 내딛는 찰나, 질퍽한 흙탕물에 신발이 젖고 말았어요. 옆에 있던 마을 사람이 말했어요.
“우리 마을은 꽁꽁 언 땅 위에 세워졌는데, 요즘 땅이 녹고 있어요. 온 천지가 흙탕물이 되고 말았죠. 마을 사람들은 단테를 범인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지옥을 여행하는 동안 염라대왕을 화나게 해 지하세계의 불이 강해진 게 아닌가 하고요.”
“앗, 저기 단테가 있어요! 머리카락은 꼬불꼬불, 얼굴은 거뭇거뭇. 꼭 지옥 불에 그을린 모양이죠. 흥!”
사람들이 단테를 향해 쫓아가려고 하자, 꿀록 탐정이 막아섰어요.
“잠깐만요! 땅이 녹아서 당황하신 마음은 이해하지만, 단테가 범인은 아닌 것 같아요. 단테는 염라대왕을 만난 적도 없어요. 여러분이 서 계신 땅은 영구동토층인데요…!”
통합과학
개념 이해하기
북반구의 25%는 땅이 얼어있다?
지구 북반구의 북쪽 지역에서는 ‘영구동토층’을 흔히 볼 수 있어요. ‘영구동토층’이란 토양 온도가 0℃ 이하로 최소 2년 동안 유지되며 얼어 있는 모든 땅을 말해요. 북반구에서는 육지 면적의 약 25%가, 러시아 영토 중에서는 약 65%가 영구동토층이에요.
영구동토층은 흙과 암석, 모래, 얼음으로 이뤄져 있어요. 과거에 죽은 식물도 추운 날씨 탓에 썩거나 분해되지 못한 채 영구동토층 속에 남아 있지요. 지표면에 가까운 토양층은 1년 내내 언 채로 유지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이처럼 여름에 녹았다가 가을에 다시 어는 토양층을 영구동토층과 구분해 ‘활성층’이라고 불러요. 보통 활성층은 약 10~15cm 두께에 불과하지만 좀 더 따뜻한 지역에서는 수 m에 달해요.
최근에는 지구온난화로 지구가 따뜻해지면서 영구동토층이 녹고 있어요. 콘크리트보다도 단단하던 영구동토층이 녹아서 물렁해지면 그 위에 세워진 집과 도로 등 사회 기반 시설이 파괴될 수 있어요. 영구동토층 속 식물의 잔여물도 문제예요. 얼었던 식물이 분해되면 그 결과물로 이산화탄소와 메탄 같은 온실기체가 대량 배출되거든요. 이들 온실기체는 공기 중으로 나와 지구온난화를 가속하죠.
영구동토층은 2007년부터 2016년까지 9년간 평균 0.29℃ 따뜻해졌어요. 지구 연평균 기온의 상승 속도와 비슷한 수준이지요. 이는 2019년 1월 독일 알프레드 베게너 극지해양연구소의 보리스 비스카본 연구원팀이 전 세계 영구동토층 154곳을 조사한 결과예요. 영구동토층에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보다 2배 많은 탄소가 저장돼 있어요. 영구동토층이 이대로 녹는다면 지구가 스스로 온난화를 일으키는 ‘찜통지구’로 들어설 것이라 우려되는 이유랍니다.
통합과학 넓히기
건물 붕괴 막는 비용이 30조 원?!
2020년 5월, 러시아 북쪽 도시 노릴스크에서 화력발전소 연료저장고가 파괴되는 사고가 일어났어요. 이 사고로 저장고에 있던 경유 2만t(톤)이 흘러나와 땅과 강으로 퍼졌지요. 원인으로 지목된 것은 영구동토층 해빙이에요. 연료저장소는 단단한 영구동토층에 기둥을 박고 서 있었는데,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주변 땅이 내려앉아 연료저장소도 파괴돼 버린 거예요.
이게 끝이 아닐지도 몰라요. 1월 11일, 핀란드 오울루대학교 얀 흐요르트 교수팀은 발전소 같은 사회 기반 시설이 영구동토층 해빙으로 어떤 위험에 처할지를 검토해 논문으로 발표했어요. 북반구 전체의 영구동토층과 그 지역에 있는 사회 기반 시설을 조사했지요.
그 결과, 러시아의 사회 기반 시설이 가장 큰 위험에 처한 것으로 드러났어요. 북반구 영구동토층 위에 세워진 거주지의 60%가 러시아에 있을 정도로 러시아의 시설은 영구동토층에 크게 의존하고 있거든요. 러시아 서북쪽에 있는 도시 보르쿠타는 영구동토층 지역의 건물 80%가 이미 손상이 되었어요. 가장 피해를 덜 입은 도시인 노릴스크와 야쿠츠크도 영구동토층 지역의 건물 10%가 손상됐지요.
교수팀은 미래에 얼마나 많은 거주지가 위험에 처할지 알아보기도 했어요. 온실기체를 줄이는 정책을 상당히 실현하더라도, 현재 북반구 영구동토층에 있는 사회 기반 시설의 70%가 2050년까지 녹을 가능성이 높은 영구동토층 주변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어요. 이 시설들이 붕괴되지 않도록 막는 비용은 3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지요. 흐요르트 교수는 “땅을 개발하거나 건물을 지을 때 발생하는 열도 고려하면, 21세기 말까지 건물에 광범위한 손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답니다.
에필로그
“아시겠죠? 땅에 물이 흥건해진 건 단테가 지옥에 다녀온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 원인은 기후변화에 있죠.”
꿀록 탐정의 설명에 북쪽 마을 사람들이 미안한 표정을 짓자, 단테가 먼저 입을 열었어요.
“탐정님, 오해를 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기회에 지옥 같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마을 사람들과 함께 고민해봐야겠어요.”
단테와 북쪽 마을 사람들은 손을 맞잡고 고개를 끄덕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