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오염을 막아야 한다’라는 메시지를 어떻게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전할 수 있을까요? 미국의 사진작가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인 크리스 조던은 이 질문에 ‘예술’이라고 답했어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난 2월 22일, 서울에 있는 성곡미술관에서 어린이과학동아 기자단 친구들이 크리스 조던을 직접 만나 그 답을 찾아 보았답니다. (※크리스 조던 : 아름다움 너머. 기자단증 보여주면 본인 무료 입장)
세계를 뒤덮고 있는 ‘좀비’의 정체는?
크리스 조던 작가는 ‘알바트로스’라는 다큐멘터리 작품을 만든 예술가예요. 북태평양에 서식하는 새, 알바트로스가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이로 착각해서 먹는 바람에 고통 받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을 전세계에 알렸지요. 하지만 다소 무거운 주제의 작품들과는 달리, 크리스 조던 작가는 무척 쾌활한 사람이었답니다.
기자단 친구들을 만난 크리스 조던 작가는 모두를 커다란 고래 사진 앞으로 안내했어요. 이어서 친구들에게 “사진을 가까이서 보라”고 얘기했답니다. 알고보니 이 고래 사진은 5만 개의 플라스틱 봉지로 만든 작품이었지요! 크리스 조던 작가는 기자단 친구들에게 질문을 던졌답니다.
“고래가 플라스틱 봉지를 만나면 어떻게 할까요?”
“먹을 것 같아요.”
“맞아요. 고래는 플라스틱 봉지를 해파리로 착각하고 먹는답니다. 슬픈 일이지요.”
◀ 24만 개의 플라스틱 봉지로 만든 공룡 작품
커다란 공룡 작품도 눈길을 끌었어요. 크리스 조던 작가는 이 작품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얘기했답니다.
“이 공룡은 24만 개의 플라스틱 봉지로 만들었어요. 플라스틱과 공룡은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요?”
기자단 친구들이 쉽게 대답하지 못하자 작가는 다른 질문을 던졌답니다.
“플라스틱은 무엇으로 만들죠?”
“석유로 만들어요.”
“맞아요. 그리고 석유는 공룡과 같은 지질시대 생물들의 사체가 오랜 기간 동안 땅에 묻혀 만들어진 거랍니다. 이 사체가 플라스틱으로 되살아난 셈이죠. 마치 좀비처럼! 으아아아!”
플라스틱 다이어트를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플라스틱 봉지, 일회용기, 페트병 등 우리는 너무나도 많은 플라스틱들을 습관적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크리스 조던 작가와 함께 전시를 둘러본 기자단 친구들은 플라스틱 다이어트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지요.
그렇다면 플라스틱 다이어트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친구들은 전시장 위층에 마련된 토론장으로 향했답니다. 원형의 토론장 중앙에는 여러 장의 단어 카드들이 놓여 있었어요. 기자단 친구들이 취재에 참가하기 전, 플라스틱 다이어트를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단어를 각자 뽑아 온 것이랍니다.
이날 토론의 주제는 직접 보내준 여러 제시어들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핵심 단어 하나를 선정하는 것이었어요. 본격적인 토론이 시작되자, 기자단 친구들은 자신이 선택한 단어가 왜 중요한지에 대한 주장을 펼쳤답니다.
“저는 ‘에코백’을 뽑았어요. 플라스틱 봉지를 안 쓰려고 항상 에코백을 들고 다니거든요.”
“저는 ‘모행세’라는 단어를 뽑았어요.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줄여서 만든 단어랍니다.”
가만히 단어들을 살펴보던 크리스 조던 작가는 ‘거절’, ‘모행세’, ‘청소하다’를 뽑았어요. 크리스 조던 작가와 기자단 친구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점차 ‘모행세’로 핵심 단어가 정해지는 듯했죠. 그런데 한 친구가 이에 반론을 이야기했답니다.
“저는 ‘실천’이라는 단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모행세’를 만들기 위해선 반드시 많은 사람들의 ‘실천’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이 주장에 친구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고, 그 결과 ‘모행세’ 대신 ‘실천’이 핵심 단어로 뽑혔답니다!
작가와 함께 전시 작품을 만들어요!
토론을 마친 기자단 친구들에게는 특별한 마지막 순서가 기다리고 있었어요. 크리스 조던 작가와 함께 플라스틱 병뚜껑 작품을 만드는 거였죠! 기자단 친구들은 플라스틱 병뚜껑으로 ‘실천’이라는 두 글자를 쓰기로 했답니다.
작품을 만들기 전, 크리스 조던 작가가 연필 한 자루를 손에 쥐었어요. 그리고는 직접 한글로 ‘실’과 ‘천’을 적었답니다. 처음으로 써 보는 한글이라며 무척 기뻐했죠.
기자단 친구들은 크리스 조던 작가가 적어 준 글자 위에 병뚜껑을 붙여나갔어요. 글자는 파란색 병뚜껑으로 쓰고, 나머지 배경은 알록달록한 색의 병뚜껑으로 채웠지요. 이렇게 완성된 기자단의 작품은 3일 간 성곡미술관 전시장에 전시되었답니다!
작품 활동이 끝나고, 크리스 조던 작가는 기자단 친구들에게 마지막 이야기를 전했어요.
“오늘 제 작품을 보니 기분이 어땠나요?”
크리스 조던 작가의 질문에 기자단 친구들은 ‘슬프다, 안타깝다, 미안하다’ 등 다양한 감정들을 느꼈다고 이야기 했어요. 이 말을 들은 작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답니다.
“예술은 감정을 움직이는 힘이 있어요. 감정의 변화는 사람의 행동까지 변화시킬 수 있지요. 이게 바로 예술가가 메시지를 전하는 방법이랍니다.”
크리스 조던 작가와 뜻깊은 시간을 보낸 기자단 친구들은 플라스틱 다이어트를 다짐하며 돌아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