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만큼은 앞집에, 이 만큼은 친구에게…. 제일 큰 조각은
내 사랑하는…. 사랑하는…? 누구였더라?”
평화롭게 커피를 마시는 꿀록 탐정 옆으로 오랜만에 보는 남자 한 명이 지나가고 있었어요. 그를 발견한
꿀록 탐정은 반가운 마음에 말을 걸었어요.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뵈어요!”
꿀록 탐정이 인사를 건네자 사나이가 대답했어요.
“누구…세요?”
동화마을에 무슨일이? 금을 나눠줄수록 기억이 사라진다!
“당신도 금이 필요한가요?”
처음 만난 듯 낯선 태도로 인사하는 남자의 모습에 당황한
꿀록 탐정이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남자는 머리를 긁적이더니
마술처럼 작은 금덩이를 꺼내 내밀었어요. 금덩이를 받아든 꿀록 탐정이
진짜 금인지 확인하기 위해 깨물어도 보고 조흔판*에 긁어도 봤어요.
노란 금 가루가 나오는 것이 진짜였어요.
“여전히 머리에서 금이 나오는군요. 황금 뇌를 가진 사나이 님!”
꿀록 탐정이 아는 체하자, 남자는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였어요.
“황금 뇌…. 아, 그렇네요. 내 뇌는 황금이죠. 어쩐지 뇌를 조금씩 나눠주면 다들 좋아하더라고요. 근데 누구한테 줬더라?”
하지만 남자는 자꾸만 기억이 나지 않는 듯 보였어요.
“일단 하나씩 따져봅시다. 대체 언제부터 이러고 다닌 거예요?”
“어머니께서 말씀하시기를 제가 머리를 다쳤을 때 우연히 머릿속에 금이 있는 걸 알게 됐대요. 어린 시절엔 이 사실을 꽁꽁 숨겨두셨다가 제가 성인이 된 다음에 말씀해 주셨어요. 금 덕분에 전 일을 하지 않고도 편하게 놀고 먹을 수 있었어요. 뇌를 조금씩 꺼내줬더니 친구들도 많아졌지요. 근데 친구가 누가 있었더라?”
꿀록 탐정과 개코 조수는 눈을 마주쳤어요. 뇌를 계속 꺼내다니…. 이대로 가다간 건강이 더 안좋아질 수 있었어요.
“뇌를 꺼내 쓰는 일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에요! 당장 멈추세요!”
● 조흔판: 초벌구이 자기판으로 광물 가루색을 확인하는데 쓰인다. 황철석이나 황동석, 금은 모두 겉보기에는 광택이 있는 노란 결정으로 보이나, 조흔판에 긁어 가루색을 살펴보면 오직 금만이 노란색을 보인다.
반복되는 경험이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만들어요
신나게 놀다가 다음날 쪽지 시험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곤, 막막한 기분이 든 적 있을 거예요. 그럴 때면 한 번만 봐도 머릿속에 딱 박히는 기억력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지요.
학습과 기억은 대뇌 안에 있는 해마가 담당하고 있어요. 해마는 좌뇌와 우뇌에 각각 하나씩, 총 한 쌍이 있습니다. 단면이 바다 생물 ‘해마’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지요. 해마가 학습과 기억력을 담당한다는 사실은 1953년에 처음 발견되었어요. 당시 의사는 발작 증세를 보이던 환자 헨리 구스타프 몰레이슨을 치료하기 위해 뇌의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을 했어요. 제거된 부위는 바로 해마였습니다. 해마가 사라진 몰레이슨은 수술 이전에 있었던 일은 기억했지만, 더 이상 새로운 일을 기억할 순 없었습니다.
새로운 경험을 하면 감각기관을 통해 받아들인 정보가 신경세포인 뉴런을 통해 뇌로 전달돼요. 뇌에는 1000억 개 이상의 뉴런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데, 정보를 서로에게 계속 전달하며 합쳐 기억으로 만들지요. 이때 뉴런과 뉴런이 연결되는 부분을 ‘시냅스’라고 합니다.
해마에서는 기존의 시냅스가 끊어졌다가 다시 연결되고, 새로운 시냅스를 만드는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납니다. 이를 통해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을 구분하지요. 일반적인 경험과 기억의 80%는 24시간 안에 사라집니다. 해마가 받아들인 경험과 기억을 잠시 저장했다가, 오래 기억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겁니다. 매우 인상적인 경험이나 반복적인 자극이 있다면 새로운 시냅스를 만들고, 대뇌피질로 보내 장기기억으로 저장합니다. 따라서 공부한 내용이 기억에 오래 남기 위해서는 반복적으로 보고 암기해야 합니다.
통합과학 넓히기 │ 돼지도 학습을 통해 게임할 수 있어요
최근 돼지가 알려진 것보다 더 높은 학습 능력을 통해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미국 퍼듀대학교 동물복지과학센터의 칸다이스 크로니 교수팀은 돼지가 단순한 명령 훈련만이 아니라 더 높은 수준의 학습을 통해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 지난 2월 발표했지요.
연구팀은 먼저 요크셔종 돼지 2마리와 파네핀토종 돼지 2마리에게 게임에서 방향을 조절할 때 사용하는 도구인 조이스틱 사용법을 가르쳤어요. 조이스틱으로 모니터 속 커서를 움직여 목표물을 맞히면, 맛있는 간식을 주는 방식으로 훈련했지요.
그 결과 돼지들은 계속해서 간식을 먹기 위해 주둥이로 조이스틱을 조종했어요. 돼지는 모니터 속의 커서가 조이스틱에 따라 움직인다는 사실과, 모니터에 표시된 커서를 움직여 목표물을 맞히면 보상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학습한 거예요. 심지어 기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울음소리와 몸짓으로 기기가 이상하다고 표현했어요.
칸다이스 크로니 교수는 “이 실험은 손을 능숙하게 다루는 영장류를 위해 만들어진 도구를 이용했기 때문에 주둥이를 주로 사용하는 돼지가 사용하기 어려운 도구였다”며 “돼지의 신체적 특징에 맞는 학습 도구를 고안한다면 학습 능력을 더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답니다.
에필로그 │
“당신이 계속 정신을 놓고 깜박 깜박 잊는 것은 뇌를 함부로 꺼냈기 때문이에요.”
꿀록 탐정은 남자를 앞에 앉히고는 다소 엄격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당신의 뇌는 금이지만 그 금만 보고 다가오는 사람은 결코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 금이 없어도 진정한 우정과 사랑을 얻을 수 있답니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꿀록 탐정은 힘을 내라는 듯 두 손을 꼭 붙잡고 응원의 말을 덧붙였어요.
“비록 뇌의 일부는 사라졌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요! 우리 뇌는 유연하니까요. 당신은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답니다.”
●용어정리
*조흔판: 초벌구이 자기판으로 광물 가루색을 확인하는데 쓰인다. 황철석이나 황동석, 금은 모두 겉보기에는 광택이 있는 노란 결정으로 보이나, 조흔판에 긁어 가루색을 살펴보면 오직 금만이 노란색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