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2년 12월 2일, 미국 시카고대학교의 미식축구장 지하에 긴장한 표정의 물리학자들이 하나둘 모였어요. 이날은 세계 최초의 원자로인 ‘시카고 파일 1호(CP-1)’의 시험 가동이 예정되어 있었어요. 대도시 한복판에서 이루어지는 위험천만한 실험이었죠.
CP-1은 ‘핵분열’을 조절하는 원자로예요. 핵분열은 불안정한 방사성 원소가 더 작은 원자핵으로 분열되는 현상이에요. 1939년 독일의 리제 마이트너 등이 발견했지요. 핵분열 과정에서 큰 에너지와 중성자 2~3개가 함께 방출돼 주변의 방사성 원소를 분열시킬 수 있어요. 도미노처럼 차례로 원자핵이 분열되는 ‘연쇄 반응’이 일어나면 막대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죠.
하지만 핵분열을 통제하는 게 관건이었어요. 방사성 원소가 너무 적으면 연쇄 반응이 일어나지 않고, 반대로 너무 많이 모이면 핵분열이 폭주하면서 도시를 통째로 날릴 만큼 큰 폭발이 일어날 수 있지요. 이를 막기 위해 핵분열 반응을 조절하는 ‘원자로’를 만든 거예요.
미국 정부는 당시 벌어지던 제2차 세계대전의 적국인 독일보다 먼저 원자폭탄을 만들기 위해 첫 원자로를 건설했어요. 이탈리아에서 온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의 연구팀이 이 일을 맡았지요. 그는 방사성 원소인 우라늄 약 5t(톤)과 산화우라늄 50t을 중성자의 속도를 낮춰 연쇄 반응을 높이는 흑연 벽돌 400t으로 덮어 CP-1을 만들었어요. 중성자를 흡수하는 금속 카드뮴으로 핵분열을 조절했지요.
오후 3시 25분, CP-1은 성공적으로 가동됐어요. 첫 원자로는 28분 동안 겨우 0.5W(와트)의 에너지를 만들었지요. 이후 3년 뒤, CP-1에서 시작된 연구의 결과물인 원자폭탄은 일본에 떨어져 제2차 세계대전을 끝냈어요. 동시에, 페르미가 설계한 원자로는 이후 원자력 발전에 쓰이는 원자로의 토대가 되었답니다. 무시무시한 무기와 함께 원자력 에너지를 평화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길도 함께 연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