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10월 x일 한밤중. 텅 빈‘어린이과학동아’편집부에 Y기자가 혼자 머리를 쥐어 뜯고 있었어요.‘올백사이언스’에 낼 좋은 문제가 떠오르지 않아서였지요. 창문에 부딪치는 바람 소리에 무서워진 Y기자가‘이제 그만 갈까’하고 생각하던 순간 머리에 번쩍 떠오른 생각!
“그래! 명예기자들에게 문제를 보내 달라고 하자!”
연락을 받은 5명의 명예기자들은 하나같이 멜라민과 관련된 문제를 보내 왔어요. 역시 요즘 우리 친구들의 큰 관심사로군요! 하지만 이런! 자세히 보니 잘못 알고 있는 내용이 많네요. 어린이들과 밀접한 문제인 만큼 아무래도‘어린이과학동아’에서 나서야겠죠? Y기자가 멜라민에 관해 알아봤습니다.

 

제 OO회 올백사이언스 문제

10. ‘어린이과학동아’명예기자들이 식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맞는 말을 하는 명예기자를 고르세요.

❶ 일부 분유에서 나온 멜라민은 최근 새로 개발한 식품 재료야. - 권수민 기자(구성초 3)
❷ 이번 사건 전에는 사람은 물론 동물에게 도 전혀 먹여 본 적 없는 물질이지. - 이승원 기자(봄내초 3)
❸ 분유에 멜라민을 넣은 것은 멜라민에 단백질이 풍부하기 때문이야. - 이윤복 기자(산성초 4)
❹ ‘식물성 커피 크림’은 식물성 성분만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분유를 넣은 것부터가 불법이야. - 강서영 기자(지곡초 5)
❺ 멜라민은 독성이 아주 강해서 조금만 먹어도 바로 피해를 입게 돼. - 최윤영 기자(장원초 5)

멜라민 사건 일지

2007년 12월 중국 북서쪽 간쑤성에서 처음으로 요로 결석 증세를 보이는 아기들 발견.
2008년 9월 중국에서 요로 결석과 신장 질환으로 아기 4명이 죽고 1만 명 이상이 입원.
2008년 9월 22일 중국 정부, 일부 분유 회사가 제품에 멜라민을 넣었다는 사실 처음으로 확인.
2008년 9월 24일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과자 2종류에서 처음으로 멜라민 발견.
9월 26일 추가로 커피용 식물성 크림에서도 발견.
9월 27일 과자 1건 추가 발견.
9월 30일 수입 과자 등 과자 2건 추가 발견.
10월 1일 뉴질랜드산 수입 분유에서도 멜라민 발견.
10월 2일 중국산 채소에서도 멜라민 발견.
10월 4일 다국적 기업 및 국내 기업 과자 4건 추가 발견.
10월 7일 식품의약품안전청, 열을 가한 식기에서도 멜라민 녹아나온다는 연구 결과 발표.
 



보기❶
권수민 기자

‘멜라민’이 궁금해!

멜라민은 올해 분유와 과자에서 발견되기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잘 알려진 물질은 아니었어요. 먹을 것에 넣었다니 새로 나온 식품첨가물 같기도 한데…. 도대체 멜라민은 어떤 물질이죠?


멜라민은 화학 물질!

멜라민은 비료로 쓰이는‘요소’라는 물질을 가열해서 만든 화학 물질이에요. 눈으로 보면 하얀 가루라 꼭 밀가루처럼 보이지요. 물에 넣어도 거의 녹지 않고 350℃ 이상의 높은 열이 아니면 액체로 변하지도 않아요.

멜라민의 나이는 175살?

멜라민은 1834년 독일의 화학자 유스투스 폰 리이비히가 처음 만들었어요. 사람 나이로 따지면 벌써 175살이나 된 할아버지 화합물이지요. 최초의 인공 유기화합물인 요소가 처음 만들어진 게 1828년이니, 멜라민은 가장 오래된 화합물 중 하나예요.

멜라민은 화장의 천재!

멜라민에 ‘포름알데히드’라는 물질을 넣은 뒤 굳힌 ‘멜라민 수지’는 주로 그릇과 국자와 같은 주방 용기를 만들 때 쓰여요. 알록달록한 색을 낼 수 있는데다 가볍고 튼튼하기 때문에 인기가 많지요. ‘어린이과학동아’친구들의 집에서도 쉽게 볼 수 있을 거예요.

"멜라민은 공업용 재료인데다가 아주 오래된 물질이에요. 그러니까 새로운 식품 재료라고 한 번 보기는 잘못된 말이네요."

보기❷
이승원 기자

멜라민의 전과를 조사하다!

접시를 만들던 화학물질을 식품에 넣다니! 멜라민을 먹을 것에 넣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분명해요! …그런데, 이건 뭐죠? 헉! 멜라민을 동물이 먹은 적이 있다고요? 이런,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군요!


1958년 소 사료 특허

멜라민을 동물용 사료로 쓰기 위해 개발한 사례가 있어요. 미국의 로버트 콜비가 소에게 주는 질소 영양제로 개발해 미국에서 특허까지 받았거든요. 하지만 다른 영양제에 비해 효과가 낮아 거의 이용되지 않았어요. 큰 피해를 겪은 지금은 멜라민을 동물에게 준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지만, 50년 전만 해도 영양 만점의 사료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2007년 애완 동물 사료 사건

한동안 이용되지 않던 멜라민 사료가 실제로 판매된 일이 있었어요. 2007년 3월, 미국에서는 일부 회사가 만든 사료를 먹은 애완 동물들이 신
장병이나 요로 결석으로 죽는 사태가 발생했어요. 미국의 식품의약국(FDA)이 조사해 보니 사료의 원료인 중국산 곡물 단백질에서 멜라민이 나왔지요. 이 사건을 통해 실험으로만 알려져 온 멜라민의 독성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었어요.

"그러니까 동물도 먹은 일이 없다는 번 보기는 잘못된 말이에요. 많은 동물들이 이미 멜라민을 먹었으니까요."

보기❸
이윤복 기자

어떻게 해서 식품에 들어갔지?

흠…, 수민이와 승원이의 질문에 대한 답을 들으니 멜라민에 대해서는 조금 알 것같아요. 하지만 아직도 궁금증이 풀리지는 않았어요. 동물도 먹어서는 안 되는 물질을 왜 분유에 넣었을까요?


멜라민이 분유에 들어가게 된 것은 분유의 단백질 성분을 속이기 위해서였어요. 분유의 원료인 우유가 비싸서 대신 싼 멜라민을 넣은 거죠.
하지만 멜라민에 단백질이 포함돼 있는 것은 아니에요. 비밀은 멜라민에 가득 들어 있는 질소 성분이지요.
 

❶ 분유를 만들 때 우유를 적게 넣고 대신 물과 멜라민을 넣어요. 완성된 분유에는 우유가 아주 조금밖에 없지요.
❷ 분유가 정상인지 검사하기 위해 단백질 양을 측정해요.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많이 쓰이는‘켈달 단백질 검사법’은 단백질 자체가 아니라 단백질 안에 있는 질소 성분만 검사하지요. 질소의 양에 6.25를 곱한 값을 단백질의 양으로 계산해요.
❸ 질소가 많은 분유는 단백질이 많다고 잘 못 측정돼요. 멜라민은 질소 성분이 전체의 67%를 차지할 만큼 많기 때문에 우유가 없어도 단백질 양이 높게 나와 검사를 통과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분유 검사를 할 때 우유 단백질에 있는 질소와 멜라민의 질소를 구분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했다고 할 수 있지요.

"멜라민에는 단백질 성분이 없어요. 다만 질소가 많을 뿐이지요. 보기 ❸은잘못된 말이군요."

보기❹
강서영 기자

쌀과자에 분유가 들어간 이유는?

멜라민이 왜 분유에 들어갔는지는 알 것 같아요. 그런데 분유에 들어간 멜라민이 우유와는 전혀 관계 없어 보이는 쌀과자와 초콜릿, 심지어 식물성 커피 크림에서도 발견됐어요. 왜 그럴까요?


‘식품’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복잡해요. 예를 들어‘딸기 맛 우유’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유에 딸기 즙만 넣어서는 안 돼요. 소비자가 딸기 맛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여러 다른 성분들을 더해야 한답니다. 때로는 아예 딸기가 들어가지 않아도 다른 성분만으로 딸기 맛을 낼 수 있어요.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아이스밀크?

아이스크림에 들어가는 우유는 고급 재료이기 때문에 비싸요. 그래서 우유 대신 값 싼 식물성 성분을 대신 넣기도 해요. 물론 식물성 성분을 넣는다고 건강에 해롭지는 않아요. 맛이 약간 달라지고 가격이 싸질 뿐이지요. 이것을 ‘아이스밀크’라고 하는데, 이 덕분에 우리는 보다 저렴
한 값으로 아이스크림의 맛을 즐길 수 있어요. 이렇게 우리가 아는 식품 중에는 가격을 낮추거나 맛을 내기 위해 다른 재료가 들어 있는 경우가 많아요. 식물성 크림에 분유가 들어간 것도 같은 이유랍니다.

"그러니까 식물성 크림을 만들 때 분유가 들어갔다는 건 불법이 아니에요. ❹번 보기도 잘못된 말이에요"

보기❺
최윤영 기자

멜라민 사태, 이렇게 대처하자!

멜라민이 들어 있을 수 있다니 과자나 분유를 먹을 때 조심해야 할 것 같아요. 멜라민이 위험한 물질이라는 사실이 다 밝혀졌잖아요? 그러니 조금만 먹어도 몸에 바로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까요?


멜라민이 동물의 몸에 해롭다는 사실은 1960년대부터 이루어진 여러가지 실험을 통해 밝혀졌어요. 주로 쥐를 이용한 실험이었는데 중국에서 만든 분유와 비슷한 농도의 멜라민을 수십 주 동안 계속 먹인 쥐들에게서 신장병과 요로 결석이 발생했거든요. 멜라민과 그 변형물‘시아누르산’이 신장 속에서 서로 엉겨 딱딱한 결정을 이루기 때문이에요.
멜라민은 분명 먹어서는 안 되는 물질이에요.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청도 멜라민은 식품 안에서 발견돼서는 안 되는 물질로 분류하고 있지요. 하지만 생각만큼 위험한 독성 물질은 아니에요. 멜라민이 신체의 다른 기관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는 아직 없고, 심지어 국제암연구소는 1998년 멜라민이 암과는 거의 무관하다고 발표하기도 했으니까요. 멜라민은 물에도, 기름에도 녹지 않아 몸에 축적되지 않고, 먹은 뒤 24시간 내에 대부분 빠져나가요.

벌써 먹었는데 괜찮을까?

이번에 과자에서 발견된 멜라민의 농도는 1~271ppm까지 다양했어요. 전문가들은 유럽식품안전청의 기준을 들어서, 가장 수치가 높은 271ppm이 나온 과자도 몸무게 30㎏인 어린이가 한꺼번에 12개씩 오랜 기간 먹지 않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어요.

"멜라민이 몇 ppm 들어간 과자를 조금 먹었다고 바로 문제가 일어나지는 않아요. 그러니 번 보기는 잘못이지요. 하지만 해로운 물질은 분명하니 꼭 주의하세요!"

깜짝 공개! 멜라민은어떻게검사할까?

멜라민이 들어 있을지 모르는 식품 수백 종류를 검사하고 있다고 해요. 전문가들은 멜라민이 특별히 검사하기 어려운 물질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어요. 준비까지다 해서 20분 정도면 검사 결과를 알 수 있지요. ‘크로마토그래피’라고 불리는 기기를 이용하는 것이 그 핵심! 그럼 검사 절차를 한 번 볼까요?
 

❶ 검사할 식품을 0.5㎜이하로 잘게 자른다.
❷ 검사할 식품 1~2g을 물과‘아세토니트릴’을 반씩 섞은 용액에 넣어 새끼손가락만 한 작은 용기(바이알)에 담는다.
❸ 용액을 여과한 다음‘크로마토그래피’의 긴 관(칼럼)에 넣어 천천히 이동시켜 물질을 분리한다.
❹ 10분간 분석한 뒤 그래프로 나타나는 결과를 확인한다.

멜라민에 관한 글을 마치며 Y기자는 취재 때 만났던 식품공학과 교수님의 말씀을 떠올렸어요. “모든 물질은 그 자체로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아요. 적절한 곳에 적절한 농도로 들어가면 좋은 물질이지만 반대가 되면 나쁜 물질이 되는 거랍니다.”
이처럼 쓰이기에 따라서 유용한 화학물질이기도 한 멜라민. 하지만 분명 식품에 들어가서는 안 되는 물질이지요. 이번처럼 분유를 먹을 수밖에 없는 아기들과 과자를 좋아하는 어린이들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으니까요. 이런 때일수록 정확하고 과학적인 판단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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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0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윤신영 기자
  • 도움

    권훈정 교수
  • 도움

    김형섭 연구사
  • 도움

    이재환 교수
  • 도움

    장재권 교수
  • 사진

    남연정
  •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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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윤영
  •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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