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는 어과동의 귀염둥이 과학마녀 일리야. 초원을 걷는 데 주사위 같기도 하고, 초콜릿 같기도 한 물체를 발견했어. 딱딱하고 육면체 모양이었지. 이게 뭘까 만져봤더니 똥 냄새가 나는 거야. 근처에 있던 웜뱃에게 물었더니…. 글쎄…, 자기 똥이라는 거야! 윽! 대체 똥이 왜 이렇게 생긴 거니?
일리 : 웜뱃, 먼저 자기소개 부탁해.
웜뱃 : 안녕? 나는 호주의 귀염둥이 웜뱃이야. 캥거루, 코알라와 함께 호주를 대표하는 동물 중 하나지. 나는 햄스터나 오소리를 닮았어. 실제로 호주사람들은 내가 오소리와 비슷하다고 해서 ‘오소리’라고도 불러. 하지만 내 몸길이는 평균 1m고, 몸무게는 20~35kg으로 오소리보단 덩치가 크단다.
나를 찾고 싶으면 주변에 굴이 있는지 살펴보렴. 나는 두더지처럼 땅굴을 파고 그 안에서 생활하는 걸 좋아하거든. 내 발톱은 길고 튼튼해서 땅을 파기에 아주 유리하지. 하지만 나는 자는 걸 좋아해서 하루에 16시간을 자고 주로 밤에 활동해. 아마 낮에 날 만나긴 어려울 거야.
일리 : 이 주사위 모양 덩어리들이 네 똥이라고?
웜뱃 : 지구상에서 주사위 모양으로 똥을 쌀 수 있는 동물은 우리 웜뱃뿐일 거야. 하룻밤 사이 80~100개 정도 만드니까 원한다면 하나 가지렴.
만져보면 알겠지만, 우리 똥은 아주 딱딱해. 우리는 장이 길어서 음식을 먹으면 2주 동안 소화를 시켜. 사람이 보통 9~15시간 동안 음식물을 소화하는 것에 비하면 매우 긴 시간이지. 이 긴 소화 과정을 거치는 동안 음식물에서 수분과 영양분이 모두 빠져나가 딱딱한 똥이 만들어진단다.
일리 : 딱딱해서 네모 모양으로 만들어지는 거야?
웜뱃 : 딱딱한 것도 도움을 주지만 똥이 주사위 모양인 이유는 우리 ‘장’의 구조 때문이야. 미국 조지아공과대학교 연구팀은 우리가 어떻게 네모난 똥을 만드는지 알아보기 위해 사고를 당한 웜뱃의 장을 해부했어. 그 결과 웜뱃의 장은 딱딱하고 움푹 파인 부분과 부드러운 부분이 반복된단 사실을 알아냈지. 연구팀은 장의 딱딱한 부분에서는 똥의 평평한 면이 만들어지고, 부드러운 부분에서는 모서리가 만들어진다고 추측했단다. 연구팀은 이렇게 완성된 네모난 똥이 딱딱하기 때문에 항문을 통과하면서도 모양이 바뀌지 않고 밖으로 나온다고 분석했지.
일리 : 네모난 똥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니?
웜뱃 : 음, 똥이 네모나면 잘 굴러가지 않기 때문에 천적에게 우리 집을 들키지 않을 수 있어. 그리고 우리는 똥으로 의사소통도 해. 좋아하는 웜뱃에게 내가 여기에 있다는 걸 알려 줄 수도 있단다.
또 우리의 똥 제조비법이 인간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주고 있나 봐. 웜뱃 똥의 비밀을 밝혀낸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패트리샤 양 박사는 “자연에서 이렇게 별난 것은 본 적이 없다”며 “육면체를 만들기 위해 거푸집을 이용하거나 잘라내는 방식 이외에 세 번째 방법을 알게 된 것”이라고 말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