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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는 아주 많은 형제자매가 있어~. 검은 흙에 덮여서 몸집을 열심히 불릴 때마다 우린 서로 장래희망을 이야기하지. 몸집이 작고 동그랬던 감자는 인간의 휴게소에서 파는 통감자구이가 되고 싶다고 했고, 엄청난 덩치를 자랑하던 감자는 세계에서 가장 긴 프렌치프라이(감자튀김)가 될 거라고 했단다. 그럼 내 꿈은 뭐냐고? 나는 유행을 아는 신세대 감자니까 요즘 가장 ‘핫’하다는 ‘감자칩’이 될 거야!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감자칩이 되기 위한 여행, 함께 떠날래?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더 얇게!

“요즘 ‘핫’하다는 감자칩, 제가 한번 돼 보겠습니다!”
내 꿈을 들었던 감자 친구들은 굉장히 걱정했어. 그저 유행한다고 근본도 없는 감자 요리가 되면 어떡하냐고 말이야. 하지만 감자칩은 아주 까다로운 인간들에게조차 극찬을 받은 요리라구!


1853년 미국 뉴욕 주 사라토가 시에 있는 한 음식점. 요리사 ‘조지 크럼’은 까칠한 손님의 주문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감자 요리를 주문한 손님이 감자를 얇게 썰어 달라고 했던 것. 크럼은 요구대로 얇게 썬 감자 요리를 내놨지만, 그때마다 손님은 감자가 두껍다며 항의했다. 결국 크럼은 될대로 되란 기분으로 자신이 썰 수 있는 두께 중 가장 얇게 감자를 썬 뒤, 기름에 튀겨 소금을 곁들여 내놨다. 그런데 놀랍게도 손님은 크럼의 ‘될 대로 되라 감자 요리’를 매우 만족해 했다. 훗날 이 요리는 ‘감자칩’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졌다.

세월이 흐르면서 감자칩은 조금씩 발전했고, 1910년에는 처음으로 지금 먹는 감자칩과 비슷한 형태인 ‘봉지 감자칩’이 등장했다. 여러 가지 양념이 가미된 양념 감자칩은 1950년대에 들어서야 비로소 등장했다. 그리고 대망의 2014년, ‘감자칩은 짜다’는 고정관념을 날려버리고 벌꿀로 양념한 감자칩이 등장해 큰 인기를 끌었다.

1853년 감자칩 탄생

1910년 ‘봉지’ 감자칩 등장

감자칩은 본래 음식점에서 즉석에서 조리하는 요리였다. 지금처럼 마트에서 파는 봉지 감자칩은 처음 감자칩이 등장하고 수십 년도 더 지난 1910년에야 등장했다. ‘마이크-셀 감자칩 회사’라는 작은 회사에서 왁스로 코팅한 종이봉투에 감자칩을 담아 판 것이다. 다만 이 봉지 감자칩은 순수하게 감자를 튀겼을 뿐 소금을 치거나 양념을 뿌리지 않았다.

1940년대 감자칩 대유행
감자칩이 유행을 하게 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군수 물자로 납품되면서부터다. 감자칩은 기름에 튀기는 고열량 식품이라 군인에게 알맞은 간식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봉지 안쪽에 감자칩 공장에서 일하는 아가씨들이 전장의 군인에게 보내는 편지가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군인들 사이에서 더욱 인기를 끌었다.

1950년대 새로운 양념의 등장
소금으로 간을 맞춘 ‘기본 감자칩’은 1920년에 등장했지만, 양파, 바비큐처럼 다양한 맛을 가진 양념 감자칩은 1950년대에 처음으로 나왔다. 아일랜드의 감자칩 회사에서 시작했는데, 처음 개발한 맛은 치즈&양파, 바비큐, 소금&비네거(포도주로 만드는 소스의 일종)라는 3가지 맛이었다.

2014년 달콤한 감자칩 등장

감자도 몰랐던 감자칩의 과학

그러니까 요즘 ‘대세’는 꿀과 버터를 바른 감자칩이로군! 좋아! 나도 꿀과 버터로 전신팩을 해서 인기있는 감자칩이 돼야겠어. 그런데 잠깐, 아무 감자나 감자칩이 되는 건 아니라는데? 대체 어떻게 해야 감자칩이 될 수 있는 거지?


감자도 감자 나름

감자는 가지과에 속하는 식물로 덩이줄기에 영양분이 쌓여 만들어지는 작물이다. 녹말과 단백질 함량이 높은 데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 쌀 대신 주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

감자는 색이나 크기에 따라 다른 감자를 사용하는데, 그 종류가 무려 5000종이 넘는다. 이중 감자칩에 사용하는 감자는 주로 ‘대서’다. 외국에서 수입한 냉동 감자튀김은 ‘러셋’ 종을 사용하며, 우리나라에서 식용으로 먹는 감자 대부분은 ‘수미’ 종이다. 국내의 한 과자 회사에서는 4년 전 이 ‘수미’ 감자로 감자칩을 만들어 지금까지 인기를 끌고 있다.

단맛과 색깔의 미묘한 경계

밀가루를 반죽한 뒤 튀기는 다른 과자와 달리, 감자칩은 생감자를 그대로 썰어서 만드는 과자다. 감자칩을 만드는 과정은 이 생감자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시작한다. 막 수확한 감자를 바로 조리하면 퍽퍽하기만 할 뿐 맛이 없다. 수확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감자에 들어 있는 다당류인 전분이 포도당같은 단당으로 변하면서 감자가 달게 변한다.

그런데 이런 당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문제가 생긴다. 당 비율이 2%가 넘어가면 감자칩은 노란색이 아니라 갈색이 된다. 아미노산과 당이 열을 받으면 갈색 물질인 멜라노이딘을 만드는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감자칩을 맛있게 만드는 당과 노릇노릇 맛있게 보이는 전분 사이에서 적당한 비율을 찾아 감자칩을 만드는 것이 핵심인 셈이다.

두께 1.6mm의 비밀

감자를 잘 숙성 시켰으면 다음은 적당한 두께로 썰어야 한다. 크럼에게 ‘더 얇게!’라고 주문했던 손님처럼 완벽한 감자칩을 위한 두께를 고민해 보자. 정답은 이미 나와 있다. 시중에 돌아다니는 감자칩 조리법에는 1.6mm로 썰라고 되어 있는데, 봉지 감자칩은 대략 1.2~1.4mm로 썬다.

이 두께는 많은 사람들이 경험을 통해 찾아낸 숫자다. 이보다 얇으면 튀길 때 감자가 기름을 너무 많이 흡수하고, 이보다 두꺼우면 감자칩 속에 수분이 남아 눅눅한 감자칩이 된다.
 

고온으로 튀기지 않는 것이 숙제

2002년, 스웨덴에서 터널 공사에 참여한 노동자에게 감각이 사라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신경계 이상 질병이 나타난 것으로, 이때 원인으로 지목된 물질이 ‘아크릴아마이드’다. 아크릴아마이드는 발암물질로, 식품의약안전처에서는 2006년부터 아크릴아마이드 저감화 권고치(1ppm★)를 지정했다.

그런데 아크릴아마이드는 감자에 많이 들어 있는 아스파라긴이나 당이 변해서 만들어진다. 특히 감자를 170℃가 넘는 고온에서 조리할 때 생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조리하는 온도 수준(100~120℃)에서는 아크릴아마이드가 생기지 않으므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

봉지 감자칩에서도 대부분 ppm 단위보다 1000배나 적은 ppb 단위로 검출된다. 전문가들은 감자칩을 먹을 때 아크릴아마이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걱정하기보다는, 오히려 고열량 간식을 먹어서 생기는 성인병을 걱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ppm★ 1ppm은 1kg에 1mg이 들어 있다는 의미다.

감자칩이 만들어지기까지

➊ 감자칩이 될 적절한 크기의 감자를 고른다.
➋ 감자를 얇게 썬 뒤, 남아있는 불순물을 씻어낸다.
➌ 노릇노릇, 기름에 튀긴다.
➍ 소금이나 양파맛, 바비큐맛 등 각종 양념을 뿌리고 버무리면 감자칩 완성!

개성넘치는 각양각색 감자칩

좋았어. 이제 노릇노릇한 칩이 되는 것까지는 문제 없어! 이제 적절한 양념을 뿌리면 완벽한 감자칩이 될 수 있을 거야. 그런데 잠깐, 저기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감자칩이 되고 싶은 경쟁자들이 보이잖아? 누가 뭐래도 최고는 나라구~!

감자튀김과 감자칩을 동시에! 회오리감자


감자칩이 바삭해서 질린다면 길거리 음식으로 인기높은 회오리 감자에 도전하자. 회오리 감자는 나선 모양 특수칼을 이용해 감자를 얇게 회오리 모양으로 썬 뒤, 나무 젓가락에 꽂아 기름에 튀겨 여러 가지 양념을 뿌려먹는 음식이다. 3~4mm 정도로 썰어 일반 감자칩보다는 두껍기 때문에 감자칩만큼 바삭하지는 않다. 그러나 감자튀김과 감자칩을 동시에 느끼고 싶을 때 강추!

감자의 강력한 대항마, 자연스런 단맛이 일품 고구마칩

고구마는 감자와 마찬가지로 전분이 주성분인 작물이다. 수분 함유량도 다양하기 때문에 적당한 고구마를 이용한다면 감자와 마찬가지로 얇고 맛있는 칩을 만들 수 있다.

다만 고구마 수분 함유량은 품종보다 자란 환경과 보관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오래 저장할수록 전분이 당으로 변하는 비율이 높아, 일정한 품질을 유지해야 하는 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들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맛있는 양념을 찾아라 허니버터칩

고소하고 감칠맛 나는 감자칩의 마지막은 ‘양념’이다. 소금은 어딘가 밍숭맹숭한 감자칩을 보완한다. 그래서 소금 양념을 기본으로 수많은 감자칩이 만들어졌다. 여기에 양파나 치즈, 바비큐 맛은 어떤 회사에서 만들어도 맛을 보장하는 성공 아이템이다.

그런데 2014년 등장한 허니버터칩은 짭짤한 감자칩 대신 달콤한 감자칩이라는 ‘발상의 전환’으로 승부를 걸었다. 출시된 지 세 달만에 850만 개나 팔릴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지금도 구하기 힘들 정도로 잘 팔리는 감자칩이다.

그렇다고 다른 감자칩보다 덜 짠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강렬한 맛을 위해 나트륨과 당 함량을 더 높였다. 이전까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나가던 감자칩과 비교했을 때 당은 물론 지방과 나트륨이 더 많다. 물론 구할 수 있어야 주의할 수도 있겠지만.
 

컴퓨터가 만든 성형 미인 프링글스

감자를 통으로 써는 생감자칩과 달리 프링글스는 감자를 으깨 반죽한 뒤 모양을 만드는 성형감자칩이다. 프링글스 특유의 곡선은 첨단 기술의 상징인 슈퍼컴퓨터가 만들었다. 과자를 만드는 과정에서 다 만들어진 과자가 이동할 때 자꾸 기계를 벗어나는 일이 벌어지자, 주변의 공기흐름을 슈퍼컴퓨터로 분석해 잘 튕겨 날아가지 않는 모양을 찾아낸 것이다. 거기에 질소 포장을 하지 않아도 용기 속에서 잘 부서지지 않도록 모양을 만들었다.
 

맛있는 양념까지 다했더니, 드디어 내가 세계 최고의 감자칩이 됐어! 근데 이게 뭐야! 기껏 완전 멋진 감자칩이 됐더니 인간들은 날 귀하게 대할 생각은 안 하고 다 달려들어 먹으려고만 하잖아! 먹히고 싶지는 않아. 살려 줘어~!

 

2015년 02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오가희 기자
  • 도움

    이성희, 김성무 외 4인, 김진만 외 7인, 위키미디어, 포토파크닷컴
  • 사진

    이성희, 김성무 외 4인, 김진만 외 7인, 위키미디어, 포토파크닷컴
  • 이예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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