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안녕! 나는 지난 여름에 새 친구가 된 ‘첨서’의 집에 놀러왔어. 그동안 먹이 찾느라 바쁘다며 나를 만나 주지 않는 바람에 추운 겨울이 다 되어서야 다시 보게 됐지. 그런데 오랜만에 봐서 그런가? 첨서가 조금 작아진 것 같은데…. 내 기분 탓일까?
알리: 안녕! 자기소개를 부탁해!
첨서: 안녕하세요. 저는 ‘첨서’라고 해요. ‘땃쥐과’에 속하는 동물로, 생김새가 쥐와 비슷하지만 설치류는 아니에요. 두더지나 고슴도치와 더 가깝지요. 우리는 북유럽에서 가장 흔한 포유류 중 하나랍니다.
첨서는 대부분 쥐보다 작은 크기로, 몸길이는 5~7cm정도예요. 몸무게도 10g으로 매우 가벼워요. 몸 전체는 짙은 색깔의 털로 덮여 있답니다.
우리는 주로 벌레들을 잡아먹는데, 매우 활발히 움직이기 때문에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쉴 새 없이 먹이를 찾아요. 두세 시간만 먹이를 먹지 못해도 굶어 죽을 정도랍니다.
알리: 그럼 춥고 먹이를 찾기 어려운 겨울엔 어떡해?
첨서: 너구리나 곰, 오소리 등의 동물들은 겨울이 되면 겨울잠을 자요. 하지만 첨서는 크기가 매우 작아서 지방을 축적하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다른 동물들처럼 겨울잠을 잘 수 없지요. 대신 우리는 다른 전략을 쓴답니다.
최근 독일 막스플랑크조류학연구소 연구팀은 100마리의 야생 첨서를 잡아 작은 크기의 마이크로칩을 붙였어요. 그리고 다시 야생에 풀어 준 뒤, 여름부터 겨울까지 정기적으로 잡아서 X선 촬영을 했어요. 또 무게를 재고 각 수치를 비교했지요.
알리: 그래서 어떤 결과가 나왔어?
첨서: 연구팀의 분석 결과, 모든 첨서들이 겨울에는 작아지고 봄에는 커졌어요. 겨울에는 몸무게가 17.6% 줄었는데, 봄에는 83.4%나 늘었지요. 두개골의 크기도 겨울에는 15~20% 줄어든 반면, 봄에는 9%까지 늘어났어요.
이뿐만 아니라 척추, 심장과 폐 등 주요 기관들의 크기도 변했답니다. 즉, 첨서는 추운 겨울에 먹이가 부족한 상황에서 몸집을 줄여서 살아남는 방법을 택한거예요.
연구를 이끈 하비에르 라자로 연구원은 “겨울 동안 몸집을 줄이면 그만큼 먹이를 많이 먹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생존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며, “특히 뇌에 필요한 에너지가 가장 많은데, 뇌의 크기를 줄이면 에너지를 많이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어요.
알리: 너희처럼 겨울을 나는 다른 동물도 있을까?
첨서: 연구팀은 후속 연구를 통해 족제비 중 일부가 겨울에 뇌의 크기를 줄인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족제비도 우리처럼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몸집이 작아 겨울잠을 잘 수 없거든요.
라자르 연구원은 “우리의 생각보다 이런 전략을 쓰는 동물들이 더 많을 수도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