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는 7100만 년 전 백악기 후기 시대로 시간 여행을 온 과학마녀 일리야.
이곳은 몽골 고비사막, 프로토케라톱스 알의 부화 현장이지.
앗! 그런데 이 공룡 알이 말랑말랑해! 공룡 알은 원래 딱딱한 것 아니었어?
자기소개를 부탁해.
반가워. 나는 ‘프로토케라톱스’야. 각룡(뿔공룡) 중 하나로 이름이 ‘최초의 뿔 얼굴’이라는 뜻이지만, 사실 뿔다운 뿔을 갖고 있진 않아. 내 코 위에 뿔처럼 생긴 작은 돌기가 붙어 있을 뿐이지. 나는 백악기 후기 시대, 주로 몽골, 중국 등에서 풀을 먹고 사는 초식공룡이란다.
내 턱은 커다란 가위처럼 생겼어. 이 턱으로 나무나 식물을 잘라 먹곤 했지. 내 부리는 앵무새의 부리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이 부리로 몸집이 작은 육식공룡의 공격에 맞섰어. 물론, 몸집이 큰 육식공룡을 만나면 도망가는 게 최고야.
네 알은 좀 특별하다고 들었어!
응. 나는 도마뱀이나 뱀, 거북이처럼 유연하고 부드러운 알에서 태어나. 지난 6월 17일, 미국 자연사박물관 마크 노렐 박사팀의 연구로 밝혀졌지. 연구팀은 1995년 몽골에서 7500만~7100만 년 전에 살았던 프로토케라톱스의 화석을 발굴한 이후 연구해왔어. 이 뼈 화석은 마치 알 속에 있는 것처럼 보였어. 태아처럼 등을 구부리고 다리를 앞으로 모은 자세로, 얇은 막에 둘러싸여 있었거든.
연구팀은 이 얇은 막에서 발견한 단백질을 공룡, 파충류, 조류의 알 26가지와 비교해 봤어. 그 결과 프로토케라톱스 알의 성분은 거북 알과 같았단다.
왜 이제야 알려진 거야?
말랑말랑한 껍질은 딱딱한 껍질보다 화석으로 남기 어렵기 때문이야. 연구팀은 지난 20년간 수각류나 용각류 등 다양한 공룡의 뼈 화석과 알 화석을 발굴해왔어. 이 공룡의 알들은 모두 오늘날 새처럼 딱딱한 껍질을 갖고 있었지. 하지만, 나같은 뿔 달린 각룡류 알 화석은 찾지 못했단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파충류에서 조류로 이어지는 공룡의 진화 과정을 볼 때 공룡도 부드러운 알을 낳았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구체적인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어. 그러다 이번 연구로 그 증거가 밝혀진 거야.
말랑말랑한 알을 낳는 다른 공룡도 있어?
그렇단다. 다양한 공룡들도 진화 초기에는 말랑말랑한 알을 낳은 것으로 밝혀졌어. 연구팀은 초기 공룡의 알이 딱딱했는지, 말랑말랑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현존하거나 멸종한 파충류와 조류 112종의 알의 화학 성분과 기계적인 특성을 정리했어. 그리고 이들이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살펴봤어.
그 결과 공룡과 도마뱀을 비롯해 많은 집단이 처음에는 말랑말랑한 알을 낳았던 것으로 밝혀졌지. 또, 연구팀은 말랑말랑한 알을 낳는 공룡은 파충류처럼 축축한 흙이나 모래 속에 알을 낳고 위를 덮은 나뭇잎이 썩으면서 나오는 열로 부화를 시켰을 것이라고 설명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