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님! 여기까지 오신 김에 마을 축제를 보고 가세요. 유명한 가수가 올 거예요.”
“맞아요. 산성비는 그쳤으니 진짜 범인은 차차 생각해 보세요.”
마을 주민들이 탐정 사무소로 돌아가려는 돼지 탐정 꿀록과 개코 조수를 붙잡았어요. 개코 조수는 주민들의 제안을 정중하게 거절하려 했어요.
“죄송해요, 아직 해결하지 못한 사건이 많아 탐정님은….”
귀신의정체
“아니요! 마을 축제야말로 단서를 찾을 수 있는 곳이 아니겠어요? 우리도 가겠습니다. 맛있는 음식이 많을 것 같아서 이러는 게 절대 아니에요.”
꿀록 탐정의 말에 개코 조수는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섰어요. 멀리서 공연장의 화려한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때였어요. 공연장에서 동화나라 친구들이 비명을 지르며 뛰어나오는 게 아니겠어요?
“귀신이다! 귀신이야! 끼야아악!”
도망치는 친구들의 뒤로 거대한 그림자가 보였어요. 그림자는 입이 무척 크고 다리는 없는데 날개가 달린 것 같았지요. 축제 현장을 향하던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불안한 표정으로 웅성대자 꿀록 탐정이 나섰어요.
“잠시만 조용해 주세요! 그림자 쪽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요.”
꿀록 탐정의 말에 주민들은 이야기를 멈추고 귀를 기울였어요.
“히히히히힝!” “멍멍!” “야옹~!” “꼬끼오!”
알고 보니 늙은 수탉과 고양이, 개, 당나귀가 울상을 지은 채 노래를 부르고 있었지요. 브레멘 음악대였어요.
“아니, 악기는 다 어디에 두고 오신 겁니까아! 반주도 없이 이게 무슨…!”
꿀록이 음악대에게 다가가 큰 소리로 묻자 대원들이 저마다 대답했어요.
“야옹~! 우리는 디지털 음악대다옹!”
“히히힝~! 오늘 공연을 위해 반주를 컴퓨터에 녹음했는데, 파일을 열 수가 없다힝! 그래서 이렇게 생목으로 공연하고 있었다히히힝~!”
“멍멍! 컴퓨터가 고장난 게 분명하다멍. 우리 컴퓨터 좀 고쳐주라멍!”
컴퓨터는 음악을 어떻게 저장할까?
음악, 이미지, 동영상을 포함한 모든 디지털 정보는 ‘0’과 ‘1’이라는 두 가지 숫자로 이뤄져 있어요. 예를 들어 영어 문자는 1963년에 발표된 ‘아스키(ASCII) 코드’에 따라 숫자로 표현할 수 있어요. 아스키 코드는 ‘A’를 ‘01000001’로 나타내지요. 이처럼 0과 1로만 수를 표현하는 방법을 ‘이진법’이라고 해요. 컴퓨터는 영어 문자만이 아니라 음악 파일과 게임 등 모든 디지털 정보를 이진법으로 표현한 뒤 기억 장치에 저장하지요.
컴퓨터의 기억 장치 중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것은 본체 속에 있는 ‘하드 디스크’예요. 하드 디스크는 원반 모양의 ‘플래터’와 길쭉한 ‘헤드’로 이뤄져 있어요. 플래터는 정보가 저장되는 장소이고, 헤드는 이런 플래터 위를 오가며 정보를 저장하고 읽어요. 두 부품이 0과 1로 이뤄진 디지털 정보를 저장하는 것은 ‘자석’의 힘 덕분이에요. N극과 S극을 갖고 있는 자석이 서로 다른 극끼리는 잡아당기고, 같은 극끼리는 밀어내는 성질을 이용하는 거지요.
하드 디스크에 전류를 흘리면 헤드와 플래터에 각각 자석이 만들어져요. 우선 플래터는 산화철로 이뤄진 얇은 막으로 덮여 있어요. 이들 산화철은 자석을 만나면 자신도 자석의 성질을 띠지요.
한편, 헤드 끝에는 전선을 원기둥 모양으로 꼬아 만든 코일’이 달려 있어요. 코일에 전류가 흐르면 양 끝에 N극과 S극이 각각 생기며 자석의 성질을 띠지요. 전류의 방향을 조절해 N극과 S극의 위치도 맘대로 정할 수 있어요. 이처럼 전류가 흐르면 자기장이 생긴다는 법칙을 물리학 용어로 ‘앙페르 법칙’이라 불러요. 전류가 흐를 때만 자석이 되는 물질을 ‘전자석’이라 하고요.
정보를 저장하고 싶을 때 헤드는 회전 중인 플래터 위의 특정한 위치로 움직여요. 헤드가 다가오면 플래터의 트랙을 따라 늘어선 산화철은 헤드의 코일이 만드는 자석의 힘을 받지요. 산화철의 N극과 S극이 각각 코일의 S극과 N극에 가깝도록 배열되는 거예요. 이런 원리를 이용해서 컴퓨터는 0과 1을 저장해요. 즉, 0을 저장하고 싶을 땐 코일이 N극과 S극의 위치를 그대로 유지해요. 그러면 트랙에 늘어선 산화철들의 N극과 S극 위치도 유지되지요. 이것이 0을 의미해요. 반면 1을 저장할 땐 코일이 N극과 S극의 위치를 바꿔요. 그럼 산화철도 N극과 S극의 위치가 바뀌며 1을 저장한답니다.
정보를 읽을 때는 지금까지의 과정이 거꾸로 일어나요. 헤드가 필요한 정보가 있는 플래터의 위치로 찾아가 가지런히 정렬된 산화철 조각을 읽어내려 가지요. 헤드가 읽는 산화철 조각의 N극과 S극 위치가 이전 산화철 조각과 같으면 ‘0’, 다르면 ‘1’이라고 인식한답니다.
중요한 파일을 실수로 지웠어요!
지난 3월 11일,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이 단체 채팅방에서 나눈 대화 내용 일부가 공개됐어요. 대화 내용에 범죄의 단서가 드러나 사람들에게 충격을 줬지요. 경찰은 이것이 한 휴대전화 복구 업체에서 복원된 것으로 추정했어요.
파일 복구는 이런 범죄 수사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종종 필요해요. 여러분도 컴퓨터가 바이러스에 걸리거나 실수로 중요한 파일을 지웠을 때 사진이나 파일을 복구하고 싶었던 적이 있을 거예요. 이와 같은 파일 복구는 어떤 원리로 이뤄질까요?
이는 하드 디스크가 정보를 저장하는 법을 이해하면 알 수 있어요. 플래터는 아주 많은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이라 새로운 파일을 저장할 땐 저장 위치를 담은 정보를 따로 만들어요. 도서관이 수많은 책의 위치를 기호로 만들어 기록하는 것과 같지요. 이런 위치 정보는 플래터 가장자리의 ‘파일 할당 테이블’에 저장돼요. 헤드가 파일을 불러올 땐 가장 먼저 파일 할당 테이블에서 주소를 확인한 뒤 플래터의 정확한 지점으로 이동해 저장된 파일을 읽는답니다.
사용자가 삭제 명령을 내리면 파일 할당 테이블에 있는 주소 정보만 지워져요. 그래서 파일을 찾으려고 해도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헤드가 해당 파일이 있는 곳으로 찾아갈 수 없지요. 이런 파일을 복구하려면 파일 할당 테이블을 무시하고 플래터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면 돼요. 도서관 전체를 뒤지는 것과 같아서 시간이 많이 걸릴 뿐, 복구는 가능하지요.
이처럼 파일을 복구하는 일은 범죄 수사에서 많이 쓰여요. 수사관은 범죄의 증거를 찾기 위해 증거가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컴퓨터와 휴대폰에서 지워진 파일을 복구하지요. 이처럼 데이터 복구 등의 방법으로 디지털 증거를 수집하고 분석해 범죄 단서를 찾는 수사 기법을 ‘디지털 포렌식’이라고 한답니다.
복구가 어려울 정도로 파일을 완전히 삭제하는 방법도 있을까요? 한 예로 ‘디가우징’이라는 방법은 디지털 기기에 저장된 모든 파일을 없앨 수 있어요. 디가우징은 플래터가 자석의 성질로 정보를 저장한다는 원리를 이용해요. 즉, 강력한 자석을 이용해 플래터에 배열된 산화철들을 모두 흐트려 놓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