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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으로 본 '마기꾼' 효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마스크와 한몸이 돼 생활한 지 어언 2년이 됐다. 당장이라도 답답하기만 한A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싶지만, 한 가지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바로 마스크 덕분에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마기꾼’ 효과 때문이다. 이렇게 매력적인 내가 얼굴을 가렸는데,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고? 그 비밀을 뇌과학적으로 풀어봤다.

 

‘아름다움은 숨길 수 없어 (You can’t hide Beautiful)’라는 노래도 있지만, ‘가장 아름다운 것들은 늘 감춰져 있다(The most beautiful things are always hidden)’라는 말도 있다. 어떤 이야기가 더 과학적일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마기꾼’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마스크를 쓴 사기꾼’이라는 의미로 마스크를 쓰면 실제 모습보다 더 아름다워 보인다는 효과를 두고 하는 말이다. 마스크로 얼굴의 아래쪽, 그러니까 하관을 가렸을 때 실제로 얼굴이 더 아름다워 보이는 효과가 진짜 생길까.

 

마기꾼 효과
마스크를 쓰면 더 아름다울까


2021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와 템플대 공동연구팀은 온라인에서 496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마기꾼 효과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18~40살 남성과 여성의 마스크를 쓰지 않은 얼굴 사진을 각각 30개씩 골라 참가자들에게 매력도를 평가받았다. 이를 종합해 매력도 높음, 중간, 낮음 세 그룹으로 나눴다.


다음으로는 같은 사진에 마스크를 씌운 후 다시 한번 매력도를 평가받았다. 흥미롭게도 세 그룹 모두, 그리고 남녀 모두에서 마스크를 썼을 때 매력도가 높아졌다. 그 효과는 원래 매력도가 낮게 평가된 얼굴일수록 더 컸다. 매력도 낮음의 그룹에서는 마스크를 썼을 때 매력도가 평균적으로 71%, 보통 수준의 매력도를 가진 그룹에서는 29% 높아졌다. 원래 매력도가 높았던 그룹에서는 11% 정도 상승효과가 있었다. 


성별에 따른 차이도 나타났다. 마스크로 인한 매력도 상승은 모든 그룹에서 여성이 더 높았다. 물론 매력도가 높았던 일부의 경우에는 마스크에 의해 매력도가 떨어지기도 했다. doi: 10.1097/GOX.0000000000003048


얼굴을 가렸을 때 매력도가 높은 얼굴은 전반적으로 매력도가 떨어지고, 매력도가 낮은 얼굴은 전반적으로 매력도가 높아지는 현상은 ‘평균으로의 회귀’로 설명할 수 있다. 매력도만이 아니라 키나 몸무게, 심지어 성과 같은 서로 다른 종류의 여러 데이터를 측정할 때, 판단에 필요한 정보가 줄어들면(예를 들어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경우), 판단의 결과는 극단값보다 평균값에 가깝게 나오게 되는 통계 현상이다. 


그렇다면 한 가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대체 왜 매력도가 높았던 그룹에서도 ‘평균으로의 회귀’가 거의 보이지 않고, 마스크를 착용했을 때 전반적으로 매력도가 상승했을까.


그 답은 2016년과 2021년 일본에서 진행한 실험에서 찾을 수 있다. 2016년 실험에서는 210명의 남녀 참가자들에게 높음, 중간, 낮음으로 매력도를 분류한 여성의 얼굴 사진을 제시했다. 얼굴은 의료용 마스크뿐만 아니라 노트북, 카드 등 다양한 물체로 가렸다. 그 결과 의료용 마스크를 제외한 다른 물체로 얼굴을 가린 경우 모두 ‘평균으로의 회귀’가 일어났다.


이 실험의 흥미로운 점은 의료용 마스크를 착용했을 때의 결과다. 참가자들은 의료용 마스크를 착용한 사진에 대해 더 낮은 매력도를 부여했다. 연구팀은 그 이유를 의료용 마스크가 주로 아플 때 착용하기에 ‘건강하지 않다’는 신호로 인식해 매력도가 떨어졌을 거라고 설명했다. doi: 10.1111/jpr.12116


연구팀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마스크에 대한 인식이 바뀐 2021년에 같은 실험을 반복했다. 의료용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건강하지 않다’는 신호보다는 오히려 ‘건강을 지킨다’의 신호로 다르게 받아들여지게 됐을 거라는 이유다. 결과는 연구팀의 짐작대로였다. ‘평균으로의 회귀’는 여전히 나타났지만 의료용 마스크를 착용했을 때 매력도가 더 상승했고, 사람들이 더 ‘건강을 지킨다’라는 신호로 인지했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doi: 10.1177/20416695211027920


두 연구의 결과는 사회적 인지가 다른 사람에 대한 매력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 준다. 물론 단 하나의 연구로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단일 지역에서, 그것도 여성의 얼굴만을 대상으로 한 연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른 실험의 결과를 함께 볼 필요가 있다.


지난 1월 영국 카디프대 연구팀은 일본의 사례를 기반으로 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18~30세 사이의 40명의 남성 얼굴 사진이 대상이었다. 이번에는 의료용 마스크뿐만 아니라 일반 면 마스크를 착용한 경우까지 평가했다. 면 마스크를 썼을 때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을 때보다 유의하게 매력적이었지만, 노트북으로 가렸을 때는 그런 효과가 없었다. 하지만 의료용 마스크를 썼을 때 가장 높은 매력도 상승효과가 나타났다. doi: 10.1186/s41235-021-00351-9


마스크를 쓰면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마기꾼 효과’는 미국, 영국, 일본에서 모두 관찰됐다. 흥미롭게도 이 효과는 의료용 마스크에 대해 특이적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이 의료용 마스크에 대해서 가지게 된 인식 변화 때문으로 보인다.

 

마스크 착용의 효과
매력도 외의 효과들 


의료용 마스크가 누군가의 얼굴을 매력적으로 보이게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영국 번머스 대 연구팀이 지난 1월에 발표한 연구결과에서는 마스크가 사람을 더 나이 들어 보이게 했다. 18~65세 사이의 남녀 68명의 얼굴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전체 참가자의 78%가 마스크를 썼을 때 1년 이상 더 나이가 들어 보였다고 답했다. 심지어 어떤 경우는 10년이 넘게 더 나이 들어 보였다.


마스크 착용으로 인해서 생겨나는 인지 변화는 어린 세대의 아이들에게서 더 크게 관찰된다. 코로나19 때문에 계속해서 마스크를 쓰고 학교를 다녀야 했던 아이들의 경우에는 그 이전 세대보다 얼굴을 기억하거나 얼굴에서 감정을 읽어내는 능력이 저하된다는 연구도 있다.


캐나다 요크대 연구팀이 6~14세 사이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연구해 2022년에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에 마스크 착용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얼굴 전체를 인지하고 기억하는 능력이 저하됐다. 2021년 네덜란드에서 발표한 연구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감정 인지 정확도를 떨어지게 하고, 사람들 사이의 유대감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미국, 호주 등 더 많은 곳의 연구진들이 마스크 착용 효과가 유아, 어린이, 그리고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매력은 
아름다움만은 아니다


다시 마기꾼 얘기로 돌아와서 다른 마스크보다 하필 의료용 마스크 착용이 얼굴을 더 아름답고 매력적으로 느껴지게 하는 효과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아름다움이란 무엇이며, 어떠한 것이 아름답게 느껴지는가’에 대한 연구는 역사적으로 철학의 한 분과로 꼽히는 ‘미학(aesthetics)’의 영역이었다. 진화생물학과 인류학 분야에서 아름다움의 인지를 성 선택과 종족 번식을 위한 작용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들이 있었지만, 전통적인 미학자들과 인문학자들은 예술 작품에 대한 인지와 비예술적인 음식이나 짝을 찾기 위한 생물학적 욕구를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의 뇌과학 연구들에 따르면, 예술 작품에서 느끼는 아름다움과 이성에서 느끼는 아름다움이 인간의 뇌에서는 크게 구분되지 않아 보인다. 뇌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때는 그 자극의 대상이나 종류와 관계없이 공통으로 활성화되는 부위들이 있다는 것이다. 독일과 캐나다의 연구팀은 서로 다른 93개의 뇌 영상 연구들을 메타 분석했다. 그 결과 아름답다고 느꼈던 대상에 대한 자극이 각각 시각과 청각, 후각 또는 미각으로 전달되었을 때 전측 대상피질, 전측 섬엽, 측좌핵 그리고 안와전두피질이 공통으로 활성화됐다. doi: 10.1016/j.neuroimage.2011.06.012


이중 서로 다른 종류의 아름다움에 대한 판단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영역은 전측 섬엽이었다. 이 영역은 고통이나 결핍, 구역질 등 무언가를 몸서리쳐질 정도로 싫어할 때 활성화되기도 한다. 이를 두고 연구자들은 아름다움에 대한 판단을 심리학의 감정 평가 이론(Emotional Appraisal Theory)으로 설명한다. 우리가 무언가를 아름답다고 느낄 때는 뇌가 본능적으로 “이것은 나에게 좋은 것인가? 나쁜 것인가?”를 묻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마기꾼’ 효과를 살펴보면 이해가 간다. 내게 건강한, 좋은 자극이 아름답게 느껴질 거라는 얘기다. 그래서 ‘마기꾼’ 효과야말로 진정으로 코로나19 이후에 새로 생겨난 효과일 수 있다. 팬데믹을 겪은 우리의 뇌가 마스크를 쓴 것이 더 건강하고 안전하다는 것을 알기에 이제 마스크를 쓴 얼굴을 더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이 아닐까. 

글 : 장동선 뇌과학 박사
에디터 : 이병철 기자
디자인 : 이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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