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개구리가 추운 경칩에 깨어나는 이유는?

동물행동학자가 들려주는 동물은 왜?


 
3월 6일은 경칩이에요. 경칩은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시기로, 동지로부터 74일째 되는 날이지요. 하지만 3월 초는 아직 추위가 한창이에요. 밤에는 영하로 기온이 떨어지고, 높은 산 곳곳에는 아직 흰 눈이 쌓여 있지요. 놀랍게도 이렇게 추운 경칩에 북방산개구리, 계곡산개구리, 한국산개구리 등 산개구리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나요. 산개구리들은 왜 추운 경칩에 깨어나는 걸까요?

포식과 경쟁을 피할 수 있는 생존전략


참개구리나 청개구리 같은 개구리들은 따뜻한 4월이 돼서야 겨울잠에서 깨요. 반면 북방산개구리, 계곡산개구리, 한국산개구리 등 우리나라의 산개구리들은 그보다 한 달 이상 이른 경칩 무렵에 깨어나지요.

그런데 경칩 즈음에 개구리가 산란하려면 많은 어려움이 있어요. 먼저 꽃샘추위가 산란지에 몰아닥치면 알이 얼어 죽을 수 있어요. 또 경칩 즈음에는 온도가 낮아서 올챙이들이 먹을 만한 먹이가 별로 없지요. 그래서 경칩에 깨어난 개구리들은 동족을 잡아먹는 ‘동족포식’ 습성이 있어요. 알은 대부분 낳은 순서대로 올챙이가 되기 때문에, 나중에 산란한 개체의 알은 먼저 깨어난 올챙이에게 잡아먹히기 일쑤지요. 이 때문에 경칩에 깨어나는 개구리는 동족포식을 피하기 위해 불과 1주일 사이에 폭발적으로 산란을 해요. 청개구리가 두세 달에 걸쳐 번식하는 것과 비교하면 아주 짧은 기간이에요.

물론 경칩 즈음에 산란을 하면 장점도 있어요. 개구리에게 가장 위험한 포식자인 뱀도 경칩에는 아직 겨울잠을 자고 있거든요. 또 다른 포식자인 여름 철새도 아직 우리나라에 이주해 오기 전이지요. 물론 텃새는 추운 겨울에도 활동하기 때문에 언제든 개구리를 잡아먹을 수 있어요. 하지만 경칩 즈음에는 거의 모든 텃새들이 본격적으로 번식활동을 하기 전이라 사냥을 활발하게 하지 않아요. 포식자가 드물어서 산개구리가 낮에 노래를 부르기도 해요. 물론 참개구리나 청개구리 등과 경쟁하는 것도 피할 수 있고요.

산개구리가 경칩 즈음에 깨어나는 이유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어요. 다만 포식과 경쟁을 피할 수 있는 생존전략이라 짐작할 수 있어요.

어디에 알을 낳아야 할까?

경칩에 늦장부리지 않고 일찍 깨어나는 일만큼 중요한 일이 알을 낳는 위치를 정하는 거예요. 북방산개구리는 겨울 동안 쌓인 눈이 녹아서 고인 옹달샘이나 연못, 습지 등에 알을 낳아요. 모두 알에서 깨어난 올챙이들이 마음껏 헤엄칠 수 있는 물가예요. 이 중에서도 크기나 깊이, 포식자의 유무, 물이 마를 가능성 등을 모두 따지고 비교한 뒤에 알의 생존율이 가장 높은 습지를 선택한답니다.

그렇다면 다양한 습지 중에서도 개구리가 선호하는 산란지는 어디일까요? 이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경기도 성남시 야탑동에 있는 맹산에서 북방산개구리가 좋아하는 산란지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어요. 맹산에는 크기와 깊이, 수초의 정도 등 환경이 다양한 습지가 수십 개 있거든요.

조사 결과, 북방산개구리가 산란장소로 선호하는 습지는 평균적으로 넓이 40㎡에, 깊이가 13cm 정도였어요. 이보다 좁거나 얕은 습지에는 알을 잘 낳지 않았지요. 이런 습지는 꽃샘추위가 와도 얼어붙을 확률이 낮고, 새와 같은 포식자로부터 올챙이가 숨을 장소가 많아요. 암컷 개구리는 본능적으로 추위와 포식자로부터 자손을 보호할 수 있는 습지를 택한 거예요.

그렇다면 경칩에 깨지 못하고 늦게 겨울잠에서 깬 개구리들은 어디에 산란할까요? 늦게 겨울잠에서 깨어난 암컷은 산란장소를 정하는 데 더 많은 어려움이 있어요. 알을 낳기에 완벽한 조건을 갖춘 습지에 알을 낳으면 일찍 산란한 다른 올챙이들의 먹이가 될 수 있거든요. 그렇다고 아무도 알을 낳지 않은 습지에 알을 낳으면 포식자에게 잡아먹힐 수도 있지요. 두 곳 모두 위험요소가 뚜렷하게 있어요. 하지만 어찌됐건 산란을 해야 하니 그 중에서도 안전한 곳을 찾아야 하지요.

북방산개구리를 관찰한 결과, 늦게 산란하는 개체 대부분이 다른 개체가 선호하지 않는 습지에 산란했어요. 당장의 위협요인인 동족포식을 피하기 위한 속셈이지요. 하지만 이런 곳에는 물에 사는 식물이 거의 없어 숨을 장소가 없어요. 결국 포식자의 눈에 쉽게 띄어 잡아먹히기 일쑤랍니다.

봄은 개구리의 노래와 함께 시작된다!

앞서 말했듯이 암컷 북방산개구리의 산란 기간은 1주일 정도로 아주 짧아요. 그 결과 옹달샘에는 엄청나게 많은 수의 암컷 개구리들이 모여들지요.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폭발적으로 번식하는 개구리들은 수컷들끼리 격렬한 싸움을 벌여야 해요. 암컷이 좋아하는 산란 장소를 먼저 확보하기 위해서지요.

수컷들은 암컷이 산란하러 오는 장소를 먼저 차지한 뒤, 접근하는 다른 수컷을 밀어내기 위해 몸싸움을 해요. 또 노래를 해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영역을 알리기도 하지요. 그리고 보통 산란하는 암컷 한 마리에 수컷 여러 마리가 달려들어 경쟁을 해요. 만약 여러 마리의 수컷이 동시에 암컷의 등에 올라가 짝짓기를 할 경우에는 암컷 바로 위에 있는 수컷이 가장 유리하지요.

이에 비해 참개구리, 청개구리와 같이 번식 기간이 길면 수컷끼리의 물리적인 싸움이 흔하게 일어나지 않아요. 물론 수컷끼리 노래하는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지만 매번 싸움으로 이어지지는 않지요. 아무리 번식 기간이라고 해도 그 기간이 워낙 길기 때문에 암컷이 나타날 확률이 그만큼 적기 때문에요. 수컷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적은 확률을 위해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는 자리 싸움을 매번 할 필요가 없는 거죠.

이제 곧 산개구리들이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경칩이 와요. 경칩이 되면 애타게 암컷을 부르는 수컷 개구리의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이 노래는 봄을 알리는 소리이기도 하지요. 개구리들의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따뜻하고 아름다운 봄을 맞이해 보세요.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15년 05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장이권 교수
  • 사진

    포토파크닷컴, 위키피디아 외

🎓️ 진로 추천

  • 생명과학·생명공학
  • 환경학·환경공학
  • 도시·지역·지리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