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미세먼지의 주범이 중국이라는 주장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지적한다. 배귀남 미세먼지 국가전략프로젝트 사업단장은 “중국발 미세먼지는 수km 고도에서 계절 편서풍을 타고 한반도로 날아오는데, 이 중 일부가 지표면 근처 대기와 섞여 국내 미세먼지 농도를 증가시킨다”면서 “대기가 정체됐을 경우 특히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대기가 섞이는 고도(대기 혼합고도)는 대개 0.3~2km다. 배 단장은 “국내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이 바람에 의해 확산되지 못할 때 미세먼지 농도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은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1월 14~18일 5일 동안 도시대기측정소와 관악산에 있는 도시배경측정소에서 서울 시내 미세먼지 농도 추이를 조사했다. 이 시기는 미세먼지 농도 등급이 ‘매우 나쁨’으로, 서울시가 ‘출퇴근 대중교통 무료 정책’을 시행했던 때다.
조사 결과 1월 18일 오전 9시경 서울 동작구는 약 82μm/m3, 관악구는 약 71μm/m3로 측정됐다. 서울 시내 연간 평균(70μm/m3)과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이보다 고도가 높은 관악산에서는 약 39μm/m3로 훨씬 맑았다.
이 기간에는 한파를 몰고 온 대륙성 고기압이 약화되면서 비교적 따뜻한 편서풍을 타고 온 중국발 기류가 한반도 바깥으로 밀려나지 못하고 상공에 머무르는 정체 현상을 나타냈다. 당시 중국 청도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약 137μm/m3으로 관측됐다. 만약 중국발 미세먼지가 국내 대기에 영향을 미쳤다면 관악산과 시내에서 측정한 농도가 훨씬 높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대기 고도가 높을수록 기온이 낮다. 하지만 이 경우에서처럼 비교적 기온이 높은 기류가 들어오면 역전층이 생기면서 대기 상단과 하단이 섞이지 못하고 정체 현상을 빚는다. 즉, 대기가 정체되는 고도 이하에서는 대기오염물질이 지표면 가까이에 축적되는 셈이다. 이날 대기 혼합고도는 약 503m로 관악산(629m)보다도 낮았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은 미세먼지의 성분도 분석했다. 그 결과 질산염으로 인한 NO3-의 농도가10배 이상 증가한 반면, 중국발 미세먼지에 많이 섞여 있는 이산화황(SO42-)은 약 3.6배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정권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장은 “당시 대기가 정체되면서 외부에서 오염물질이 유입된 것 보다는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발생한 미세먼지가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영향이 확인된 경우도 있다. 2017년 1월 말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 기간에 가정마다 화약을 터뜨리는 대규모 불꽃놀이가 진행됐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연구팀은 당시 국내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51~100μg/m³)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초미세먼지 성분 중에서 칼륨과 레보글루코산 농도를 각각 측정했다. 그 결과 칼륨 농도는 평소보다 7배 이상 증가했고, 레보글루코산 농도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칼륨은 나무, 풀, 농작물 등 바이오매스를 태우거나 화약을 터뜨릴 때 주로 배출되고, 레보글루코산은 바이오매스를 연소시킬 때만 나온다. 정진상 책임연구원은 “레보글루코산 농도는 평소 수준인데 칼륨 농도가 급격히 증가했다면, 이는 중국 불꽃놀이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며 “중국에서 배출된 초미세먼지가 국내 대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밝혀낸 최초의 연구”라고 말했다.
현재 환경부는 국내 대기에 중국 기류가 영향을 미치는 비율이 미세먼지 농도가 보통일 때는 30~50%, 고농도일 때는 60~80%로 보고 있다. 동북아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도록 외교적인 노력도 필요하다는 뜻이다.
집안은 안전하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 창문을 꼭 닫고 외출을 삼가는 것이 좋다고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오히려 바깥보다 실내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집 안 곳곳에도 미세먼지 발생원이 있기 때문이다.
기자는 최근 집 안 공기를 정화하기 위해 냉장고의 절반쯤 되는 크기의 공기청정기를 구입했다. 버튼을 누르면 디지털 스크린에서 화살표가 빙글빙글 돌아가다가 공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얼마나 되는지 수치를 알려준다.
청소기를 돌리고 걸레질까지 마친 날은 5~10μm/m3 정도이지만, 빨래를 널면 50μm/m3까지 올라간다. 요리할 때는 100μm/m3까지 나타나고, 특히 고기나 생선을 구울 때는 200~400μm/m3까지 치솟는다. 정부가 ‘매우 나쁨’으로 표기하는 미세먼지 농도가 150μm/m3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집 안도 미세먼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수치가 어떻게 나오든 일단 공기청정기를 틀어놓으면 미세먼지 농도는 점점 낮아진다. 10μm/m3 부근까지 떨어지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면 마음이 놓인다. 하지만 공기청정기가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소비자원은 2016년 11월 국내에서 소비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9개 업체 공기청정기 9개 모델을 대상으로 성능 테스트를 진행했다. 미세먼지 제거 효율과 탈취 효율, 유해가스 제거 성능, 소음, 안전성 등 17개 항목을 평가했다.
미세먼지 제거 효율의 경우 공기청정기마다 공기를 충분히 정화할 수 있는 면적(표준 사용 면적)으로 나타낸다. 시험결과, 모든 제품에서 기기에 표시된 기준의 90%를 정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암모니아와 아세트알데히드, 초산 등 악취가 심한 물질이나 포름알데히드, 톨루엔 등 새집증후군 유발물질을 제거하는 능력은 5개 제품이 ‘매우 우수’로 평가됐고, 나머지 4개 제품도 ‘우수’로 나타났다. 시판되고 있는 공기청정기가 미세먼지와 악취를 제거하는 공식 테스트에서 합격점을 받은 셈이다.
그렇다면 집집마다 반드시 공기청정기를 마련해야 할까. 배귀남 미세먼지 국가전략프로젝트 사업단장은 “미세먼지에 특히 취약한 천식 등 호흡기질환자나 노약자, 도로변에 있는 집의 경우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면서도 “미세먼지가 적어 공기질이 좋은 날에는 교통량을 고려해 출퇴근 시간을 피해 창문을 열었다 닫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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