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과학마녀 일리! 바닷가에 놀러 갔다 바다거북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어. 그런데 너…, 모습이 어딘가 바뀐 것 같다? 뭐? 머리에 붙어있는 따개비가 움직였으니 직접 얘기해보라고? 따개비가 움직일 수 있어?
반갑습니다. 자기소개를 부탁해요!
저는 따개비입니다. 바닷가 바위에 저희가 붙어있는 모습을 보신 적 있죠? 조개라 착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저희는 갑각류의 일종이에요. 유생 때는 헤엄을 치며 자유롭게 돌아다니다 성체가 되면 바위나 배, 동물의 껍데기 등 딱딱한 표면에 붙어 정착합니다. 이후로 움직이지 않고 가슴에 달린 6쌍의 만각을 움직여서 물속의 플랑크톤을 잡아먹고 산다고 알려져 있었어요. 지금까지는 말이죠.
움직이실 수 있다고요?
2000년대 후반, 바다거북 연구자들 사이에서 따개비가 움직일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어요. 오랜 시간 바다거북을 사진으로 찍어 온 연구자가 거북의 등에 붙은 따개비가 조금씩 움직이는 모습을 관찰한 것이죠.
최근 대만 생물다양성 연구소의 베니 찬 연구팀은 연구실에서 따개비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우선 연구팀은 스페인 연구자와 대만 잠수부들이 관찰한 바다거북의 사진을 분석해, 약 다섯 달 사이 머리에 붙은 따개비가 움직인 모습(사진)을 확인했죠.
어떻게 움직이나요?
그후 연구팀은 연구실에서 따개비 15마리를 아크릴 표면에 붙인 후 바닷물을 흘려줬어요. 그랬더니 따개비가 표면에서 서서히 미끄러지듯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죠. 물론 따개비의 움직임은 매우 느렸어요. 한 마리가 1년 동안 약 8cm를 이동한 것으로 드러났죠. 이렇게 느리니 사람들이 모를 수밖에요. 연구팀은 따개비가 분비한 접착 물질을 살짝 녹여서 움직였다고 추정했어요.
왜 움직이신 거예요?
따개비는 물의 흐름을 거스르는 방향으로 움직였어요. 즉, 흐르는 물의 압력으로 밀려난 것이 아니란 뜻이죠. 연구팀은 오히려 따개비가 바닷물이 더 빨리 흘러 식량을 구하기 쉬운 장소로 자리를 옮겼다고 추측했어요. 따개비는 흐르는 바닷물에서 플랑크톤이나 양분을 걸러 섭취해요. 그러니 바닷물이 더 잘 흐르는 곳에서 더 많은 양분을 먹을 수 있겠죠. 연구팀은 앞으로 바다거북에 붙어사는 종 외에 바닷가 바위에 붙어사는 따개비 종도 움직일 수 있는지 더 알아볼 계획이라 밝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