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섭박사님은 벌써 여름을 준비해요. 낮 기온이 여름처럼 더워지자, 얼음을 미리 얼려야 한다고 바빠졌어요. 그리고는 냉동실에서 얼리다 만 물을 가져오더니, 톡 건드리기만 하면 얼음을 만들 수 있다는 거예요. 대체 어떻게 하는 거죠?!
도전
실험
물이 갑자기 얼음으로 돌변한다?! 물 과냉각 상태 만들기
과냉각 상태의 물이 얼음으로 바뀌는 것을 확인해요. 서두르면 더 만들기 어려우니, 인내심이 필요하답니다!
➊ 물을 실온에 두어 균일한 온도로 만든다.
➋ 냉동실에 넣고 2~3시간 정도 기다려 과냉각 상태로 만든 뒤, 흔들리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뺀다. (과냉각 상태가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물 온도와 냉동실의 세기에 따라 다르다. 이미 물이 꽝꽝 얼었다면 실험을 다시 해야 한다.)
➌ 접시에 얼음을 몇 개 올린다.
➍ 얼음 위로 물을 붓자마자 얼음으로 변해 접시에 쌓이는 것을 확인한다!
왜
이런 일이?
결과 : 과냉각 상태의 물은 얼음에 닿자마자 얼음으로 바뀐다!
물질은 온도에 따라 가장 안정된 분자 배열이 달라요. 예를 들어 1기압에서 물은 0℃보다 낮아지면 얼음, 100℃보다 높아지면 수증기가 돼요. 이런 현상을 ‘상 변화’라고 하지요. 물이 얼음이 될 때는 물 분자들이 ‘빙정’이라고 부르는 얼음 구조의 핵을 먼저 만들고, 이 주변으로 물 분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되어서 얼음을 만들어요. 영하의 온도에서도 빙정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액체로 존재하는데, 이런 상태를 ‘과냉각’ 상태라고 해요. 과냉각 상태는 불안정한 상태이기 때문에, 충격을 주거나 다른 얼음에 닿으면 바로 얼음이 되지요. 한편, 2011년 미국 유타대학교 화학과 발레리아 몰리네로 교수팀은 물이 ‘반드시’ 얼음으로 변하는 온도를 찾아냈어요. 연구팀은 3만여 개의 물 분자의 움직임을 시뮬레이션해서 물이 얼음으로 변하는 과정을 추적했지요. 그 결과 영하 48.3℃까지는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하는 걸 확인했답니다.
한걸음
더!
과냉각 상태, 어떻게 쓰일까?
과냉각 상태는 자연과 일상생활 속에서도 관찰되는 현상이에요.
어디서 쓰이는지 한 번 알아볼까요?
➊ 북극 대구 등 극지방의 일부 어류는 ‘결빙방지 단백질’을 가지고 있다.
➋ 항공기 날개에 착빙 현상이 일어나 얼음을 제거하는 모습.
생물의 세포에도 물이 존재해요. 이 물이 얼음이 되면 부피가 팽창하면서 만들어지는 날카로운 얼음 결정에 세포가 손상될 수 있지요. 이런 위험을 막기 위해 극지방에 사는 북극 대구 같은 어류나 미생물 등은 ‘결빙방지 단백질’을 만들어요. 결빙방지 단백질은 빙정을 둘러싸며 얼음 핵에 다른 물 분자가 결합하는 것을 막아요. 결빙방지 단백질은 의약품이나 줄기세포를 저온으로 보존할 때 도움이 된답니다.
2000년대 초반 국내에는 물이나 음료를 과냉각 상태로 저장하는 기술이 등장했어요. 물 전체의 온도가 균일하고 빠른 속도로 내려가면 과냉각 상태가 되기 쉽다는 점을 이용한 기술이에요. 액체 상태로 보관된 것 같지만, 꺼내서 충격을 주면 얼음이 생겨 슬러시처럼 되는 거예요! 과냉각 기술은 음료뿐 아니라 채소, 육류 등 수분이 포함된 음식을 얼리지 않으면서 신선한 상태로 오래 보관할 수 있도록 한답니다.
과냉각 상태의 물은 항공기에 치명적일 수 있어요. 구름 속 물방울은 약 영하 40℃까지도 과냉각 상태로 존재해요. 그래서 항공기가 구름을 지나가면서 과냉각 물방울에 충격을 주면 물방울이 얼음으로 변해서 날개나 엔진에 갑자기 얼음이 붙어 쌓여요. 이런 현상을 ‘착빙’ 현상이라고 해요. 이렇게 되면 항공기 속도가 급격히 변화해 위험할 수 있지요. 그래서 조종실의 유리창이나 엔진처럼 얼음이 생기면 위험한 곳에는 착빙으로 생긴 얼음을 바로 녹일 수 있게 전기 열선을 설치해 대비한답니다.
도전! 섭섭박사
실험왕!
송윤아
우와~, 엄청 신기해요! 위에다가 컵과 펜 두 개를 올리는 데에 성공했어요. 이게 가능하다니!
실험
하나 더!
어느 바닥에 있는 얼음이 더 빨리 녹을까?
이번에는 얼음을 다시 물로 만들 거예요. 방 온도가 같으니까 어디서나 똑같이 녹을 줄 알았는데, 바닥에 따라 녹는 속도가 다르다고요?!
➊ 얼음 틀에 얼음을 얼린다.
➋ 평평한 금속판과 플라스틱판, 그리고 얼음을 준비한다.
➌ 똑같은 양의 얼음을 두 판 위에 동시에 올리고 시간을 잰다.
➍ 어느 쪽 얼음이 더 많이 녹았는지 확인한다.
결과 : 얼음은 금속판 위에서 더 빨리 녹는다!
금속판 위의 얼음이 플라스틱판 위의 얼음보다 빨리 녹는 이유는 금속이 플라스틱보다 ‘열전도도’가 높기 때문이에요. 열전도도는 어떤 물체가 가진 열에너지가 물체 안에서 또는 접촉한 다른 물체로 이동하는 정도를 뜻해요. 열에너지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전달되는데, 열전도도가 높을수록 열이 빨리 전달되지요. 그리고 물질마다 고유한 열전도도가 있답니다.
금속판과 플라스틱판 위에 놓인 얼음은 아래쪽은 바닥 면에, 위쪽은 공기에 맞닿아있어요. 공기는 분자들 사이의 거리가 멀어서 금속이나 플라스틱보다 열전도도가 훨씬 낮아요. 그래서 바닥 면의 열전도도가 얼음이 녹는 속도를 결정해요. 금속은 플라스틱보다 열전도도가 높기 때문에 열에너지를 얼음에 더 빨리 전달해서 얼음을 더 빨리 녹일 수 있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