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는 어과동의 귀염둥이 과학 마녀 일리야. 어젯밤 나방 친구 집에 놀러 갔었어. 길을 몰라 초음파로 메시지를 보냈는데 대답이 없는 거야. 그래서 한참 길을 헤맸지. 우여곡절 끝에 만나서 그 이유를 물어봤어. 그랬더니 나방이 뭐랬는지 알아?
일리 : 왜 대답이 없었던 거야?
나방 : 쉿! 미안하지만 조용히 해 줄래? 밤에 활동하는 박쥐가 나를 잡아먹으려고 찾아다니고 있거든. 박쥐는 초음파를 이용해 먹이를 찾아. 코와 입에서 쏜 초음파가 물체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을 이용해 먹이와 장애물의 위치를 파악하지. 그래서 나방들은 약 6500만 년 전부터 박쥐의 수색에 대비해왔어. 박쥐의 초음파를 미리 알아채고 수많은 방어 전략을 발전시켰지. 그중 하나는 최대한 박쥐의 초음파를 흡수하는 거야. 초음파의 반사를 줄여서 박쥐에게 되돌아가지 않도록 말이야.
일리 : 초음파를 흡수한다고?
나방 : 우리 몸에는 털이 나 있어. 이 털이 초음파를 흡수하는 역할을 하지. 영국 브리스톨대학교 생명과학부 토마스 닐 교수는 우리 나방의 일종인 ‘캐비지트리황제나방’과 ‘나비’의 초음파 흡수량을 비교했어. 초음파를 확성기로 내보낸 뒤 돌아오는 초음파를 비교한 결과, 나방은 최대 85%, 나비는 20%의 초음파를 흡수했지. 연구진은 우리 몸에 난 털의 구조가 방음재에 사용되는 섬유의 구조와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했어. 나방의 털에는 아주 작은 구멍이 매우 많아. 초음파는 털 속 구멍을 이동하면서 열에너지로 바뀌고 밖으로 반사되는 에너지의 양이 줄어들지.
일리 : 또 다른 방어 전략이 있니?
나방 : 응. 우리 나방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박쥐의 수색을 피해. 예를 들어 ‘긴꼬리산누에나방’과 ‘옥색긴꼬리산누에나방’은 긴 꼬리를 이용한단다. 꼬리를 팔랑거리면서 박쥐의 초음파를 교란하는 식이지. 또 불나방과 나방들이나 박각시과 나방들은 직접 초음파를 쏘기도 해. 그러면 박쥐가 쏜 초음파와 나방이 쏜 초음파가 합쳐져 박쥐들은 나방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게 된단다. 또, 박각시 나방은 시속 50km 빨리 날 수 있어. 또 갑자기 비행경로를 바꾸거나 공중제비도 해. 박쥐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서야.
일리 : 박쥐 말고 다른 포식자를 피하는 전략도 있니?
나방 : 나방은 대부분 독이 없어서 포식자들이 좋아해. 그래서 우리는 낮에도 위험하단다. 새들이 우리를 노리기 때문이야. 우리는 ‘위장’이나 ‘정지’의 방법으로 시력이 좋은 새들을 피한단다. 위장은 몸의 색을 주변 환경과 비슷하게 해 숨는 기술이야. 나방은 갈색이나 회색 등 칙칙한 색이 많아. 나무줄기 같은 곳에 몸을 숨기기 위해서지. 또, ‘정지’는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거야. 시력으로 먹이를 잡는 포식자들은 움직이는 먹잇감을 훨씬 쉽게 알아내거든. 그래서 나방들은 몸과 색이 비슷한 장소에 가만히 앉아 있단다. 포식자들에게는 비밀로 해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