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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기사] 검거! 가짜로 웃는 사람을 잡아라 웃음과 사회성의 과학

    하하하. 과학동아 편집부 회식에서 울려 퍼진 웃음소리는 진짜일까, 거짓일까. 우리는 정말 웃긴 상황에서 빵 터지기도 하지만, 때론 웃기진 않아도 웃을 때가 있다. 상대방의 기분을 고려해 예의의 차원에서 웃는 것이다.


    6월 23일 발표된 웃음 관련 논문을 통해 과학동아 기자들의 웃음은 진짜일지 분석해 봤다.

     

    ▲Shutterstock

     

    동료들의 웃음 장벽, 과학으로 측정하다

     

    8월 13일, 과학동아 기자들은 점심 식사를 하러 구내식당에 모였다.  앉고 보니 한쪽에는 흰옷을 입은 기자들이, 반대쪽에는 회색 옷을 입은 기자들이 붙어 앉았다. 그때 홀로 어두컴컴한 옷을 입은 편집장이 등장하며 어느 쪽 의자에 앉아야 할지 망설였다. “다들 색을 맞춰 입었네요. 저 없는 단톡방이 따로 있는 건 아니죠?” 편집장의 농담에 일제히 기자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그럴 리가요.” “농담이었습니다~!” 웃다가 슬며시 입꼬리를 내리다 보니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다른 기자들도 정말 웃겨서 웃은 게 맞을까? 다소 과장된 웃음소리를 듣자,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진실성에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가면을 쓴 자가 누군지 과학으로 분석해 보자.


    판별을 도울 논문은 진짜 웃음과 가짜 웃음을 구별하는 연구다. 6월 23일 파우스토 카루아나 이탈리아 국립연구위원회 신경과학연구소 연구원이 이끈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신경과학의 동향(Trends in Neurosciences)’에 논문을 발표했다. doi: 10.1016/j.tins.2026.05.002 웃음 구별의 비법을 얻기 위해 카루아나 연구원에게 연락했다.


    “뇌신경세포 이상으로 반복적인 발작이 일어나는 뇌전증 환자를 수술하기 전,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수술하려는 부위에 미리 전기 자극을 가합니다. 그럴 때마다 환자들이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을 종종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카루아나 연구원은 인터뷰를 통해 웃음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뇌 자극으로 의도치 않게 웃음이 터지는 현상을 규명하기 위해 이번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진짜 웃음과 가짜 웃음의 차이는 뭘까. 연구팀은 감정에 의해 자연스럽게 터져 나온 ‘자발적 웃음’과 감정이 담겨 있지 않지만 사회적 소통을 돕는 ‘의도적 웃음’을 구분했다. 두 웃음을 구별하는 기준은 말할 때 사용하는 발성이 들어가는지 여부다. 자발적 웃음은 웃음 소리가 자연스레 나오는 반면, 의도적 웃음에는 말할 때 사용되는 근육이 활용된다.


    카루아나 연구원은 “목소리를 듣고 억지웃음을 짓는 기자를 어느 정도 구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자발적 웃음을 터뜨릴 땐 혀가 낮게 깔리고 성대가 자연스럽게 내려가면서 목소리가 하품하듯이 이완된 발성으로 나온다. 반면 의도적 웃음을 지을 땐 혀가 말할 때와 비슷하게 움직이고, 목소리 역시 말할 때와 비슷한 톤으로 나온다. 즉, 말할 때 쓰이는 혀와 성대의 움직임(조음)이 웃을 때도 적용되는 것이다. 또 문장이 끝나는 순간에 맞춰 기다렸다는 듯이 웃음 소리를 내고, 웃음이 끝나가는 걸 알리기 위해 숨을 들이마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카루아나 연구원의 조언을 듣고 회식 때 들렸던 기자들의 웃음 소리를 다시 떠올려봤다. “으하학학학!” 평소 목소리보다 이완된 발성을 들려준 김소연 기자는 의심할 바 없이 자발적 웃음을 터뜨렸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진심으로 편집장의 유머에 감동했다. “하하하하. 하하.” 평소와 같은 목소리로 웃음을 언어처럼 ‘발음한’ 박동현 기자와 김태희 기자는 명백히 의도적 웃음을 터뜨렸다. 두 기자의 웃음과 반응은 가짜였지만, 상대방의 감정을 고려한 사회성만큼은 놀라운 수준이었다.

     

    ▲박주현
    점심을 먹으러 구내식당에 모인 과학동아 기자들. 앉고 보니 같은 색 옷을 입은 사람끼리 같은 쪽에 붙어 앉았다. 이날 이들은 소외감을 느낀 편집장의 농담에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이들 중 거짓된 웃음을 터뜨린 기자는 누구일까.

     

    가짜 웃음은 감정이 아니라 운동

     

    자발적 웃음과 의도적 웃음은 목소리와 조음 구조에만 차이가 나는 게 아니다. 연구팀은 두 웃음이 발생하는 ‘뇌 회로’도 다르다는 사실을 이번 논문으로 처음 밝혀냈다. 연구팀은 뇌전증 환자의 뇌를 전기로 자극했다가 웃음이 나온 연구 사례 29건을 분석했다. 행복감이 담긴 웃음과 감정이 섞이지 않은 웃음을 유발하는 자극 부위, 그리고 함께 활성화되는 부위를 모두 모으고 분류한 결과, 진짜 웃음과 가짜 웃음을 관장하는 뇌 네트워크는 달랐다.


    우선 행복감이 담긴 웃음의 회로에는 ‘전전두엽 전방 대상피질(pACC)’을 중심으로 정서에 관여하는 뇌 부위들이 관여돼 있었다. 감정을 처리하는 편도체와, 편도체를 조절하는 측두극, 들뜬 감정을 ‘뇌간’으로 연결해 주는 pACC가 모두 연결돼 있었다. 웃음 신호가 뇌간으로 전달되면 발작하듯이 웃음이 터지는 행동이 나타난다.


    감정이 담기지 않은 웃음의 회로에는 ‘롤란딕 덮개(rolandic operculum)’를 중심으로, 롤란딕 덮개의 신호를 받아 뇌간에 운동 신호로 전달하는 1차운동피질이 연결돼 있었다. 두 경로 웃음 모두 결과적으로 뇌간을 거쳐 얼굴 근육이 움직이면서 발생하게 되지만, 뇌간으로 가기까지 시작점은 ‘감정’과 ‘운동’으로 구분된다. 박동현 기자와 김태희 기자는 웃기는 감정을 느낀 게 아니라 얼굴 운동을 한 셈이다.


    수술 중 환자의 통증과 정서 처리에 관해 연구하는 김유진 한양대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그동안 규명이 어렵던 뇌 자극부터 웃음까지의 경로를 밝혀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연구”라고 말했다. “그동안에는 실험을 위해 전기 자극으로 유발한 웃음도 결국 의도된 웃음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자발적 웃음을 따로 구별해 연구하기 어려웠습니다. 수술 과정을 분석해 자발적 웃음에 가까운 진짜 웃음의 경로를 찾아낸 점이 놀랍습니다.”

     

    진짜 웃음 vs. 가짜 웃음
    ▲자료: University of Western Ontario, AI 생성 이미지(ChatGPT)
    이탈리아 국립연구위원회 신경과학연구소 연구팀은 진짜 웃음과 가짜 웃음을 자연스럽게 터져 나온 ‘자발적 웃음’과 사회적 소통을 돕는 ‘의도적 웃음’으로 구분한 연구 결과를 6월 23일 발표했다. 자발적 웃음과 의도적 웃음은 표정과 목소리, 그리고 웃음에 관여하는 뇌 네트워크가 모두 다르다.

     

    ▲Shutterstock
    자발적 웃음(정서)
    빨간색으로 표시된 뇌 네트워크가 관여한다. 감정을 뇌간에 전하는 pACC를 중심으로, 감정을 처리하는 편도체, 편도체를 조절하는 측두극이 연결돼 있다.
    의도적 웃음(운동)
    파란색으로 표시된 뇌 네트워크가 관여한다. 성대 등 운동을 조절하는 롤란딕 덮개를 중심으로, 롤란딕 덮개의 신호를 받아 뇌간에 전달하는 구강안면 운동피질이 연결돼 있다.

     

    웃음 연구, 의료에 활용된다

     

    두 웃음 경로를 찾은 것은 의학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 카루아나 연구원과 김 교수는 공통으로 “웃음과 관련된 질환을 이해하고 치료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흔하지 않지만 웃음과 관련된 질환은 존재한다. 이를 테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웃음이 터져 나오는 ‘젤라스틱 발작’, 너무 기쁜 감정을 느끼거나 크게 웃으면 몸에 힘이 풀려 쓰러지는 ‘탈력 발작’, 그리고 실제 기분과 상관없이 통제할 수 없는 웃음이나 울음이 나오는 ‘병적 웃음과 울음’이 있다.


    김 교수는 “자폐 스펙트럼 진단과 치료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봤다. “자폐 스펙트럼 환자의 경우 자발적 웃음 회로와 의도적 웃음 회로 중 한 곳이 덜 발달해 웃음 빈도가 낮을 확률이 높습니다. 웃음을 구별하는 연구가 더 심층적으로 진행된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회로에서 발달이 덜 일어났는지, 자폐 환자의 진단을 더 빨리하고, 더 나아가서 뇌 자극 치료 등을 할 수 있겠죠.”


    연구팀이 발견한 웃음 뇌회로의 중요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연구팀은 뇌 자극 사례를 분석하면서 자발적 웃음이 통증을 억제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기존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웃음 과정에서 통증을 느끼는 역치가 상승한 사례를 발견한 것이다. 연구팀은 pACC가 통증을 조절한다는 점에 주목해, pACC가 통증을 줄이는 데 관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자발적 웃음을 터뜨릴 때 도파민과 오피오이드 등 강력한 보상을 가져다주는 신경전달물질이 쏟아져 나오며 통증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킨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웃음을 통한 통증 치료가 미래에 가능해질까. 김 교수는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사회·정서적 기능을 안 건드리면서 통증 조절만 건드릴 수 있게 웃음과 통증 경로를 더 세밀하게 분리하는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치료 과정에서 환자가 원치 않는 감정을 느끼게 하거나, 그 감정이 격해질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연구팀은 자발적 웃음이 전염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웃음이 전염된 사례의 연구를 분석하면, 공통적으로 다른 사람의 웃음을 듣거나 볼 때 pACC가 활성화됐다. 연구팀은 pACC가 다른 사람의 웃음을 감지하고, 자신의 감정으로 연결할 가능성이 크다고 추측했다.


    이러한 감정 동조 역시 의학 분야에서 연구할 만하다. 김 교수는 “수술 환경에서 어린이가 느끼는 불안함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가 수술을 받으러 수술실에 들어오면, 보호자의 반응에 따라 어린이의 반응도 천차만별입니다. 보호자가 불안해하면 같이 불안해하고, 의연하게 웃으면 덜 불안해지죠. 이러한 감정 동조가 불안감이나 공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Shutterstock
    서로에게 장난을 치고 있는 두 회색물범의 얼굴이 사람의 웃는 표정과 닮았다. 웃음은 어디서 진화했을까. 이탈리아 국립연구위원회 신경과학연구소 연구팀을 포함한 신경과학자들은 이번에 발표한 연구에서, 동물들이 서로 장난치면서 공격 의도가 없음을 알리는 신호에서 자발적 웃음이 유래됐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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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9월 과학동아 정보

    • 장효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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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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