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7일, 미국 뉴욕의 크리스티 경매에서 티라노사우루스 화석 ‘스탠’의 전체 골격 화석이 3180만 달러에 낙찰되었어요. 한국 돈으로는 약 368억 원으로, 예상 가격의 무려 4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었죠. 그런데 고생물학자들은 이번 경매 결과가 앞으로의 고생물학 연구를 방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어요. 왜일까요?
티라노사우루스 '스탠'이 유명한 이유
‘스탠’은 1987년, 아마추어 고고학자 스탠 새크리슨이 미국 사우스다코타주의 헬 크릭 지층에서 찾은 티라노사우루스 화석이에요. 키 3.9m, 길이 12m이며, 생존 당시 무게는 약 8t(톤)으로 추측되는데 수컷 티라노사우루스 화석 중에서는 큰 편에 속해요. 고생물학자들은 스탠의 두개골과 갈비뼈에서 구멍을 발견했는데, 다른 티라노사우루스와 싸우는 과정에서 입은 상처라 분석했어요. 또한, 목의 경추 두 개가 붙어 있는 것은 스탠이 살아있을 동안 목뼈를 다쳤다 회복한 흔적이라 추측했지요.
스탠이 귀중한 화석인 이유는 이제까지 발견된 티라노사우루스 화석 중 가장 보존 상태가 좋은 편이기 때문이에요. 지금까지 발견된 티라노사우루스 화석은 약 50개체로, 한 개체의 모든 뼈가 고스란히 화석으로 남겨져 발견되는 경우는 드물어요. 그런데 스탠은 전체 뼈 350점 중 199점, 부피로는 70%가 남아 있을 정도로 보존 상태가 좋아요.
특히 스탠의 머리뼈들은 변형이 되지 않아, 발굴 후 거의 완벽한 형태의 두개골로 조립할 수 있었어요. 티라노사우루스가 강한 턱 힘으로 먹이의 뼈를 부숴 먹었고, 민감한 청각과 후각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라는 연구 모두 스탠의 두개골을 통해 이루어졌지요. 우리가 알고 있는 포식자 티라노사우루스의 모습 대부분이 스탠의 두개골 연구에서 비롯된 거예요.
공룡 화석이 비싸지면 고생물학자는 힘들어!
이번 경매 결과로 정해진 스탠의 가격인 3180만 달러는 이전에 가장 비싸게 팔린 화석인 티라노사우루스 ‘수’의 가격인 836만 달러의 무려 네 배에 달하는 가격이에요. 그런데 이렇게 화석의 가격이 오르면 고생물학자들의 연구는 오히려 힘들어질 수 있어요. 이는 화석이 한정된 자원이기 때문이에요.
고생물학자는 화석이 없으면 연구를 진행할 수 없어요. 하지만 화석은 무한정 발굴되는 게 아니라 수에 제한이 있지요. 이런 상황에서 화석이 비싸게 팔리면 덩달아 전체 화석 가격도 오르게 됩니다.
화석이 비싸지면 돈을 노리고 화석을 도굴하거나 무단으로 발굴하려는 사람이 늘게 되고, 화석을 기부하려던 사람들도 기부를 그만둘 수 있어요. 그러면 고생물학자는 연구해야 하는 화석을 아예 구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지요. 심지어 수집가가 차지한 화석 표본은 과학자들에게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연구가 진행될 수도 없어요.
서울대학교 고생물학 연구실의 이성진 연구원은 “이번 경매가 장기적으로 일으킬 파장이 더 걱정된다”며, “스탠이 엄청난 가격에 팔리면서 앞으로 보존이 잘 된 화석의 가격이 상승하고, 상업적 화석 발굴과 거래가 늘어날 것”이라고 얘기했어요. 그러면 보존이 잘 되어 학술 가치가 큰 화석들이 화석 거래업자나 개인 수집가의 손에 들어가 연구되지 못하는 것이죠.
그래서 몇몇 고생물학자들은 화석을 사고파는 행위를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해요. 그래야 불법 화석 채굴이 사라지고 화석 가격이 안정되어 연구에도 도움이 될 거라면서요. 화석, 과연 발굴한 사람 마음대로 사고파는 것이 맞을까요? 아니면 연구를 위해 학자들에게 돌려주는 게 맞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