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지구사랑탐사대 거미 탐사를 함께한 3명의 연구원들 기억하시죠? 그중 한 분이 여러분처럼 어린이 시절 어과동을 구독했던 독자였다고 해요. 그 주인공은 바로 이형민 연구원이랍니다! 어과동을 읽던 초등학생 시절부터 거미 탐사를 시작해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쭈~욱 거미를 연구하고 있다는데요. 지난 1월 28일, 이형민 연구원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답니다.
Q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연세대학교 생명과학기술학부에 재학 중인 이형민입니다. 작년 지사탐 거미 현장 교육이나 수료식에 참가한 친구들은 절 기억할 수도 있겠네요. 지금은 한국거미연구소 회장을 맡아 거미를 채집하고 연구하고 있어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거미와 관련된 15편의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죠.
Q 어과동 독자였다던데!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게 있나요?
초등학교 3학년 때 과학학원 선생님 추천으로 어과동을 처음 봤어요. 당시 홍승우 작가님이 연재하시던 ‘SOS! 애니몽’을 가장 재밌게 봤죠. 지사탐도 했는데, 같은 지역에 사는 친구들과 조를 이뤄 수원청개구리를 탐사했어요. 캄캄한 밤에 밖에 나가 수원청개구리 울음소리를 녹음하고, GPS 정보를 입력했던 게 기억나요~.
2012년엔 홍승우 작가님, 산호 연구자와 함께 뉴칼레도니아로 떠나는 어린이 생태탐험대에도 참가했죠. 그때 봤던 바다가 진짜 예뻤어요! 뉴칼레도니아 탐험은 넓은 세상을 처음 마주했던 경험이에요. 그 후 제 시야도 넓어졌답니다.
Q 그런데 어쩌다 ‘거미’에 꽂히게 된 거예요?
어과동을 소개해준 선생님과 한국거미연구소를 찾았는데, 그때 주필거미박물관의 관장이자 동국대학교 석좌교수이신 김주필 교수님과 인연을 맺게 됐어요. 이후 지금까지 ‘거미’를 탐구하게 됐죠. 거미를 좋아하는 대단한 이유는 없어요. 그냥 호기심 때문이에요. 거미는 우리나라에서 거의 매년 신종이 나오고 전 세계적으로도 매일 한 종이 발견되고 있어요. 아직 탐구할 영역이 많은 재밌는 생물이란 뜻이죠. 전 세계에 거미가 몇 종이 있는지 알려주는 사이트(wsc.nmbe.ch)가 있는데, 보세요. 오늘(1/28 기준)은 4만 8428종이라고 돼 있네요. 아마 내일이 되면 바뀌어 있을 거예요(웃음).
Q 직접 신종을 발견한 적도 있다고요?
고등학생 때 신종 3마리, 미기록종 2마리를 발견했어요. 신종은 전 세계 최초 발견, 미기록종은 존재는 알려져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견했다는 의미예요. 2016년, 진도 해안가에서 신종 ‘진도어리왕거미’를 처음 만났어요. 내가 전 세계 최초로 이 거미를 발견했다고 생각하니 정말 성취감이 컸죠. 이름도 저와 김주필 교수님이 함께 지었어요. 거미는 모든 종마다 생식기가 다르게 생겼어요. 그래서 다른 종과의 차이점을 집중 분석해 김 교수님과 논문을 썼어요. 신종 운길깡충거미와 예봉게거미도 2017, 2018년에 연달아 발견해 논문을 냈어요. 미기록종으로는 시화외줄솔개거미, 왕어리두줄깡충거미를 발견했지요.
Q 웬만한 거미는 다 만나 봤겠어요. 아직도 보고 싶은 거미가 있나요?
우리나라에는 약 900종의 거미가 살고 있어요. 그중 800종을 본 것 같아요. 나머지 100여 종 중 가장 만나고 싶은 거미는 ‘가마니거미’예요. 가마니거미는 2007년 이후 발견되지 않아 멸종됐다고 알려졌어요. 멸종한 거미를 만나고 싶다니 말이 좀 이상하죠? 이 거미는 주로 소나무 꼭대기에 살았어요. 사람의 손길이 닿기 어려운 곳이라 발견하기 어렵죠. 그래서 멸종됐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꼭 다시 만나면 좋겠어요.
Q 앞으로 목표는 뭐예요?
옛날에는 ‘거미를 널리 알려보자!’가 목표였다면, 지금은 거미 연구를 계속해 신약을 개발하거나 발명품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실제로 거미 독은 독감 치료제 개발, 거미줄은 옷 제조 등에 사용되고 있어요. 거미 독을 이용해 만들어보고 싶은 것이 있는데, 아직 구상 중이라 자세한 건 완성하면 공개할게요!
Q 어과동 독자였던 만큼,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을 것 같아요.
학창시절부터 좋아하는 ‘거미’에 집중했어요. 그러다 보니 거미 연구로 고2 땐 경기도 과학교육원에서 주최하는 제63회 과학전람회와 가천대학교에서 주는 상을 받았어요. 고3 땐 2017 대한민국 인재상도 타는 등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지요.
친구들도 좋아하는 일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면 뿌듯한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